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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형, 자네가 지난번 칼럼에서 “광주가 시험에 들었다.”고 한 것에 참으로 깊이 통감하네.

광주를 사랑하는 늙은이로서 나도 안타깝고 답답하네. 어제는 무등산 밑 조촐한 술집에서, 등산복 차림의 70대 노인과 20대 젊은이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시장 공천 결과를 놓고 입씨름 하는 광경을 보았다네.

노인: “누가 봐도 밀실 야합 낙하산 공천이여. 이건 새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란 말이여.”

청년; “경선으로는 개혁적인 인물을 선택할 수 없지요. 이젠 광주에 새 인물이 필요해요.”

노인; “정치적 비중으로 따지면 강 시장이나 이 의원만큼 무게 있는 인물이 없지 않은가.”

청년; “장관, 국회의원 다 했으니 이젠 중앙에서 활동하고 광주는 새 인물을 키워야지요.”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면서 나는 광주민심이 안철수 지지와 반대로 분열되고 있음을 알았네.

2년 전 새정치 아이콘 안철수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하자 사람들은 “안철수로 단일화가 되었더라면 당선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지.

또 “안철수가 적극적으로 문재인을 지원했더라면 문재인이 당선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네. 그만큼 안철수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광주시민들에게 희망적인 대안세력이었네.

대선 패배로 민주당이 지리멸렬, 지지율이 바닥이었을 때도, 안철수 신당 호남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훨씬 높았지 않았는가. 그만큼 안철수는 호남에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었네.

마침내 50대 50의 지분으로 합당을 했네. 그러나 안철수는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겨우 광주시장 한 곳을 전략공천 했을 뿐이네. 안철수는 실리면에서 완전 패배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로 민주당’이 되었지 않은가. 안철수의 새정치 꿈은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단단한 기득권의 벽을 뚫으려다 만신창이가 된 거지.

이윤석 수석대변인이 “당을 떠나라.”고 하지 않았는가. 5·18 때 광주에 온 안철수는 봉변까지 당했다네. 물론 안철수에게 소리치고 계란을 던진 행위가 광주 전체의 민심은 아니지만 상처는 상처지.

당에서 조차 고립무원 처지가 된 안철수는 합당을 후회할지도 모르지. 혹자는 정치초년생 안철수가 정치고단자들에게 당한 것이라고 하더군.

안철수는 지금 당 안팎으로부터 파상적인 공격을 받고 있네. 언론에서조차 안철수만 집중공격을 하더군. 안철수 죽이기에 힘을 모으는 것처럼 느껴졌네.

이제 광주 선거는 윤장현의 싸움이 아니라, 안철수·김한길 두 당 대표의 싸움이 되었네. 광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택하든지 거부하든지 해야하네.

광주는 안철수의 마지막 보루가 된 셈이지. 광주에서 지면 안철수는 정치적 뿌리가 뽑히게 되고 당에서도 밀려날 수 있지. 광주가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게 되었다네.

안철수가 무너지면 정권교체 대안세력 한 사람을 잃게 되는 거네. 이럴 때 광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전략공천 때문에, 오랫동안 애증으로 품어온 민주당의 몸통을 잘라버려야 하는가?

어쩌다가 광주가 이런 고육계(苦肉計)의 덫에 걸렸는지 모르겠네. 소부· 허유(巢父·許由)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한승원 형, 금강경 게송에 춘란추국(春蘭秋菊) 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봄에는 난초요 가을에는 국화로, 각자형향(各自馨香)이라, 난초와 국화는 모양도 향기도 각기 달라,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가 없지.

춘화추월(春花秋月)도 마찬가지네. 난초도 국화도, 꽃도 달빛도 다 소중하여 어느 것을 특별히 좋아할 수가 없지 않은가. 허나, 진정 하늘의 뜻이라면 나는 무구 순결한 난초를 택하겠네.

이백(李白)이 답설심매(踏雪尋梅)에 빠진 맹호연(孟浩然)에게 매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화사하거나 요염하지 않고 너무도 정치(淸致)하여 만고에 쌓인 티끌을 깨끗이 씻어줄 것만 같아서”라고 답하지 않았다던가.  문순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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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