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가령 2014년 1월 어느날,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이 대통령을 찾아와서 본인이 미래에서 왔음을 증명하고는 달랑 이 말만 하고 사라집니다. 

"몇달 후 여객선 하나가 안전소홀로 침몰하여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정부와 해경의 삽질로 제대로 구조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이 말 말고는 그 미래인이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고 치자구요. 만약 여러분들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해경이 삽질을 한다하니 해경부터 해체하고 국가안전처 신설하여 블라 블라... 공무원들을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불상사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응? 차라리 몇달동안 일체의 여객선 출항을 금지시키는 단순무식한 대책이 훨씬 더 솔깃할 거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라면 정부의 이런 대책을 믿고 아이들을 안심하고 여객선에 태워서 수학여행 보낼 수 있었을까요? 

박근혜의 담화문이 멍청하고 황당한 것은 그래서이죠. 오늘자 대통령 담화문은 시계바늘을 사고 이전으로 되돌린 상태에서 들었을 때에도 무릎을 탁치면서 '오. 그렇게하면 완전 무사하겠네. 이제 우리 아이들 안심하고 수학여행 보내도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만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거죠. 그래야만 재발방지책 인거고,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그 정도는 나와줘야죠. 혹시 지금 박근혜 담화문을 물고 빠는 분들은 이제부터 본인의 아이들을 안심하고 여객선 비행기 태워서 수학여행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러시는 것인지? 미안하지만 저는 못 보냅니다. 해경은 못 믿지만 국가안전처는 믿어도 된다는 말인건지 뭔지. 

세월호 재발방지는 딴거 없어요. 시계바늘을 사고 이전으로 되돌린 상태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를 토론하면 되는겁니다. 쓸데없는 규제들은 모두 없애되, 꼭 필요해서 남겨놓은 규제라면 목숨걸고 에프엠대로 지키도록 하면 됩니다. 이게 안되면 백약이 무효. 규제가 미흡하고 메뉴얼이 부실하고 정부조직이 어떻게 짜여서 침몰한게 아니라, 규제를 에프엠대로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거라는건 삼척동자들도 다 압니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안전기준 마련하고, 그것을 무시하는 기업들은 망하게 만드는게 우선입니다. 정부의 힘이 모자라면 해당 정보 공개해서 소비자들이 심판하게 만들면 됩니다. 만약 세월호의 인허가과정, 과적사례, 선장의 경력 이런 정보들을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면 청해진같은 회사들이 무사하게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