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석에 따르면 사회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은 생물학적 환원론(biological reductionism,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빠져 있다. 그리고 생물학적 환원론은 인간의 행동과 사회를 “오로지 생물학적 요인의 결과로만 보려 하는 것”을 말한다.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생산적 소통과 협력은 꼭 필요하고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있다. 인간 행동과 사회현상의 복잡성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고 오로지 생물학적 요인의 결과로만 보려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오히려 왜곡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진정한 만남을 촉진하기는커녕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생물학적 환원주의와 사회학적 환원주의를 넘어서」, 김환석, 『사회생물학 대논쟁』, 김동광, 김세균, 최재천 엮음, 이음, 32~33)

 

바로 이러한 기본 관점을 지니고 모든 동물과 인간의 사회행동을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것이 사회생물학이다. 실제로 윌슨은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서 인간의 공격성, 성적 행동, 이타주의, 종교 등이 유전자의 생존과 증식이라는 근본적 목적에 봉사하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했다(Wilson 1978).

(「생물학적 환원주의와 사회학적 환원주의를 넘어서」, 김환석, 『사회생물학 대논쟁』, 김동광, 김세균, 최재천 엮음, 이음, 35)

 

앞에서 우리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이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빠져 있으며, 이는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음을 지적했다.

(「생물학적 환원주의와 사회학적 환원주의를 넘어서」, 김환석, 『사회생물학 대논쟁』, 김동광, 김세균, 최재천 엮음, 이음, 42)

 

 

 

이것은 진화 심리학이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비판, 적응 만능론(범적응론)이라는 비판,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비판과 맥을 같이 한다.

 

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005. 유전자의 수가 턱없이 적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L9Ys/5

 

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007. 적응만능주의

http://cafe.daum.net/Psychoanalyse/L9Ys/7

 

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010. 문화 연구 배제

http://cafe.daum.net/Psychoanalyse/L9Ys/10

 

 

 

만약 생물학적 환원론을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모두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심리 기제들이 작동한 결과다”라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진화 심리학이 전혀 특별한 학파가 아니다. 어떤 사고 방식이나 행동이 학습 또는 사회화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학습 또는 사회화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심리 기제가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심리 기제가 자연 선택의 산물이라는 점은 창조론자 빼고는 다들 인정한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모두 물리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라는 의미의 물리학적 환원론과 마찬가지로 뻔한 진리(trivial truth). 물론 물리 법칙을 초월한 영혼이 있다고 보는 창조론자는 이것도 거부하겠지만...

 

 

 

만약 생물학적 환원론을 범적응론(panadaptationism) 즉 인간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자연 선택으로 직접 설명하려는 습성이라고 해석한다면 생물학적 환원론에 빠진 진화 심리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할 만하다.

 

1. 일부 남자들이 신부나 스님이 되어서 번식을 포기하는 과거에 그들의 조상들이 번식을 포기함으로써 더 잘 번식했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신부나 스님이 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2.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이유는 과거 사냥채집 사회에서 컴퓨터를 더 잘 만들었던 사람들이 컴퓨터 덕분에 더 잘 번식할 수 있어서 컴퓨터 제조 심리 기제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3. 명예 살인이라는 것이 있다. 바람을 피웠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여자를 오빠나 아버지가 죽여서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람을 피웠던 여동생 또는 딸을 죽였던 남자 속에 있던 유전자가 그런 살인을 통해 더 잘 복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 사람들이 콘돔을 쓰는 이유는 사냥채집 사회에서 콘돔을 써서 자식을 아예 낳지 않거나 남들보다 적게 낳았던 사람들이 그런 행동 덕분에 더 잘 번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신부나 스님이 되어서 스스로 번식을 무지막지하게 제한하면 더 잘 번식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사냥채집 사회에는 컴퓨터가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바람을 피웠다는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딸이나 여동생을 죽이면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를 높이는 데, 즉 유전자를 잘 복제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사냥채집 사회에는 콘돔이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콘돔을 써서 남들보다 자식을 훨씬 적게 낳으면 더 잘 번식할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다.

 

 

 

공격성, 성행동, 이타성을 조절하는 기제들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진화 심리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인 것 같다. 그리고 종교가 개인의 번식 또는 집단의 번성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보는 사회생물학자 또는 진화 심리학자가 꽤 있긴 하다. 하지만 종교가 이런 저런 심리 기제의 부산물(byproduct)일 뿐 적응(adaptation)은 아니라고 보는 사회생물학자 또는 진화 심리학자도 만만치 않게 많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포함하여 온갖 현상들에 대해 진화 심리학자들은 적응이 아니라 부산물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진화 심리학이 범적응론이라는 의미의 생물학적 환원론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모함이다. 전형적인 허수아비 공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