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인적인 인상 비평입니다. 자유 게시판에 올리려다가, 정/사게 물신주의에 관한 미뉴에님 지적을 받아들여 그냥 올립니다. 

(1) 일단 앞장서서 나대는 투사 타입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좀 낯선 느낌을 줍니다. 독재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야권에서는 맨 투사 타입의 지도자들이 많았으니까요. 아니 적어도 목소리 큰 사람들 전방에 내세우고, 그 뒤에서 독려하며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야당 지도자"들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안철수는 조금 다릅니다.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조곤조곤하게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고, 길거리에서 풍찬 노숙 하는 장외 투쟁보다는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마라톤 협상에 어울리는거 같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던 과거 지도자들의 지지자로서는 새로운 아이돌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싱겁다고 말하시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개인적으로 목소리만 크고 일단 들이미는 스타일의 사람들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건 저한테는 차라리 장점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만 해도, 전혀 무리하지 않고 딱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요구만 해서 오히려 낯설어 깜짝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NLL 건에서 낚여서 파닥거리던 야당이, 번번히 오버하다가 제풀에 자빠지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야당 지도자의 "야성 혹은 전투성" 이 모자란다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신중하다는 플러스로 볼수도 있겠습니다. 

(2)  보스의 포지션에 올라있는 이상, 아이돌 - 바지사장 노릇은 절대 안하려고 합니다. 

안철수에게 달려든 수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은 제가 보기엔 이랬습니다. 
   "학교다닐때 책이나 보고 공부나 했을 것 같은 백면 서생. 니가 정치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 니가 지금 인기는 많은거 같으니, 내 너를 나의 그릇으로 삼아 나의 뜻을 실어 펴리라."

이렇게 보면 안철수는 가장 과대 평가되면서도, 가장 과소 평가되던 정치인입니다. 김성식이건, 송호창이건, 최창집이건, 윤여준이건... 아마 순진한 안철수가 자기가 시키는말 고분고분 잘 들을거라 생각했겠죠. 근데 그렇지는 않았던거 같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중요 결정을 항상 직접 내렸지요. 

아마 지금의 김한길 - 안철수의 관계가 이뤄진건, 김한길이 기존 인물들 처럼 (바지사장) '안철수를 뽑아먹자' 라는 스타일로 움직인게 아니라, (대등한)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자' 라고 접근했기 때문에 이루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3)  생각보단 과감해서 아니다 싶은건 빨리 버립니다. 쓸데 없는 명분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4)  그렇다고 포기하는건 아니고, 항상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대신 불확실한 어음을 확실한 현찰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꾼다고나 할까요  
 
이건 벤처 회사 CEO 에서 얻어진 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거다."라는 마인드 라고나 할까요?

이를테면 최창집 교수 같은 경우에도 그렇고, 윤여준 씨의 경우에도 그렇고, 신당의 경우에도 그렇고, 자기에게 아니다 싶은 사람과 조직은 과감히 버리고, 새 사람과 새틀로 갈아탔습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신기루 같은 지지율만 가지고 있던 제 3후보 개인 안철수에서, 제 3당의 당수를 거쳐서, 제 1 야당의 공동 대표라는 더 실권 있는 자리로 바꿔 간겁니다. 

특히 윤여준 씨의 경우에는 선거 책임을 맡겼는데 "이번 선거는 어떻게 지느냐의 싸움" 따위의 말이나 하고 다녔으니 잘릴만 했다고 봅니다. 만약 윤여준씨 말대로, 지는 싸움이나 하려고 비비고 있었으면, 이번 세월호 정국이 발생했을때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니 전 그보다 세월호 사건이 안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지는 싸움을 한 상태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대체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 회의적입니다.)

기초 공천 폐지가 물건너 가고, 안철수 손발이 잘릴 지경이 되었을때도, 당대표 던지라고도 했고, 기상청님 같은 분은 정계 은퇴하라고 까지 했죠. 그럼에도 당시 패배가 기정사실 같았던 선거를 맞으면서도 그냥 당대표 자리 지켰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에서 당대표 던지고 야인생활 하면서 속으로 민주당 선거 폭망해라 저주나 지냈으면, 훨씬 실망했었을 겁니다.  그렇게 버티다가 세월호 사건으로 정국 흐름이 조금 바뀌었죠. 아래 기상청님 분석 처럼, 야권 선거 폭망하면 그 책임을 김한길/안철수에게 뒤집어 씌울 요량이었던 친노/구참여정부 세력으로서는 조금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5) 이 연장선에서 지금 윤장현씨의 공천은 자뭇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기초 공천 폐지가 물건너 가는 순간 마음 먹지 않았었을 까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여권 압승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아마 딱 한군데 광주만 이슈였을 겁니다. )

비유로 말하자면 안철수씨의 CEO 마인드로 호남지역, 특히 광주와 딜 -- 투자 협정 -- 을 맺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자신에 대한 안정적인 지지 기반이 되어 줄 수 있냐 없냐 하고 말입니다. 제가 해석 하고 있는 안철수씨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습니다.

"독자적으로 새정치연합을 만들었을 때 변화에 대한 갈망이 가장 컸던 곳이 광주로 (민주당과)합당했을 때 광주에 가장 빚진 마음이 들었다"  ==> 호남(광주)에서 안철수를 통해서, 야권 개혁을 맡기려고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정치 연합 만든거다. 

"광주가 그렇게 변화를 갈망했는데 변하는 것 하나도 없이 가고 있었다" ==> 이대로 가면 야권은 그냥 도로 노빠당 되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었다" ==> 나는 그 대안이 되려고 한다. 

"가만히 가면 풍파없이 편하게 갈 수 있지만 그것은 광주의 변화를 바라는 분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도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략공천은)저한테도 가장 괴롭고 어려운 일이었다" ==> 그냥 무난하게 노빠당에 묻어갈 수도 있겠는데, 그건 좀 아니지 않겠느냐?

"광주부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한 것 아닌 가 싶다" ==> 야권 핵심인 광주가 먼저 나에 대한 지지를 확인해 달라. 그래야 야권 개혁이건 뭐건 이뤄지지 않겠느냐.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딜을 맺으려는 접근 방식이, 되도 않는 "자식을 이기는 어머니가 어디있느냐" 타령이나 하는 기존 야권 정치인들보다 훨씬 신선하고 건설적이라고 봅니다. 

(6) 안철수씨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호남의 지지를 부끄럽게 여기는 기존의 어설픈 '야권의 새바람'과는 확실히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야권의 스타가 되면  "일단 호남부터 변하고 반성해야 한다."라고 일갈부터 하고 시작하고, 호남에 갇힐까봐 두려워서 호남을 멀리했던 사람들 하고는 말입니다.

외려 야권에서 호남의 중요성과 헤게모니를 인정하고, 거기서 추인 받으려고 하는 겁니다. 

아마 이 추인을 받는데 실패하면, 그땐 진짜로 정계 은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남이 안철수를 통한 야권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명분도 동력도 없어지는 거니까요. 

결국 다시 선택은 광주가 하는 겁니다. 안철수에게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볼지. 아님 그냥 접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