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서 21일자 기사로 이런 내용을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한국 노동자 권리보장, 세계 최하위 등급" (기사링크)

  요약하면, 국제노동총연맹에서 139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노동권리지수란 걸 작성해 처음 발표했는데, 여기서 한국이 중국, 인도 등 (우리가 내심 조금 얕잡아 보는) 나라들과 함께 최하위권인 5등급에 들었더라. 또 1등급은 주로 서유럽 국가들이 차지했으며 한국의 라이벌(?) 일본은 2등급에 들었다, 이런 정도의 내용입니다. 

  과히 유쾌한 내용의 기사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아크로 회원들을 상대로 "아크로 회원들만이라도 더 늦기 전에 각성합시다. 한국의 열악한 노동권 보장 실태를 개선하는데 신경을 써야..." 운운하는, 당위론에 입각한 - 어찌보면 구태의연하다고도 볼 수 있는-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려고 이 기사를 소개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본인의 이념성향이 한국적 상황에서 광의(든 협의든) 좌파 쪽에 기울었다고 게 여기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글이 하나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는 겁니다. 

 바로 착한왕 이상하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해당 기사 논평인데, (중요한 기사 '한국 노동자 권리보장 세계최하위등급' 글 말미에 이런 질문을 하나 던져요.

 
 
 당신이 한국의 진보주의자(?)를 자청한다면 반드시 대답해 볼 필요가 있는 물음이 있다. 

  '한국의 특수한 여건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당장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수준으로 높일 수는 없다. 분명히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정책은 좀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 실행은 사회적 분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지금 경제적 위기에 처한 것도 사회적 분배 정책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기사를 놓고 이렇게 얘기할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입장을 반박해 본다면? 

  (단, '인권의 보편성', '현 정권의 누구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식의 논조는 사용하지 말 것!)

 
  전 아직 여기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광의든 협의든 좌파(친화)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기사를 읽고 생각해 볼 질문의 하나가 바로 이 질문이라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여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제가 한국사회당(과거의 진보신당)에 호감은 가질지언정 그 정당의 지지자까진 아직 되질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 질문과 조금은 관계가 있습니다. 제가 보건대 한국사회당은 이런 질문들에 설득력있고 대답과 정책적 방안을 꺼내놓을 역량을 미처 갖추지 못했어요. 심히 유감이지만. 

 마지막으로, 제가 인문좌파에 시큰둥한 이유 역시 이 문제와 걸려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인문좌파라고 할 때 말하는 인문학은 사실상 현대 프랑스 인문(철학)을 말합니다. 통속적으로 포스트~ 란 수식어가 곧잘 따라다니는 이론사조들을 느슨하게 통틀어 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전적?으로는 알튀세르니 푸코, 보드리야르, 들뢰즈, 라캉 같은 사람들 이론(사상)이 주로 여기에 걸리고, 조금 더 최근엔 지젝을 비롯해 바디우니 랑시에르, 라크라우, 아감벤 같은 사람들 이름들이 떠다니죠. 주로 이런 유럽대륙철학(특히 프랑스 이론)을 파대면서 이를 이념적 배경으로 삼는 사람들을 한국에선 '인문좌파'라고 하는데, 이택광같은 사람이 그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중권도 그 쪽이라고 볼 수 있고. 연령대를 그보다 조금 낮추면 붉은서재라는 블로그 운영하면서 책도 낸 바 있는 20대의 박가분을 예로 들수 있을테고 (박가분 블로그에 가서 그냥 포스팅 태그만 보셔도 왜 이 사람이 한국적 의미에서 인문좌파가 되는지 바로 알게 됩니다). 

 저런 프랑스 이론들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요..., 솔직히 전 이제껏 프랑스 인문학 열심히 파는 사람들 입에서 제가 위에 소개한 착한왕님의 저런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딱부러지면서도 그럴싸한 대답을 들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편식도 심하죠. 저런 사람들이 피게티의 "21세기 자본론"에 이렇다할 관심을 기울일까요? 그보다는 지젝의 내한 강연에 귀를 더 솔깃해할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각도에서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있는지 그 뿌리를 좀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박가분의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 이택광의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같은 책도 두어 권 들여다 본 적이 있는데, 제 감상을 말하라면전반적으로 붕~ 떠있어요. 나쁜 의미에서 사변성이 강하고. 그리고 한국이 처한 구체적 정치-사회적 현실에 맞닿아 있지도 않은 것 같고 (물론 읽는 재미는 그냥 저냥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참 허무한 게 아니냐는 거죠. 그것도 나름 팔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건데. 

 결과적으로 프랑스 인문학에 경도된 좌파들을 헐뜯는 글이 돼버렸습니다만, 하여간 전 그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