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전라도가 정권을 잡아야 좋은 나라가 된다는 말씀
전라도와 영남패권주의를 등치시키는 인식은 죄악

광주민중항쟁 35주년이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진로를 바꾼 분수령이 몇 차례 있었다. 광주민중항쟁도 그 중 하나다. 80년 5월 광주 이후 대한민국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다. 광주와 전라도가 없었더라면 군부독재의 종식과 87년 체제의 성립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광주와 전라도가 경상도 사나이 노무현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체로 끝났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국가기념일 제정과 보상도 이뤄졌다. 얼추 광주는 복권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광주의 복권은 표면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이고 이면에서는 여전히 광주는 고립상태다.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 상수라 할 새누리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늘 호남포위전략을 사용하며, 호남에 대한 자원의 배분은 항상 인색하다.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호남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오히려 심화되는 경향이다. 광주민중항쟁을 북한과 연계시켜 광주를 능욕하는 유사파시스트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고, 유사 인종주의로 무장한 채 광주와 호남을 능멸하는 일베충 같은 무리들도 있다. 

 

광주의 진정한 복권은 정치적, 상징적, 문화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달성될 수 있다. 정치적, 상징적, 문화적 층위에서 호남에 대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차별과 배제가 완전히 사라질 때 광주는 복권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전라도의 투표행태를 영남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횡행하는데 이건 위험천만한 시각이며, 완전히 잘못된 인식이다. 박정희가 선거전략으로 포섭한 이래 한국정치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요인이 된 영남패권주의는 유사인종주의를 심리적 기반으로 한다. 영남이 한국사회를 좌우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격은 생래적인 우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영남패권주의의 멘털리티다. 

 

건강한 보수정당과는 거리가 먼 새누리당과 그 전신들에 대한 영남의 지독한 편애와 정치적 지지와 몰표는 영남패권주의를 떼어 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혹자는 영남의 몰표를 정당정치의 미발달에서 기인하는, 즉 자신들을 대표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분명 일리가 있는 분석이고, 정당정치의 발전과 이를 가능케 할 선거제도의 도입이 영남패권주의를 완화시킬 방법이라는 대목도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영남패권주의를 단지 제도의 문제로 환원하는 태도는 실체적 진실의 일부를 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영남패권주의가 준동하는 심리적 기제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영남패권주의가 가해자의 논리라면 전라도의 정치성향은 피해자의 논리라는 것, 영남패권주의가 공익과 대의의 반대편에 있다면 전라도의 정치성향은 공익과 대의에 복무한다는 것, 영남패권주의가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다면 전라도의 정치성향은 병든 한국사회를 정화시킨다는 것이다.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가 없었다"는 충무공의 말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