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너무나 혼탁해지고 있는 느낌이네요. 고승덕 후보는 딸이 SNS를 통해 자식을 방치한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폭로하고 있고, 문용린 후보는 관권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조희연 후보는 종북정당인 통진당의 당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같네요.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의 교육과 인격 양성을 책임질 중요한 자리인데 마치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를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누가 교육감으로 당선되어도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육감이 되지는 못할 것 같네요. 조희연 후보의 아들이 쓴 글을 보니 조희연 후보가 인격적으로 훌륭한 것 같기는 하나 만약 그가 통진당의 당원인 것이 확실하다면 교육감으로서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것 같구요, 문용린 후보가 당선되면 관권선거 혐의로 고소를 당할 것이 뻔한만큼 교육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결국 누가 당선 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정치인의 선거는 의례 그렇다고 치더라도 최소한 교육감 선거는 사회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분들이 서로 페어플레이 하면서 멋진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낮 꿈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선거 양상이 정치인들 뺨치는 수준이 아닌가 싶네요.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대개 대학교 총장을 역임했거나 교수를 했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들 또한 예외없이 네거티브 선거를 하는 것을 보면, 권력과 명예를 탐함에 있어서는 교육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교육자나 학자들이 더 권력지향적일지도 모르겠네요. 제 지인 한 분이 유명 사립대 교수인데 그 분 얘기를 들어보면 대학 총장 선거에서 나타나는 교수들의 행태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군요. 파벌을 형성해 편가르기는 당연하고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분 얘기로는 대학 교수를 존경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민주화의 영향으로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었지만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는 얘기도 있지요. 그래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국립대의 경우 총장직선제를 폐지했지만 다시 총장직선제로 회귀하자는 움직임도 있는 모양입니다. 대학 내의 자율성을 존중해 직선제를 하는 것이 좋은건지, 아니면 간선제를 통해 대학 내의 분규를 해소하는 것이 좋은건지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대학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간선제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대학 내의 다수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죠. 

그렇게 본다면 교육감 선거도 굳이 직선제를 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없애기 위해 정당 추천을 배제했다고는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최근의 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보로 나누어져 치열하게 싸우고 있잖아요. 그래서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무엇이냐에 따라 교육이념이나 정책이 우편향이 되기도 하고 좌편향이 되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죠. 흔히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하는데 100년은 고사하고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교육이 제대로 될리가 있겠습니까. 이번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들의 공약만 봐도 자사고, 혁신학교, 무상교육 등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이 서로 달라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존의 정책이 180도 바뀔 가능성이 높으니, 일관성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정책이 이래가지고서야 되겠습니까. 교육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 중 우리나라처럼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아 교육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나라가 있나요? 구체적인 자료를 살펴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의 경우만 해도 교육감은 선출직이 아니라 교육행정에 밝은 전문가를 장관이나 단체장의 승인 하에 교육위원회가 임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교육이 한국보다 못하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정책의 발전과 연관성이 희박하다면 이처럼 혼탁한 선거를 치르면서까지 직선제를 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선거로 망신창이가 된 교육감의 영(令)도 제대로 서지 않을텐데 말이죠.

따라서 이제 우리도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전환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교육행정에 밝은 사람을 복수 추천해 단체장의 위임을 받은 교육위원회에서 선출하고 시도 의회의 승인을 얻는 방법으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이나 시도의 단체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떠나 교육감이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한편으론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100년 대계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굳이 직선제를 한다면 교육감 선거에는 어중이 떠중이는 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나는 고승덕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것을 보고 좀 의아했습니다. 고승덕이 똑똑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교육현장에 있었거나 교육에 관계되는 일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잖아요? 교육에 대해서 뭘 안다고 교육감 선거에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인격적으로 대단히 훌륭한 인물도 아니고 말이죠. 주식투자 강의를 하는 등 언론을 통해 유명세를 얻고 국회의원까지 했으면 만족할 것이지 무엇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까지 나와서 딸로부터 '자식을 버린 아버지'라는 망신까지 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보면 우리 사회는 분수에 넘치는 일에 나서다가 국민들로부터 조소를 받고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