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님은 [자기의 국정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자기와 맞는 인사를 등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모든 원칙은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적용 및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 얘기만 딸랑 내놓고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이나 비판여론 따위 다 무시하고 인사권을 독단적 전횡적으로 운용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간단히 말해서 인사청문회라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런 의견 및 비판의 수렴 과정입니다. 그런데 님은 [대통령의 인사에 토를 다는 것은 무리]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님은 대통령의 인사에 토를 달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도덕적으로 결격사유가 있거나 능력이나 자질이 모자란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제외하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저것은 님이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일 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광주학살의 주역 전두환도 님의 인사기준으로 보면 특별한 하자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일합방의 주역 이완용도 저런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을 겁니다.

안대희의 능력이나 자질에 대해서 내가 인정한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은 영남패권이라는 더 큰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일단 보류한다는 의미이고, 또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아직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죠. 이 부분은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안대희가 영남 권력에서 제 역할(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부조리와 모순을 척결하는 작업)을 못할 것이라는 것은 제 판단 맞습니다. 그 이유가 영남패권의 일원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럼 하나 묻겠습니다.

님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관료주의 적폐, 기업과 공무원(부처)들의 유착,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 부처의 이기주의] 등을 꼽았습니다. 그럼 이런 근본원인이 생기게 된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관료주의, 기업과 공무원의 유착,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 부처의 이기주의 등등... 모두가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개혁 대상이 감사원이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으시겠지요?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이 법적/제도적으로 마련해놓은 온갖 감시장치와 규제는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그게 하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내부 프로세스가 망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 내부의 사조직이나 연줄 등입니다. 전두환이 왕초 노릇 했던 하나회가 불법이었던 것은 아시죠?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 내의 영남패권 라인은 일종의 사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까말,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지금 공무원 조직 내의 영남패권 엘리트그룹은 군부 내 사조직을 대하는 것처럼 사법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영남 출신들이 국가 요직을 다 차지한다고 해서 그게 뭐가 문제냐고 묻고 싶습니까? 제가 그런 현상으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를 이미 지적했습니다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특정 지역 출신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나 모든 영역에서 공공 부문의 비중이 무척 큰 나라입니다. 순전히 공공부문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따져도 35% 내외던가 그렇습니다. 이것은 공기업 부문과 연금 등 공적 부조를 제외한 것입니다. 공기업 부문을 포함하면 50%에 육박하며 공적 부조를 포함하면 60%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영역을 공공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고위 관료층을 차지하면 그들은 말 그대로 국가 전체의 자원을 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저런 공공 부문을 영남패권이 장기간 독식하면서 저 공공 부문에 의지하는 민간 부문도 대부분 영남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언딘이라는 업체는 공기업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 업체는 오직 해수부라는 정부 부처만 바라보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에 저런 업체가 한두 개인줄 아십니까? 선주협회니 한국선급이니 하는 곳들도 마찬가지죠. 이런 곳들, 모두가 공무원들과 정부부처에 의지해서 먹고 사는 친구들입니다. 이런 회사나 단체의 대가리들이 모두 영남 출신인 것이 그냥 우연이라고 보십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번에야 해수부 산하에서만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부 모든 부처가 다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온갖 협단체 등 이익단체도 일종의 정부 산하기관 역할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죠. 

하나 물어봅시다. 영남 출신이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있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고, 사람의 자질만 따져야 한다고 본다면 왜 그 자리를 호남이나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출신이 대신하면 안 되나요? 아니, 영남 출신이 그 자리를 차지해도 문제가 안된다면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 출신이 해도 문제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일 것 아닙니까?

님은 이런 얘기도 했더군요. [영남 권력하에 호남인이 총리로 임용되면 그 호남 총리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ㅎㅎㅎㅎ 이거 뭘 말합니까? 한마디로 영남이 권력 잡으면 호남인을 총리로 앉혀도 왕따를 시키거나 명령에 노골적으로 불복종하거나 그런다는 얘기네요? 님의 이 발언이야말로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에서 영남 출신들의 임용을 최소화해야 할 이유로 보입니다. 은설이라는 친구가 [호남 출신을 앉히면 불복종할 것이라는 얘기]는 그냥 억측에 불과하지만 님은 영남 출신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아예 분명히 선언씩이나 하신 셈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어떤 직간접적 책임이 있습니까?]라고 물으셨군요. 그러면 님은 세월호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보십니까? 아니, 그런 논리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눈물씩이나 흘리면서 국민들에게 사과한 겁니까? 박근혜가 청해진해운을 운영하길 했나요, 세월호에 가서 평형수를 버리라고 지시하기를 했나요?

김기춘은 '기춘대원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떠도는 소문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그는 공식 직함만 해도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또한 정홍원이니 안대희니 하는 총리나 총리후보의 까마득한 검찰 선배입니다. 그들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개소리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기춘이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온갖 국정의 핵심 포스트가 PK로 도배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님같은 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님은 또 묻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영남패권들이 뭉쳐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선박법을 어겨 일어난 사고입니까? 청해진해운이 영남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고 영남패권이 비호한 기업인가요? 인천 해경과 인천 항만청, 인천시,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이 모두 영남 출신들로만 채워져 있나요?]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아닌가요? 제가 얘기하지 않았나요?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선박법을 어긴 이유가 바로 공무원들의 관료주의, 기업과의 유착, 기강 해이 등이 다 감시와 견제의 부재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구요. 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을까요? 왜 지키지 않아도 그동안 별 문제 없이 지나칠 수 있었을까요? 청해진해운의 소유주부터 사장, 해경,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의 책임자가 모두 영남 출신 아니었나요? 인천해경, 인천항만청, 인천시 등을 엮어들어가고 싶은 모양인데, 중요한 것은 핵심  포스트 대부분을 특정 이익집단이 장악하고 있으면 그 주변부 사람들은 그 질서에 어떻게든 순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패권이라고 부르는 것이구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끌고 오시는데. 김대중 정권은 사실상 영남/충청과의 연립정권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동진정책 때문에 영남 출신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구요. 노무현 정권이야 영남패권에 대한 알리바이용으로 가져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노무현 정권이야 질적으로 영남패권의 아류였다는 것은 이미 아크로에서도 숱하게 지적된 사실이기 때문에 긴 언급은 생략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 박정희 이후,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본격 추진된 이후 이 나라의 의사결정권의 90% 이상은 영남 출신들이 차지했다고 봅니다. 공공과 민간 부문을 통틀어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근대화의 성과 못지않게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영남 출신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영남 출신들은 그걸 부정합니다. 한마디로 과실은 지들이 다 따먹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하겠다는 거지요. 도둑놈 심보고, 파렴치한 수작입니다.

남재준을 물러나라고 할 대는 언제고... 어쩌구 하셨는데, 저는 남재준이고 김장수고 물러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히 '그 친구들만' 물러나야 한다고 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갸들이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왜 갸들만 뒤집어쓰고 물러나느냐는 겁니다. 영남 출신은 여기서도 문책에서 자유로운 성골이냐는 겁니다. 이럴 바에는 아예 [대한민국은 영남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영남에서 나오고 그 모든 권력의 행사는 영남 출신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내용으로 개헌을 하자고 그러세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님은, 지역차별 철폐운동에 공감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에게 쓰신 그 글을 보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님이 그 글에서 쓰신 내용이 님의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도대체 왜 지역차별 철폐 운동을 지지하시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반대로, 지역차별 철폐 운동을 님이 지지하신다면 왜 저에게 보내는 반론 같은 글을 쓰셨는지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덧 : 안대희의 경우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영남패권에 깊숙히 포섭된 친구라는 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 친구 장난 아니군요. 다만, 분명히 말해둘 것은 저런 문제를 안대희 개인의 자질 차원으로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영남패권의 서로서로 감싸고 도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