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좌파들의 논리 중에서 무척 마음에 안 드는 것 중의 하나가 사형제 폐지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좌파란 제가 생각하는 오리지널 좌파가 아니라, 자기들도 눈물콧물 짜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도 눈물콧물 짜지 않으면 이상한 괴물 취급하는 그런 분들 말하는 겁니다.

사형제 자체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닙니다. 심정적으로는 사형제를 다시 실행하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깨놓고 말해서 내 자신이나 또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어떤 불행한 일로 사형에 처해질 경우 냉정하게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사형제를 반대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 논거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사형제에 반대하는 좌파들의 논거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이른바 위하(威嚇)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자로 쓰니까 괜히 유식한 냄새 풍기는 것 같습니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사형제를 존속시킨다고 해도 범죄 저지를 놈들이 겁먹고 자제하는 것이 아니니 사형제의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형주의로 사소한 절도범에게도 사형을 언도하던18세기 영국에서 교수형을 구경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소매치기가 성행했다는 사례를 들곤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일 사형제도 범죄인들에게 겁을 주지 못하고 범죄 사전예방의 효과가 없다면 다른 형벌들도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니, 사형도 겁내지 않는 인간들이 징역이나 태형 심지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따위를 겁내겠습니까? 그런 논리로 따지자면 결국 이 세상의 형벌이라는 게 아무 의미도 없으니 걍 다 때려치고 지들 알아서 지지고 볶으라고 냅두자는 얘기밖에 안되는 것 아닐까요?

자기들은 그런 상태가 좋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그런 거 싫어합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이 그래도 국가 권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은, 저 권력이 아무리 개판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도 그래도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구제불능의 쓰레기들(이런 무리들은 어떤 세상에서나 존재합니다. 그것도 적지 않은 숫자로 말입니다)을 제어하고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정권마다 시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런 쓰레기들에 대처하는 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가 권력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형벌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솔까말, 저 눈물콧물 짜는 소녀좌파들이 진보개혁 진영의 주도권을 쥔 것이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연달아 깨지고 허접한 보수 우파들에게 정권을 넘겨준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법정이 범죄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더 보호한다는 불만은 악의적인 왜곡이라고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린이 성폭행범도 그렇지만 사기죄로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가정을 파탄시킨 사기꾼들에 대한 형벌은 더욱 시급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가장 더럽고 악질적이고 치유 불가능한 문제가 정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사기죄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희팔 같은 사기꾼도 그렇지만 자기 회사 정보 조작하는 놈들, 고의로 엉터리 정보 유포하는 놈들(언론 포함해서)도 모두 지금보다 훨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얘기하는 겁니다. 세월호 사건에 책임있는 무리들, 단 하나도 대충 적당히 지나가면 안 됩니다. 이건 사실 범죄 예방 효과라는 차원을 벗어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한, 좌파들의 논리대로 엄벌주의가 정말 범죄 예방효과가 전무하다 해도 그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구요? 사전 예방은 아닐지라도 사후 처벌은 사람들의 정의감각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천하의 쓰레기들, 악랄한 짓을 한 놈들이 아무 처벌도 받지않고 잘 쳐먹고 편하게 지내다가 종신안명하는 것, 그거 보통사람들의 정의감각을 치명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거 보면 보통사람들은 아무도 이 나라, 이 공동체를 위해서 나서지 않게 됩니다.

정의가 죽는다는 게 이런 것이구요,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그래서 정의는 중요합니다. 샌델처럼 정의를 경제적 합리주의가 아니라 공자의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란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기술)란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 정의의 관점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신뢰자산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생길 겁니다. 정의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책임질 놈들이 책임지게 만들면 대한민국의 신뢰자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시민들이 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건 감히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산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긴 설명 필요없습니다. 공동체가 모래알처럼 무너지는 겁니다. 사실 대한민국이 지금 헤매는 것도 지금까지 이런 신뢰자산을 제대로 쌓아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 처리는 아마 대한민국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