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터니 비버가 쓴 스페인 내전이란 책에서 발췌해놨던 부분인데요. 진짜 총알을 마주한 한 군인의 수기입니다.

언젠가 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유일한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살아남는거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일리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확 드네요.

 

 

 

p363

북쪽에서 공화군이 펼친 유일한 공세는 야노 데 라 엔코미엔다 장군이 12월 초 남쪽 비야레알 산지 쪽으로 밀고 내려간 것이었다. 바스크인들과, 그들과 손발이 잘 맞지 않는 동맹들은 사실상 공군의 지원은 받지 못하고 황소가 끄는 야포 몇문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사기는 높았다. 라라냐가 대대에 속했던 프랑스 출신 공산당원 자원병 피에르 보쇼는 자신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금요일, 어두컴컴하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 우리는 병영 안마당에 모여 탄약주머니에 총알을 채워 넣고 기관총과 권총, 소총을 점검하고 있었다... 우리는 빌바오를 통과했다. 기차 정류장에는 우리 스페인 동지들의 누이, 애인, 어머니들이 서 있었다. 그중 어떤 이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여단 일원으로 와 있는 우리 이탈리아인, 프랑스인, 불가리아인은 여기에 없는 우리의 어머니, 애인, 누이들을 생각했다. 스페인 여인들이 나를 둘러쌌다. 그들은 나에게 빵과 오렌지를 건네주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달콤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청년이여, 당신에게 입 맞추며 안녕이라고 말해줄 가족이 여기에 없군요.’

 

기차 안에서 동료중 하나가 -피에로 였던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이야기했다.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중요한 건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 우리는 <카르마뇰>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우리는 스페인어로 <젊은 근위병>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순간 우리가 불사신으로 여겨졌다. 총알이 머리나 가슴에 박혀도 결코 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엘로리오. 기차가 섰다. 밤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대열을 정돈했다. 양동이로 퍼붓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노동자와 농민으로 구성된 우리 대대는 어둡고 조용한 마을 울타리를 넘어 앞으로 전진 하고 있었다.

 

화요일. ‘동지들 기상. 기상!’ 새벽 2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우리 중대는 언제라도 즉각 전투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뒤발이 말했다. ‘실제로 전투에 뛰어들면 진짜 심장이 빨라지지.’

 

총알들이 나뭇가지에 소리를 내며 박혔다. 총알들이 핑핑 내 옆을 지나갔다. 총아들이 내 주변 땅바닥에 박혔다. 총알 날아가는 소리가 휘파람 소리처럼 들렸다. ‘동지들 앞으로 진격할 준비!’ 하는 소리에 이어서 ‘앞으로 진격!’이라는 큰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앞으로 내달렸다. 발목이 진흙 속에 빠졌다. 우리는 탄알의 장막을 뚫고 앞으로 달려갔다. 나는 겁쟁이가 아니다. 그러나 내 몸이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바람 앞에 선 깃발처럼 몸이 흔들렸다. 나는 두 어깨로 몸을 지탱하고 앞으로 전진 해야만 했다...

 

부상병을 부축하고 가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들었다.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하루 종일 서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부상병의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가끔은 폭탄으로 파인 구덩이에 넘어져 부축하고 있던 부상병과 함께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신음소리는 우리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프랑스인 대대가 싸우고 있는 숲에 이르렀을 때 나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