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여러 논점중의 하나가 규제에 대한 것이다. 한쪽은 규제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니 더 많은 규제도입을, 한쪽은 너무 많은 것이 원인이니 오히려 규제혁파를 주문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세월호는 규제가 많고 적든간에 상관없이,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 진짜 원인이다. 규제의 많고 적음은 차후에 따져볼 문제라는 것.  

사실 우리나라의 선박안전에 대한 규제조항 자체는 넘치도록 충분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규제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 즉 수많은 규제들이 있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그럼에도 사업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며, 따라서 아무 규제도 없이 방치해놓는 사실상의 무정부상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무정부상태에서는 세월호같은 대형 선박이 저렇게 허망하게 침몰하는 것 쯤은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일이다.

그러면 결국, 규제에 대한 논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그런 무정부상태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우선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X피아로 요약되는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 이거는 너무 뻔해서 자세한 언급을 생략하고 하나만 이야기하자. 관피아들을 몽땅 때려잡으면 문제가 해결될거라는 단순한 접근법은 문제가 있다. 그런 부정부패와 비리는 왜 발생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한다. 단순히 공무원들의 양심에 털이 나서 그랬을까?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은 바로 지키기 어려운 규제가 너무 많았을 거라는 거다. 특히나 정부가 선박운임을 통제한 상태에서, 세월호에 요구되는 규제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규제는 곧 비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필 유병언과 구원파라는 또라이들이 세월호를 운영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오히려 거꾸로이다. 왜 하필 그런 또라이들이 세월호를 운항하고 있었을까? 혹시 그들처럼 특이하고 요상한 사람들 말고는 세월호 운항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여객운임을 통제당하는 조건이, 규제를 다 지키며 양심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이 된 것은 아닐까? 

사실 '지킬 수 없는 규제' 는 비단 세월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모든 규제는 다 만들어진 유래가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한국은 안전에 대한 규제나 법률이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게 짜여진 나라이다. 세월호때문에 마치 안전에 대한 규제 조항들이 매우 허술한 상태일거라는 착각들을 많이 하는데,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오히려 저 멀리 대연각 남대문시장 화재사건부터 시작해서 성수대교 서해페리호 삼풍등을 거치며 만들어진 안전에 대한 규제들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혹시 기회가 되면 소방안전법 같은 법률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정말 벼라별 조항들이 다 있고, 저걸 어떻게 다 지켜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이다. 

그래서 한국은 '적당히 반칙하고 법을 어기면서도 무사할 수 있는 능력' 이 가장 중요한 능력인 나라가 되버렸다. 그거 제대로 지키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건 현장의 단속공무원도 다 안다. 그 결과가 부정부패와 비리인 것이고, 사고가 터진후에야 뒷북치면서 이거 어겼네 저거 어겼네 북새통을 피우는 원인이다. 반칙하지 않고 법 잘지키면 당연히 비용이 늘어난다. 그리고 동일한 조건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자는 경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래는 경쟁에서 패배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회. 그게 세월호를 침몰하게 만든 주범인 것이다. 

결국 이런 역설적인 명제가 성립한다. "지킬 수도 없고 쓸데도 없는 규제들이 너무 많아서, 규제 제로의 무정부상태가 되었다" 



(사족) 세월호참사 얼마전 박근혜가 규제혁파를 주제로 끝장토론회를 열었다. 방향 자체는 옳다. 그러나 규제집행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에 대한 적대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안그래도 규제 제로의 무정부상태인 한국적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날개를 달아주는 격. 현장의 단속공무원이 <사실 이거 다 지키면 사업 망하시죠> 라고 떠드는건 그거 뇌물달라는 소리인 것과 같다. 대통령은 닥치고 규제를 집행해야 한다. 당연히 많은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그걸 누가 해결해야하는가? 바로 국회이다. 물론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니 대통령이라도 나서야한다는 논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굴러가는 나라는 얼마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