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건에 따르면 도킨스는 복지 국가를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며 복지 국가에 비판적이다. 사회생물학이 우파 이데올로기에 이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도킨스가 그런 식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비판은 사회생물학이 인종차별주의, 불평등, 기존 사회 구조의 정당화 등 우파 이데올로기를 지원할 것이라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사회생물학의 우파 이데올로기는 도킨스의 복지국가 비판에 잘 나타나 있다. 도킨스는 복지국가가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장황하게 서술하고 있다.

 

자연에서는 그들이 부양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새끼를 갖는 부모들은 자손을 많이 살아남게 할 수 없으며, 그들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많이 전해 내려가질 못한다. 출생률의 이타적 억제가 있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자연에는 복지 국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제멋대로인 유전자는 즉시 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새끼는 굶어 죽게 된다. 우리 인간들은 대가족의 자녀들을 굶어 죽게 한 낡은 이기적인 방식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자급자족 단위로서의 가족을 폐지하고 대신 국가로 대치했다. 그러나 자녀들에 대한 공공의 후원은 남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복지국가는 아마도 동물의 세계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이타적인 사회 체계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이타적인 체계도 선천적으로 불안정한데, 왜냐하면 이기적인 개체들에 의해서 악용되고 남용되게끔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기를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자녀를 가진 인간은 무의식적으로나마 이 사회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Dawkins, 1992, 175-177)

(「사회생물학적 인간관 비판」, 박준건,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설 민주주의사회연구소 엮음, 산지니, 378~379)

 

 

 

박준건이 인용한 부분을 좀 더 길게 인용해 보겠다. 다음은 원문이다.

 

Individuals who have too many children are penalized, not because the whole population goes extinct, but simply because fewer of their children survive. Genes for having too many children are just not passed on to the next generation in large numbers, because few of the children bearing these genes reach adulthood. What has happened in modern civilized man is that family sizes are no longer limited by the finite resources that the individual parents can provide. If a husband and wife have more children than they can feed, the state, which means the rest of the population, simply steps in and keeps the surplus children alive and healthy. There is, in fact, nothing to stop a couple with no material resources at all having and rearing precisely as many children as the woman can physically bear. But the welfare state is a very unnatural thing. In nature, parents who have more children than they can support do not have many grandchildren, and their genes are not passed on to future generations. There is no need for altruistic restraint in the birth-rate, because there is no welfare state in nature. Any gene for overindulgence is promptly punished: the children containing that gene starve. Since we humans do not want to return to the old selfish ways where we let the children of too-large families starve to death, we have abolished the family as a unit of economic self-sufficiency, and substituted the state. But the privilege of guaranteed support for children should not be abused.

 

Contraception is sometimes attacked as ‘unnatural’. So it is, very unnatural. The trouble is, so is the welfare state. I think that most of us believe the welfare state is highly desirable. But you cannot have an unnatural welfare state, unless you also have unnatural birth-control, otherwise the end result will be misery even greater than that which obtains in nature. The welfare state is perhaps the greatest altruistic system the animal kingdom has ever known. But any altruistic system is inherently unstable, because it is open to abuse by selfish individuals, ready to exploit it. Individual humans who have more children than they are capable of rearing are probably too ignorant in most cases to be accused of conscious malevolent exploitation. Powerful institutions and leaders who deliberately encourage them to do so seem to me less free from suspicion.

(The Selfish Gene, Richard Dawkins, Oxford University Press, 30th anniversary edition, 2006, 117~118)

 

 

 

박준건은 이용철의 번역을 인용했다. 다음은 홍영남 & 이상임의 번역이다.

 

새끼를 과다 출산하는 개체가 불리한 이유는 개체군 전체가 그로 인해 절멸해 버리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새끼 중에 살아남는 수가 적기 때문이다. 새끼를 너무 많이 낳게 하는 유전자는 이를 지닌 새끼들 중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개체가 거의 없으므로 다음 세대에 다량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문명인들에게는 가족의 크기가 개개의 부모가 조달할 수 있는 한정된 자원에 더 이상 제한되지 않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어떤 부부가 자기들이 양육 가능한 수 이상의 아이를 낳으면 국가, 즉 그 개체군 중 해당 부부를 제외한 다른 개체들이 개입하여 그 잉여분의 아이들을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한다. 물질적 자원이 전혀 없는 부부가 여성의 생리적 한계에 이를 때까지 아이를 낳아 기르려 한다고 해도 실제로 이것을 저지할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복지 국가라는 것은 극히 부자연적인 실체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키울 수 있는 수 이상의 아이를 가진 부모는 손자를 많이 가질 수 없고, 따라서 그들의 유전자가 장래의 세대에게 이어지는 일은 없다. 자연계에는 복지 국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출생률을 이타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자제를 모르고 방종을 가져오는 모든 유전자는 즉시 벌을 받는다. 그 유전자를 보유한 아이들은 굶주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은 아이를 가진 가정의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옛날의 이기적이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경제적인 자급자족 단위로 하는 것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국가를 경제 단위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생활 보장의 특권은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피임은 종종 '부자연스럽다'고 비난받는다. 그렇다. 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복지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우리의 대부분은 복지 국가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복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자연스러운 산아 제한을 실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 상태에 있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결과에 이를 것이다.

 

복지 국가란 지금까지 동물계에 나타난 이타적 시스템 중 아마도 가장 위대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것은 그 시스템을 착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게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키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무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므로, 그들이 의식적으로 악용을 꾀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나는 다수의 아이를 낳도록 의도적으로 선동하는 지도자나 강력한 조직에 대해서는 그 혐의를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기적 유전자: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0, 208~210)

 

 

 

인용한 김에 홍영남 & 이상임의 번역에 시비를 약간 걸어 보겠다.

 

원문: I think that most of us believe the welfare state is highly desirable. ... Individual humans who have more children than they are capable of rearing are probably too ignorant in most cases to be accused of conscious malevolent exploitation. Powerful institutions and leaders who deliberately encourage them to do so seem to me less free from suspicion.

 

홍영남 & 이상임: 우리의 대부분은 복지 국가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있다. ... 자기가 키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무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므로, 그들이 의식적으로 악용을 꾀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나는 다수의 아이를 낳도록 의도적으로 선동하는 지도자나 강력한 조직에 대해서는 그 혐의를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1. “I think”를 번역하지 않았다.

 

2. “too ignorant in most cases to be accused”는 “too ~ to ~” 구문이다. 따라서 “부양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자식을 낳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의식적으로 악의적 착취를 한다고 비난하기에는 너무 무지한 것 같다”라고 번역해야 그 뜻을 더 엄밀하게 전달할 수 있다. “무지 때문에” 부양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자식을 많이 낳는다는 뜻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복지 국가를 착취할 정도로 유식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3. “Powerful institutions and leaders”에서 “powerful”은 “institutions and leaders”를 수식하는 것 같다. “지도자나 강력한 조직보다는 “영향력이 큰 단체와 지도자”로 번역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도킨스는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은 아이를 가진 가정의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옛날의 이기적이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의 대부분(most of us)은 복지 국가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도킨스가 자신은 “우리의 대부분(most of us)”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히지 않는 이상 도킨스도 복지 제도 자체에는 찬성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쓸 당시에 영국 노동당에 투표했다고 한다.

 

도킨스는 1970년대에 노동당에 투표했으며 자유민주당이 창당된 이후에는 그 당에 투표했다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Dawkins has described himself as a Labour voter in the 1970s and voter for the Liberal Democrats since the party's creation.

http://en.wikipedia.org/wiki/Richard_Dawkins

 

 

 

도킨스가 복지 제도가 “부자연스럽다(unnatural)”고 이야기하기는 했다. 하지만 도킨스는 피임도 “부자연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박준건이 “도킨스는 복지 제도는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도킨스는 피임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도 해야 일관성이 있다. 인용문에는 없지만 상상력을 1cm만 발휘한다면 “도킨스는 병원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킨스가 복지 제도에 반대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싶다면 도킨스가 교황과 손을 잡고 콘돔을 불태우는 장면도 상상해야 한다.

 

 

 

여기에서 도킨스는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맬써스(Thomas Malthus)에 따르면 복지 제도는 인구 폭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인구가 엄청 많아지면 인류는 아주 비참해질 것이다. 그런데 콘돔의 발명으로 해결책이 생겼다. 콘돔도 복지 제도도 어떤 면에서 보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사회생물학자와 진화 심리학자는 “자연스러운 것이 곧 바람직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병원, 학교, 피임, 선거와 같이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대체로 지지한다. 물론 사회생물학이나 진화 심리학과 같은 과학도 “부자연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