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마바사 1

 

 나에게 왜 떠나 왔느냐고 묻지 마라

 

조국을 떠날 때는

다시는 조국을 생각하지 않기로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

 

 하지만 십년 이십년 삼십년 사십년이 흘러가면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조국을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조국은

언제나 허공에 하얀 달이 되어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오면서

왜 떠나 왔느냐고 질책을 했다

 

그러나 조국이어

나의 삶에 관하여

왜 무엇 때문에 라는 질책을 던지지 마라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때때로 나는 신의 노리개가 되어

나도 모르는 길을 걸어왔다

 

 헬쑥한 내 얼굴에 엇비낀 조국의 달이어

언제나 내 세상에 하얗게 걸려있는

조국의 달이어 나의 숙명이어

그 속엔 내 아버지의 무덤이 있으며

그 속엔 말로 다 할 수 없는 회한이 있으며

그 속엔 나의 청춘의 못 다한 사랑이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자는 거냐

 

조국을 떠날 때 흘린 눈물을 주먹으로 훔쳐냈지

조국의 달을 보며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린다

 

아직도 내게 꿈이 남아 있다면

조국의 달을 향하여 밧줄이라도 타고 올라가듯

미친듯 가나다라마바사  아야어여오유으이를

지쳐대는 일 아니겠는가.

 

 

* 이세방은 60년 초 미국이민 떠나 지금껏 LA에 거주한다. 도미 전 그때는 선두그룹 인기시인이었다.

이 시는  몇해 전 국내 발간된 그의 시집 <헬렌에게 보내는 편지> 맨 앞에 나온 시이다. 여러가지로 어수선한 지금

조국이란 말을 생각케 하는 시이다. 이민갈 때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다 작심했는데 신군부 패악을 보고 시를 다시

쓰게 되었다 한다. 그의 부친은 전쟁때 행불자가 되고 (혹은 월북?) 그것이 당시 이민의 주된 동기였다고

기억한다. 그는 북에도 다녀온 바 있다. 미국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그가 지금 용무차 서울에 와

있는데 떠나기 전 한번 꼭 만나야겠다고 한다. 2~3일 사이 그와 해후할 것 같다. 참 여담인데

그는 주인 없는 빈 하숙방 책상 위에 놓인 작품을 주인 몰래 들고 가서 잡지 편집자에게 넘겨버렸고 그게 하숙방 남자

의 자의반 타의반 데뷔가 되었다. 나와 그런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