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시대착오적인 영남패권 인사는 철폐해야"


이번에도 또 영남 출신이 지명됐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동반 책임지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 국무총리 후보 안대희 씨에 대한 얘기입니다. 안대희 후보는 경남 함안 출신입니다. 이런 인사는 이제 정말 그만둘 때가 됐습니다.


안대희 씨의 개인적인 역량이나 자질 등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역량과 도덕성을 인정받은 인물이 문제가 있는 조직에 들어가는 경우 오히려 그 조직의 문제를 감추고 근본적인 해결을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하는 얘기입니다.


새로 임명된 국무총리는 세월호 전복 침몰 사건을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구조적인 문제를 수술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그런 시도의 단초라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대희 후보는 그런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이번 세월호 사건에 분노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번 사고 수습 인사의 핵심으로 거론하는 것이 바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입니다. 하지만 ‘기춘대원군’ 김 실장은 이번에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대희 후보는 김기춘 실장의 까마득한 검찰 후보인데다 평소에도 “내 머리는 김기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김기춘의 우월성과 주도권을 인정해온 사람입니다. 국무총리 안대희와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이 콤비를 이루면 과연 대한민국이 잘 굴러갈까요? 앞으로 세월호 사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을 바로세울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전임 정홍원 국무총리도 경남 하동 출신에 안대희와 마찬가지로 김기춘의 검찰 후배입니다. 청와대와 내각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출신 배경이 달라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라면 청와대와 내각, 국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힘깨나 쓴다는 곳곳에 모두 영남 출신들만 자리잡은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지연과 학연 등으로 맺어진 인맥들이 서로서로 적당히 봐주고 눈감아준 ‘세월’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세월호 사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봐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 및 해양 업무의 지휘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정홍원,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안전행정부 장관 강병규, 해양경찰청장 김석균, 한국해양구조협회 총재 신정택,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주성호, 한국선급 회장 전영기, 언딘 대표이사 김윤상 등이 모두 영남 출신입니다.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 유병언과 ‘세월호의 악마’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이준석 선장을 빼고도 그렇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빚은 원인으로 선령 제한 등 규제의 완화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규제의 완화가 아니라, 있는 규제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 있었습니다. 규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반드시 이루어졌을 세월호 과적과 안전장치 부실에 대한 감시와 점검이 왜 엉터리였을까요? 지킬 수 없는 규제를 만들어 이너서클 밖에 회사나 인물은 경쟁에 끼어들 수도 없게 만들고, 이너서클 안에서 같은 지역 출신들끼리 뭉쳐 지켜야 할 규제도 허수아비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물러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하필이면 둘 다 영남 출신이 아닌 것도 눈에 띕니다. 이 와중에도 이번 인사를 보도한 네이버 기사의 댓글에는 눈엣 가시였던 호남 출신 김장수가 물러난 것에 환호하는 반응이 눈에 띕니다. 이런 댓글들을 단 사람들의 관심이 세월호 사건의 수습과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오직 영남패권의 걸림돌인 호남 출신의 제거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철저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으로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정현 홍보수석을 어떻게든 쫓아내야 한다고 게거품을 무는 것도 마찬가지 반응입니다.


지지기반이 한쪽에 편중된 집권세력은 정권의 위기가 닥칠 때 인재 등용 풀을 넓히고 지지기반을 확대해서 국정 운영의 난맥상을 극복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성벽 안으로 후퇴해서 벽을 높이고 자신들 속에 섞여있는 이방인들을 내쫓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연성과 개방성이 부족한 세력들이 늘 보이는 행태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 집단의 특성이 편협성이며 바로 그 때문에 문제해결 능력이 제로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태입니다. 김영삼 정권이 ‘능력 위주 인사’라는 궤변을 내세워 영남 출신으로만 국정을 운영하다가 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물러나야 할 사람은 물러나지 않고(누구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둘째, 들어오지 않아도 될 사람은 들어오고(역시 아실 겁니다),


셋째, 들어와야 할 사람들은 사라져 보이지 않는(이건 우리 모두가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런 인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매우 호소력이 짙은 국정 선언입니다. 온갖 비리와 편법과 끼리끼리 알아서 해쳐먹는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횡포와 비정상에 질릴대로 질린 국민들이 큰 기대를 걸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서 대통령의 저 국정 구호는 ‘비정상적인 것을 누구나 당연한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하겠다’는 속마음에서 나온 것 아닌지 의심을 갖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평형수를 내버리고 균형을 잃어 한쪽으로 기울어져가는 대한민국호를 바로잡을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비록 영남 지방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집권했지만 그래도 당신은 대한민국 전체의 운명을 고민해야 하는 분입니다. 지금과 같은 국정 운영과 인사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광범위한 탕평인사로 국정의 근본부터 바로잡는 노력을 시작하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14년 5월 23일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