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익은 사회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이 은근히 특정 이념을 고취한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 때 특정 이념은 우파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그의 지적처럼 진화와 관련된 논쟁은 흔히 이념 논쟁으로 번지곤 하는데 그는 이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이 은연중에 특정 이념을 고취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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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는 논리가 숨어있다. 일단 공론화에 성공하면 반대자들의 비판 속에서도 그 논리는 점점 더 확대 재생산된다. 대중의 인지 구조 중 특정 회로를 활성화시켜 고착시키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정치인이 이슈를 선점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최근 광고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도 소비자의 뇌 속 특정 회로를 활성화시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구조다. 타블로의 학력이나 황 박사의 원천 기술에 대한 맹목적 믿음도 그렇게 활성화된 인지 구조 때문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왜 '통섭'에 홀렸나?

[프레시안 books] 과학 논쟁 속 숨은 그림 찾기

프레시안, 강신익 인제대학교 교수·인문의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0.10.15 17:54:00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5518

 

 

 

사회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은 자연 선택을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자연 선택에서 경쟁은 핵심적 자리를 차지한다. 개체 수준에서 보면 번식 경쟁이며 유전자 수준에서 보면 복제 경쟁이다.

 

강신익은 사회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이 늘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경쟁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의 추측일 뿐이고 강신익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이 글만 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횡설수설하는 사람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어떤가? 마르크스의 이론에서도 경쟁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많은 것을 자본가 간 경쟁 또는 자본 간 경쟁으로 설명한다. 자본가가 착취율을 높이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윤 경쟁에서 밀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 간 경쟁이 결국 독점이나 과점으로 이어진다. 자본 간 경쟁 때문에 노동자는 더더욱 빈곤해진다.

 

만약 유전자 간 경쟁을 강조하기 때문에 경쟁을 은근히 부추긴다고 본다면 자본 간 경쟁을 강조하는 마르크스도 은근히 경쟁을 부추긴다고 보는 것이 일관성이 있다. 게다가 마르크스는 다른 경쟁도 아니고 자본 간 경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자본 간 경쟁을 은근히 부추긴 것인가? 또는 자본 간 경쟁을 정당화한 것인가?

 

나는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에 대한 논리적, 실증적 비판은 환영하지만 “마르크스가 은근히 자본주의적 경쟁을 부추기거나 정당화했다”는 비판은 터무니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이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거나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마찬가지 이유로 터무니 없다.

 

 

 

설명은 설명일 뿐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보고 “자본 간 경쟁은 정당하군”이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있다면, 진화 심리학 이론을 보고 “우리도 유전자처럼 열심히 경쟁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있다면, 상대성 이론을 보고 “세상은 상대적인 거니까 여성 할례나 명예 살인에 시비를 걸면 안 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있다면 그에 대한 해결책은 “그런 이론에서 그런 도덕적 결론을 이끌어내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그런 식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있으니까 마르크스의 이론에, 진화 심리학에, 상대성 이론에 문제가 있다”라는 식의 분석은 “부엌칼이 가끔 살인에 쓰이니까 부엌칼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분석만큼이나 바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