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님의 '재난에 관련된', '읽어보니 너무도 당연한 답변' 중에 다음 설명이 눈에 밟힌다.



때문에 이렇게 다양하고 상대적인 이해관계속에서 무수한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거치며 (효율 최적일 것 같은) 어떤 공통의 합의점 혹은 기준점을 찾아갈 수 밖에 없으며, 우리는 그걸 정치라고 부릅니다.



피노키오님의 설명은 '사회의 합의가 된 재난 상태에서의 매뉴얼을 만들고 꾸준한 피드백을 하여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이다. 당연히, 이의 없는데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올려진다.



뭐랄까? 사나운 개 콧등의 상처는 아물 날이 없다고 했던가? 하필이면 안성기가 출연했던 재난 영화 '타워'.... 우연히 십여분간 보다가 그 설정의 부자유스러움에 '한국 영화가 그렇지.... 참.... 시나리오 작가들 한심하기는....'하면서 채널을 돌렸는데 하필 그 우연히 십여분만 지켜본 장면에 시비거리가 있는 것이다.



영화 '타워' 속에서 안성기의 상사는 안성기에게 이런 지시를 내린다.



"구조 우선 순위를 고위공직자들부터 할 것"



안성기는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구조가 가장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는.....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양', 그러니까 사람의 생명은 누구나 소중한 것이며 그래서 구조는 '구조된 사람 수가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고 안성기 상사는 '질', 그러니까 사람의 생명수보다는 그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물론, 그의 고려 이유는 사회의 공적 측면보다는 그의 자리 보존에 유리한 쪽이었지만- 입장이 대치되었다.




내가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내 자신에게 의아했던 것은 비록 영화 속 장면이지만, '질'을 우선하는 안성기 상사의 대화에 당연히 화를 냈어야 하는데 그 대사를.... 당연하다는 듯.... 최소한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넘겼다는 것이다.



나의 '사회적 양심'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피노키오님은 영화 '타워'의 그 대사를 접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당시 그 대사를 접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넘어갔던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 피노키오님의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답변을 해주시면 고맙겠지만..... 이런 질문이 노리는 '동류 의식'이나 또는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라는 이단심판관노릇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나의 '사회적 양심'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피노키오님의 설명처럼 '재난 구조 시스템'이 계산기 두드리듯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아주 대조되는 상황이 있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물론, 너무도 당연한 답을 찾지 못해 '혼자 생쑈한다'라는 비난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상황)


--당연히 먼저 구조되어야 할 노약자, 어린이... 그리고 여성은 배제한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였는데 장소 A와 장소 B에 각각 성인 남자 한 명이 구조를기다리고 있다. 재난이 워낙 심각하여 소방관이 장소 A를 가던 장소 B에 가던 아차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자, 상황은 이렇다.



장소 A


남성 : 평범한 월급생활자

구조될 확률 : 80% (구조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

소방관이 위험에 빠질 확률 : 50%

소방관이 목숨을 잃을 확률 : 20%



장소 B


남성 :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

구조될 확률 : 20% (구조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

소방관이 위험에 빠질 확률 : 80%

소방관이 목숨을 잃을 확률 : 50%



당신이 소방관이라면 장소 A와 장소 B 중 누구를 구하러 가겠는가?

만일, 장소 A를 선택한 소방관보다 장소 B를 선택한 소방관이 '직업윤리 의식이 소방관 B가 소방관 A보다 낫다'라고 한다면....-소방관 B는  자신의 위험도를 무시하고 사회의 가치를 우선했으므로- 내 '사회적 양심'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런 우선 순위까지 매뉴얼에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만일 기록해야 한다면 장소 A와 장소 B에 있는 사람 중 누굴 먼저 구조해야 한다고 매뉴얼에 기록되어야 할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