한국 네티즌들중 불법복제를 전혀 부끄럼없이 큰 목소리로 질타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다수의 편에 속한다. 내가 처음 접한 불법 복제물은 유즈넷 바이너리 그룹들에 올라온 것이었다. 한국 이용자는 극소수였고 물건들은 100% 외산이었다. 한국것은 안올라오는게 도의적인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용자가 조금씩 늘면서 한국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 당나귀, 토렌트 등이 등장했다. 그 이후 언제부턴가 내 인터넷 접속 속도는 10배 이상 뛰었고 받는 것들의 양도 늘어났다. 

내가 아직 해적질한 물건들을 내리받는다고 해서 저작권자 외의 누군가가 돈을 벌지는 않는 공유 서비스에만 관심갖고 있는 동안 유료 웹하드 서비스가 퍼졌다. 내가 컴맹이라고 무시하고 있었던 간혹 얼굴을 마주하는 지인들 상당수가 유즈넷같은건 처음 들어본다면서 조금도 미안해하는 마음 없이 그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있었고 내게 제일 좋은 업체를 추천해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 마지노선이 또 한 번 나보다 더 정신없는 대중들에 의해 깨진걸 안타까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나 역시 일본 드라마를 스트레스 없이 내리받기 위해 그 대중에 가담했다. 관련 동호회에 가입해서 열심히 회원 활동을 해서 받는 방법이 있었지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해서 받는다고 해도 물건은 여전히 해적질한 것이다.

일단 유료 웹하드를 이용하자 굳이 유료 웹하드에도 있는 것들을 유즈넷이나 토렌트를 통해 받을 이유가 없어지고 말았다. 후자를 이용하는 것은 이제 부차적이 되었다. 영문 학술 이북이나 다큐멘터리나 예술?영화나 고음질 음반처럼 한국 유료 웹하드에는 거의 없는 것들만을 그것들에서 받는다. 

유료 웹하드를 사용하면서 마지노선들이 몇개 더 깨져나갔다. 나는 더 좋은 자막을 찾아 올리는 수고를 안하는 이들, 자막 제작자 정보를 지우는 이들, 제목에 자료의 본래제목을 달지 않고 선정적인 대안 제목을 다는 이들, 바로 아래 있는 자료를 또 올리는 이들, 화일 이름조차 멋대로 원제 추정 불가의 한글 이름으로 바꾸는 이들, 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를 대량으로 올리는 이들 등등에게 분개했고 그 덕분에 몇몇 업로더의 다운로드 차단 이용자 목록에 올랐다. 스스로 몇개의 자료도 올렸는데, 최대한 중립적이고 건조한 소개만을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좀 순진한 편인 사람이기에 유료 웹하드 서비스와 관련해 돈을 버는 비저작권자들 중 그 서비스 제공업자가 아닌 이들도 있다는 걸, 그 업자가 더 많은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업로더들에게 올린 자료들이 다운로드되는 회수에 따라 현금까지도 지불하는 시스템도 있다는걸 좀 늦게 알았다. 그 시스템이 유료 웹하드 서비스 초창기에는 아직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직업적으로 오직 돈이나 그것에 버금가는 이익만을 노리고 거의 매일 대량의 자료를 올리는 이들이 생기면서 장물 판매가 산업화까지 되어서는 안된다는 내 마지막 마지노선이 깨졌다. 이익이 유일한 목적이 되면 올려서는 안되는 물건이라는 생각 자체가 사라질 수 밖에 없으며 자신들의 물건을 자신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채 소비하는 이들에 더해 그 장물들을 진열할 수 있는 시장터를 제공해주고 그 장물을 팔아 돈을 버는 이들까지 대량으로 생기면 저작권자들은 한숨을 쉬는 선을 넘어 분개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일말이나마 이해될 수 있는 해적질의 비중은 극미하다. 웹하드 서비스 업자들이 직업적 업로더들에게 그들이 올리는 자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은채 무조건 다운로드 회수에 따라 현금 등등을 제공하는 한, 우리 모두가 유료 웹하드에 올라오고 유료 웹하드에서 다운되는 자료들 상당부분이 해적질한 물건이라는걸 아는 한, 그 물건을 올리고 받는 것은 해당 사용자 책임이며 우리는 스토리지만을 제공할 뿐이니 우리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 업자들의 주장은 이해될 수 없다. 

몇일 전 메가 업로드라는 유명 해외 웹하드 업체의 경영진들이 체포되었고 파일소닉, 파일서버 등 다른 대형 업체들이 공유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 업체들의 수익규모는 한국의 동종 업체들의 수익규모와는 비교불허이며 조금만 구글검색을 해봐도 그곳들에 올라가고 그곳들에서 내리받는 것들의 상당수가 어떤 것들인지 확인된다. 나는 주로 이북들과 구매 자체가 불가능한? 고해상도 음악화일들을 다운받았지만 말이다. 

나는 한국의 웹하드 업체들도 대형급들은 본보기로 처벌을 받고 나머지 것들은 알아서 납작 업드리게 되기를 바란다. 특히 업로더에게 수익을 나게 하는 시스템을 제거해야 하고 최소한 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 및 개봉중인 영화의 업로드는 금지해야 한다. 어차피 짤막한 포르노그라피는 해외 웹사이트들에 넘쳐난다. 포르노그라피의 제작 및 유통이 불법인 나라에서 버젓이 장편 포르노그라피 동영상들이 수천개 이상 올라오고  손쉽게 수 십편이라도 내리 받을 수있다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다. 본능적인 충족을 주는 물건들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게 해놓으면 받는 당사자들한테조차도 피해가 생긴다.     

솔직히, 유료 웹하드 서비스라는게 완전히 사라진다 해도 나는 별로 아쉽지 않다. 토렌트와 유즈넷이 사라진다 해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져 일본 드라마를 거의 안보게 되었기 때문이고 충분히 많이 받아놓았기 때문이고 예전보다 벌이가 괜찮아졌기 때문이고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시간보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나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조건에 처해있기에 그리되면 아쉬울 이들이 있을 것이기에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어떤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지켜지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적 심성에 길들여진 우리 대중들은 이 마지노선이라는걸 지키는걸 너무나 힘겨워 한다. 

돈을 들이지 않고 구한 음반들과 책들에 대해서 나는 적어도 그것들 중 맘에 들고 도움이 되었던 일부들에 대해서는 평생토록 정품을 구매해 나갈 생각이다. 내가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먹고 입는 것보다는 음반과 책들에 돈을 더 들이는 편인 인간이라는 사실은 내 서가와 시디 수납장이 증명한다(증명사진은 첨부하지 않는다). 영화라면 이미 작년 초부터 영화관을 찾는 회수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속살거리는 다정한 커플들 사이에 무심한 점처럼 끼어 앉아 있는걸 전혀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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