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정의, 쟈베르 경감>

아직도 ‘나쁜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앙시앙레짐의 충실한 수호자로 나오는 쟈베르 경감도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자기 자신이 믿는 체계, 자기가 믿는 정의에 따라 쟝발장을 추적하고 앙시앙 레짐의 법 아래 처벌하려하는 쟈베르 경감, 그를 보면서 문득 5.18 전남도청 진압에 직접 참가했던 사촌형이 생각났습니다. 쟈베르 경감은 자기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기 신념을 관철하고, 저의 사촌 형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그 현장에 투입되었던 것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인간이 내몰릴 수 있는 극단의 순간에 있었던 것은 비슷하다고 보여집니다. 사촌 형은 제가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당시의 경험에 대해 극히 말을 조심스럽게 했습니다만, 저는 그 짧은 이야기에서 사촌 형도 시대의 피해자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본인의 의사(자유 의지)와 무관했던 과거의 행위로 인해 자기 삶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연 역사의 죄인일까요? 운이 나빴더라면 저나 여러분의 형제들이 사촌 형 대신에 그 현장에서 광주시민과 맞다뜨리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5.18이 장발쟝의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질곡의 역사를 직접 거둔 사촌 형의 삶 앞에 겪어 보지도 못하고 그 현장에 내 자신이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말로만, 그리고 글로 그것을 대상으로 삼았던 제가 조금 편안해질 수 있겠다는 제 자신의 욕심이라고 비난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마지막에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본인 스스로 말하고 있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