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새벽부터 알바분께서 바쁘신데 할 말은 해야겠네요.

수준낮은 글쓰기의 전형을 Anarchy님이 보여주셔서 새벽에 어이가 없네요. 설에 오랜만에 "여의도"(헉 호남이 아니네) 큰집에서 "수도권 출향민 호남1세 친척들"을 만난 호남2세(그럼 그렇지?)로서 어찌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호남에 대한 두가지 편견(이하 호남편견)이라는 글을  Anarchy님이 쓰셨는데요, 이 분 글을 지금까지, 전부 다는 아니지만 몇 개 읽어봤는데, 읽을 때마다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글을 장황하게 쓰실까? 주장과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는 방식이 이상한데? 주장에 대한 근거를 주장으로 대체하는 식이네? 주장을 말하고 또 주장으로 그 주장을 보충하다니? 무슨 선언문인가? 자기 마음대로 대전제를 세워놓고 그 전제에서 아무 근거없이 추상적인 주장만 난무하잖아? 그래서 글들이 두루뭉술한 것일까? 정치와 관련없는 글들은 그렇다쳐도 정치관련 글들이나 사회문제관련 글들에서도 너무 두루뭉술하고 하나마나한 이야기뿐이고..."

인신공격같을까봐, 그리고 저런 식의 느낌에 대해서 치열(?)하게 치고박고 싸우며 "내 느낌에 옳은 측면이 많다"라고 증명하고픈 마음도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올리신 <호남편견>은 수준낮은 글쓰기의 전형인데다가 이제껏 아크로에서 지겹게 벌어졌던 지역주의관련 글들 중, 차분하게 진행됐던 글들을 "전혀"읽지 않은, 그래서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를 반복하는 , 한마디로 이 게시판에 별로 도움(요새 하도 그런 측면에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도 안되고, 지역논쟁에 참여했던 수많은(?) 유저들의 지금까지의 노력(?)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뭐 그런 글이죠.


Anarchy님은 호남에 대한 2가지 편견을 말씀하셨습니다.
1.호남 뒤통수 2. 호남 진보
이 2가지죠.(1에 대해서...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조선일보에 어떤 교수가 "지역감정"을 걱정하면서 뿌리깊은 "호남 비하"를 각종 사료를 들어가며 안타까워했죠. 오버랩됩니다)

Anarchy님의 글은, 호남 뒤통수, 호남 배신에 관한 '역사적 경험'때문에 혹은 그러한 '역사적 소문'때문에 비호남 사람들이 최근에도 호남 사람들에 대한 안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호남차별 혹은 지역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글로 해석됩니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교수의 글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이런 사료를 통한 호남편견, 지역주의 논증은 평양, 영남 등등 전국8도를 비하하는 수많은(?) 사료의 존재로 손쉽게 무의미해집니다.  

그리고 전혀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왜냐? 일단 1.지금의 호남차별, 지역주의의 성질에 대한 분석이 결여 되었고, 2. (만약 실재했다면) 과거의 호남비하, 호남차별, 호남편견의 성질과 지금의 그것의 성질이 같거나 혹은 유사하다는 논증이 없으며, 3.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아무 의미없는 문제제기이기 때문(역사적 차원의 감정이 문제라면 해결방안은...공익광고 캠페인? 호남인들을 배려합시다, 호남인도 한국인입니다, 전라도도 대한민국입니다 등등?)입니다.

또한 호남의 지금까지의 투표성향을 진보적이라는 '편견'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호남에서 요즘 한나라당에 표를 더 던지고 있는 것을 '수구'라고 표현하신 것, 그리고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신 것은 그 주장도 그렇고 근거도 전혀없는 아무 의미없는 글자 무더기입니다. 그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한나라당에 표를 수십년간 몰아주는 영남지역이나, 2000년대 들어 한나라당 지지성향으로 바뀌었던 수도권 사람들이 전부 영남수구 혹은 수도권수구라고 우물에 독타듯 전부 욕해버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더 웃기는 것은 노무현을 찍었다가 이명박 지지로 돌아선 수도권의 수많은 사람들은 진보개혁시민이었다가 5년만에 수구로 변했다는 것인데,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죠.

왜 호남에서 유독 "반 한나라당"투표 성향이 지독한 것인지, 그랬던 호남에서 왜 점점 그 성향이 약화되가는지, 왜 반 한나라 성향이 강한데도 '진보정당'에는 표를 민주당 지지만큼 보내지 않는 것인지, 수도권 유권자들의 한나라당 지지의 성향은 무엇인지(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노무현을 찍었다가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의 '불만'과 '요구'는 무엇이었는지...이런 것에 대한 고민의 흔적따위는 전혀 없는 """무의미"""한 글을 Anarchy님은 쓰셨쬬.


호남배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크로에서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현재 우리가 지역주의, 호남차별을 우려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a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개인적, 집단적, 구조적인 호남배제를 몸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b현실정치에서 영호남의 투표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죠.

이러한 점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의 원인과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b에 초점을 둡니다. 지역몰표가 문제라는 것이죠. 그리고 대체로 그 원인으로는, 김대중, 군사독재시절의 차별, 5.18을 들고, 또는 Anarchy님이 언급한 "호남편견"을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곳의 수많은 지역주의논쟁, 그리고 그 논쟁에서 상당히 많이 언급/인용된 박상훈의 '과학적 분석'이 제대로 된 글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차원, 감정적인 측면에서의 지역'감정'논쟁이 아닌, 현재의 호남문제의 성격을 규정짓기 위한 논쟁,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쟁은 주로 "경제적 차원" 호남문제의 성격을 규정짓고, 또 대안을 제시하는데 효과적이라는데에 (저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합의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사회문제의 성질을 규정짓는데에 있어서,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 있어서 어느 것 하나가 대표 원인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려워도 무엇이 주된 원인일 것이고, 그 문제의 성질의 주요 측면이 어떠할 것이라는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제시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박상훈, 최장집 등은 그들의 각종 저서, 글들을 통해 꾸준하게 발표해왔죠.

그들의 주장은 이러합니다. "지역감정은 아니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영남과 호남의 갈등이 아니다. 호남문제다. 군사독재시절부터의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에서 소외되면서 기존 경제기반이 붕괴된 호남의 경제적 측면이 문제다. 50년대부터 서서히 문헌에 등장하는 "호남배신, 전라도는 생활력이 강해"와 같은 현대적(?)인 호남에 대한 안좋은 편견은 호남의 경제기반이 붕괴되면서 수도권으로의 호남출향민이 많아지면서 생겨났다. 특히 그러한 편견은 호남'서민'들과 경쟁관계에 놓여있던 수도권 서민들, 충청 서민들 사이에서 대표적으로 유포됐다. 오히려 50~60년대에는 영남인과 호남인들이 서로가 서로를 가장 좋게 생각하는 지역이라고 답했다는 조사도 있다. 소위 말하는 지역주의적 투표의 시작은 71년 대선에서 영남의 박정희 몰표로 시작됐다. 개발의 수혜를 맞보기 시작한 지역의 적극적인 자기이익실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구조적 문제의 누적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호남은 배제될 수 있었고, 5월 광주, 김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즉, 호남편견이 '지역주의', '호남차별', '호남배재'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라, 그 결과이고, 호남배제의 정치사회적 조건은 산업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불균형 개발과 그로 인한 호남산업경제의 붕괴라는 말이죠.

그렇다면 지역주의를 우리 정치사회문제 중 제1의 문제라고 봐야하느냐에 대해서도 저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물론 정말 과학적인, 그러니까 통계자료를 가공해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죠). "역대 투표성향을 분석해보면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분명해보인다. 그런데 이는 냉전반공으로 인한 한국정치의 극도의 보수적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다. 그것을 감안했을 때 극보수정당과 보수정당 사이의 미비한 차이는 기존의 정치적 문제(김대중, 5.18 등)와 경제적 문제(호남배제)가 결합하여 "영남과 호남이 각각 '자기 정당'을 찍는 것이 가장 자기 지역과 자기 이익에 합리적"이라고(""부분은 저의 개인적인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를 분석해보면, 진보개혁적 이슈 파이팅이 되었던 선거에서는 지역으로 갈린 투표성향이 선거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임종석 선거구 등 비영호남 선거구를 예로 들며 설명). 정치학자의 입장에서 지역주의는 감정의 문제도 아니고, 영호남 갈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영호남의 화해로 풀 문제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의 호남배제, 그리고 그와 결합한 정치적 사건들, 그리고 그 위에 존재하는 한국 정치의 극 보수적 성격(특히 노동의 배제를 강조)과 같은 관점을 가지고, 지역감정이나 지역주의가 아닌 '호남배제'로서 문제를 바라보고 그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뽑히게 하는 식의 관점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역감정이 아니라 호남문제. 경제적 측면에 가장 문제. 거기에 정치적 측면이 결합. 그 위에 한국정치의 냉전반공적 극 보수적 구조가 자리잡고 있음. 진보개혁 이슈 파이팅이 된 선거에서는 지역적 투표성향이 선거결과를 좌우하지 못했음"
물론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실제로 무슨 이유에서건, 영남과 호남은 각각 특정 정당에 몰표를 던지고 있고, 그로 인한 지역 내 문제가 상당하니까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기 때문에 공천해주는 당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고 지역민들에게는 신경쓰지 않는 정치인들이 실제로 많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피해로 다가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87년은 민주화 이후, 진보개혁 이슈파이팅이 극도에 이른 선거였는데, TK, PK, 충청, 호남이 모두 갈린 극도의 지역별 투표성향으로 인하여 노태우가 당선되는 일까지 있었죠.


지역문제에 대한 토론은 제가 볼 때에, 저런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한, 그리고 그러한 개인적인, 감정적인 글들에 근거할 수밖에 없는 지역'감정'의 관점에서의 토론, 역사적으로 사료를 통해 비하당하지 않은 지역이 없는데도 굳이 호남을 비하했던 자료만 꺼내들며 역사적인 호남편견의 존재를 지역문제와 관련시키는 토론, 삶의 제1조건인 경제문제를 도외시한 상태에서 정치적 측면, 특히 5.18과 더더더더 특히 김대중에만 초점을 두고 지역문제를 정치적 문제로만 축소시키는 토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진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번에 이렇게 말했죠. "영남공략과 호남기득권 포기에는 관심없다. 진보적 의제로 승부한다."
박영선은 "콩나물도 재벌, 두부도 재벌"이라며 재벌개혁을, 즉 공정사회(이명박..?ㅎㅎ)를 외쳤죠.

비록 민주당 전대에서 표를 행사하지는 않(못했)았지만, 참 표를 던지고 싶게만드는 주장들이었습니다.

저 둘이 지역주의에 대한 무슨 통찰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예 박용진은 지역주의에 관심없다고 선언했고, 박영선은 자신이 PK출신임에도 지역주의에 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으니까요(오히려 한겨레는 박영선이 호남중진들과 친하다고 비판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왜냐? 지역주의가 한국사회의 제1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사회의 제1문제는 경제, 더 구체적으로는 공정성의 문제라는 것을 둘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둘은 추상적인 기회균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재벌을 말함으로써 핵심을 찌르고 있습니다.

제도적 차원에서도 부족한 노동 기본권, 특히 노동3권과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문제, 자연스레 그와 연동되는 재벌/대기업과 중기,소기업과의 제도'화'된 불공정 관계와 비정상적(재벌독식)인 산업구조는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와 함께, 진보개혁세력을 자임하는 정치세력이 보수세력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점입니다. 물론 복지도 그러합니다만, 복지를 권리로 보든 시혜로보든 그런 관점의 차이가 현실에서 당장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리고 보수는 노동과 재벌을 언급하지 않(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한국사회의 시급한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99%에 있기 때문에, 진보개혁세력은 노동과 재벌을, 공정사회(이명박...ㅜ단어를 망쳤...)를 말해야 합니다. 지역주의 따위가 아니라요.




ps) 새벽에 축구 보고.....알딸딸한 음주상태에서 정신없이 쓴 글이라 어느정도 양해를 바라며....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