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과거 민노당 수준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통합선언할때 반짝하고 10% 정도를 찍었지만, 그 후로는 5% 미만에 머물고 있죠. 1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여 총 대선 때 후보단일화를 통해 뒤집기 한판을 노려본다는 전략은 아직은 힘든 모습입니다.

좌파정당쪽에서 민주당을 비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레파토리가 바로 민주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기층 민중)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며, 자신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민중들의 이해를 올바로 대변하는 정당이다라는 겁니다. 얼핏 맞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데, 그렇다면 왜 민중들은 좌파정당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죠. 물론 그런 현상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면서 해명을 하고는 있습니다. 민중들이 아직 정치적으로 각성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 혹은 색깔론이나 반공주의 때문에 그렇다, 민주당에 속아서 그렇다, 아직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사표 심리 때문에 그렇다, 당 이름이 후져서 그렇다 등등...

그러나 정작 그 분들은 자신들이 민중들로부터 외면받는 진짜 이유에 대해 잘 모르는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철저한 이익'은 '현실의 가장 큰 이익'과는 매우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혹시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거죠. 언뜻 말장난 같기도 한데, 한나라당을 반면 교사로 삼으면 제 말의 의미를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좌파정당의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은 한나라당을 가리켜 '부자들의 이익만 챙기는 정당,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는 정당'이라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지요. 정말로 한나라당은 문자 그대로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가장 철저하게 대변하는 정당이 맞을까요? 그러나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가장 철저하게 대변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주장해야 할겁니다. 상속의 자유 완전 보장, 최저임금제 폐지, 노동3권 및 노동법 폐지, 부동산 소유 완전 보장,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철폐, 자본 이동의 완전한 자유 보장, 근로시간 및 휴일제 폐지, 해고의 무제한적 허용 등등... 감히 이 정도는 주장해야 자본가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는, 제대로 된 자본가정당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나라당은 어찌보면 그런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날라리 정당이 맞겠죠.

만약 전경련같은 곳에서 '한나라당은 우리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면서 저런 파격적인(?) 내용을 강령으로 삼는 '오리지날 자본가정당'을 창당하면, 과연 우리나라 자본가들이나 강남의 부자들 중 몇 프로나 그 정당을 지지할런지 궁금합니다. 추측이지만 딱 지금의 통합진보당 지지율이라도 나온다면 굉장한 사건이겠죠. 그런데 만약 그 정당의 대표가 '상류층들이 우리보다 한나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은,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그런거다. 진정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의 진면목을 아시면 달라질거다"고 주장하면 살짝 맛이간 기괴한 모습으로 비쳐질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부자들이 '오리지날 부자 정당'을 따로 만들거나 하지 않고 변함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현실의 가장 큰 이익'을 그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을거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시장통 돌아다니며 서민코스프레를 하고, 동반성장위원회 같은거 만들어서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재벌들을 청와대로 불러 호통을 치는 배신(?)을 때려도 꾹꾹 참고 있는 것은 그래서죠. 그리고 부자들과 한나라당과 '부자형 이념정당' 사이의 그런 관계와 구조는 정확히, 민중들과 민주당과 좌파정당 사이에서도 구현되고 있다고 봅니다. 부자들이 영악하게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민중들도 영악하게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죠.

'현실의 가장 큰 이익'과 '가장 철저한 이익'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부터, 우리나라 좌파정당들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할 시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