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미투라고라님의 '정부는 삼류 진도는 일류'는 빙고! 마치 보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노무현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을 찾아낸 셈이죠. 그 동안 다소 모호하게 느꼈던 네다바이론, x주고 뺨맞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죠. 호남탄압과 관련된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장님들이라도 이제 코끼리의 형태는 대충 합의를 봤으니까, 이제 코끼리의 식생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자하는 차원입니다.

 

우선 용어부터 딴지를 좀 걸자면 지역차별, 호남차별에서, 이 '차별'이라는 용어의 함의가 생각처럼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차별은 차별하는 주체와 차별받는 대상들의 위상이 서로 다를 때, 구체적으로는 차별하는 주체가 그 차별대상들보다 높은 위상일 때 쓰이는 용어죠. 조선조에서 적서의 차별이라고 할 때, 그 주체는 그 애비나 왕조가 되는 것이지 적자가 서자를 차별할 순 없는 겁니다. 현재 우리의 정치상황처럼 차별당하는 대상과 차별로 혜택을 보는 집단만이 존재한다면 그건 차별이 아니라 탄압입니다. 언어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언어가 무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호남차별이라고 말하는 순간, 대중들의 무의식속엔 우리나라에 호남도 영남도 아닌 제 3의 높은 위상이 있어 호남을 차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기가 쉽죠. 그리고 그 3의 위상은 도덕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문제는 용어뿐만 아니라, 그 용어를 채택하는 군중의 집단무의식이죠. 차별에 대한 제 주장이 맞다면, 지금 차별당하는 대상조차도 자신에게 불리한 그 차별이라는 용어를 거리낌없이 쓰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알게 모르게 객관적이고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제 3의 위상을 상정해놓고 있다는 것이죠. 이 모순의 이면엔 우리의 무의식을 규정하는 국가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 국가주의는 우리정치와 문화의 모든 면을 사실상 규정하고 있습니다. 호남박해, 탄압의 문제도 그런 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순신장군의 새로운 편지가 보고되었습니다. 임진란 1년후 경상도 김성일에게 보낸것인데, 지금 백성은 군사와 식량을 하늘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전란중이라도 식량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인데, 식량보다는 군사라는 말에 탄식이 나오더군요. 여기서 군사란 내 가족과 마을을 지켜주는 마지막 희망이고, 현실에서 기댈 수 있는 실제적이고 유일한 의지처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학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민족성은 임진란에 형성된것이 거의 원형일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 때의 민중들의 삶과 정신을 규정하는 가장 큰 지렛대는 군사, 즉 국가였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 별별 종교가 다 있지만, 이 국가라는 종교만큼 강력하게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없을 겁니다. 이런 봉건적인 파쇼의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우리사회에 지배적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민족적인 캐릭터는 400여년동안 변하지 않고 정체되어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이데올로기는 생활의 모든 면을 규정짓습니다. 옛날 버스 타보신분 아시겠지만, 버스기사가 완전 왕이죠. 그런데 그 기사는 회사차원에서는 또 완전 졸이 됩니다. 그 회사 사장은 또 구청이나 시청 교통계 공무원에게는 완전 졸이 되죠. 또 그 공무원은 더 높은 지위의 공무원에게, 해서 정점인 대통령까지 올라가는 것이죠. 또 옛날 순경들이 일반시민에게 바로 반말 짓거리를 했다는 사실을 잘 아실겁니다. 이런 과도한 집단주의와 국가주의는 우리 생활 모든 면을 규정합니다. 종교계, 학계, 교육계, 군대, 공무원, 예술계, 심지어 지인이나 친목단체에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집단에서도 이 집단주의의 위계는 모든 집단의 본질을 이루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봉건적인 집단주의가 우리 민족성의 원형입니다.

 

거기에다가 이데올로기건 종교건 어쨌든 권위가 있다면 그 권위를 대행할 살아있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인격이죠.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국가주의에서 그 권위는 특별히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아이돌이라고 하는 인격우상이 생겨날 수밖에 없죠. 이승만부터 노태우까지의 군사독재는 명확한 국가주의의 발로였고, 호남의 김대중, 영남의 김영삼으로, 충청의 김종필처럼 흔히들 말하는 3김의 시대도 결국 국가주의와 소국가주의인 지역주의의 하이브리드인셈이죠.

 

이렇게 권위가 한 개인에게로 쏠리다보면 개인간의 파워쟁투에 의해서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치는 근본적으로 불안합니다.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결국 한 인간일 뿐이고, 인간이란 욕망과 공포를 가진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근본적으로는 여기에 호남박해를 비롯한 우리의 정치적인 비극의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역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주의와 그로 인한 과도한 권위가 특정 인격과 결합되어 증폭된 면이 큰 것이죠. 이렇게 호남문제를 3김의 문제로 치환하는것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문제의 한쪽면은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관련해서 노무현을 변호한다면 딱 한가지입니다. 정권초기 대북송검으로 박지원씨 잡아 넣을때부터 대연정 발언까지 그 궤적을 보면 호남전체가 아니라 호남정치인과 호남대중들을 분리해서 생각한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듭니다. 호남이라는 특정 지역뿐만 아니라 정치자체를 그런 틀에서 본 면이 있지 않나 하는것이죠. 정치인과 대중을 분리시켜 놓고, 자신의 뿌리를 대중에서 직접 찾으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여기에 분명한 자가당착이 일어나죠. 그러면 열린우리당의 친노들은? 이건 분명히 이중잣대 입니다. 호남정치인을 비토하면 친노들도 비토해야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그러질 않았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완성이 덜 된 한 정치인의 비극을 불러왔다고 봐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미투라고라님이 말씀하신 상징자산의 훼손이란건 정말 큰일입니다. 우리가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할 때는 선악의 이분법적인 판단을 말합니다. 정치가 정의와 곧장 연결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죠. 이건 종교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선과 악 두 개의 범주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자산을 네다바이 해가서 이건 악이요 해버리면, 이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이건 일종의 정신적인 죽음이죠. 노무현대통령이 의도를 가지고 했든 아니면 모르는 채로 했든 이건 완전한 잘못입니다.

 

김대중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는 발언에서 감동먹은것은 저뿐만이 아니었다는것을 다시 확인하지만, 자신의 장인이 문제가 되었을 때, 그렇다고 아내를 버리라는 말씀입니까 라는 발언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마지막에 생을 마감하는 방법도 그렇고, 이 노무현이라는 분의 캐릭터는 확실해 보입니다. 내 것은 내가 안고 간다. 피하지 않는다. 정도겠죠. 물론 회계전문변호사 출신이니까, 각 발언과 행동에 대한 수지를 계산했을수도 안했을 수도 있지만, 정황적으로 봐선 계산 없는 발언들이 아니었겠느냐 합니다. 만약 생을 마감하는 방법도 그런 수지계산이 있었다면, 뭐랄까요. 이분은 나쁘게 보면 정말 철저한 장사꾼이겠지만, 좋게 보면 생을 정말 사랑한 휴머니스트가 아니었겠는가 하는 겁니다. 살아온 생을 위해서 앞으로 있을 생을 버리는 그런 모순도 감당하는.

 

개인적인 말씀하나 드리자면, 신을 버린지 오래됐습니다. 내세의 또 다른 생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크고 뿌리치기 어려운 욕심이라는 자각이란게 쉽게 오는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이 생을 더 소중하게 느낍니다. 제가 죽으면 저를 아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추억되는 그 기쁨이랄까 미련이랄까의 정도의 가능성만 생각해도 충분히 행복한거죠. 그러니 잘 살아야죠. 뜬금없는 이승이야기는 어떤 분이 노무현대통령의 지지율이 5%였다는 사실을 들어 노무현을 공격할 때 설핏 들었던 생각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 5%였던가 아니면, 노무현 사후, 지금 깨시라고 공격받는 그런 더 확장된 노빠였던가. 그 확장된 노빠는 무엇 때문에 노무현에게 등을 돌렸으면서 왜 다시 이렇게 노빠로 재전향했던가. 그런 재전향노빠가 많다면 그들의 성향은 무엇인가. 이성인가 감성인가. 감성이라면 그들에게 이런 선비연하는 정치적인 이성이 얼마나 먹힐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인 판단, 보통 선악의 판단이라고 하는데, 이런 종류의 사고를 무척 싫어합니다. 지금 제가 보기엔 여기 호남분들이나 친노, 깨시들 모두 선악의 판단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더 큰 악을 잡기위해선 다른 탈출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정치방에선 제가 할일이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즐건 토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