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고향이 경북 칠곡으로 밝혀졌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353&aid=0000018464&sid1=001

 

최소한의 사고 수습까지만 해도 아직 너무 많은 고통과 눈물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참 거시기하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말해 저 기사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오직 하나, ‘세월호의 악마’라고 불리는 저 선장의 고향이 전라도 어느 지역이라고 밝혀졌을 경우 온라인에서 벌어졌을 온갖 끔찍한 호남 증오와 저주, 인격 살인이 어느 정도일지 시쳇말로 안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입니다. 내놓고 말은 못했어도 저처럼 이런 걱정을 한 호남 출신이 무시할 만큼 적지는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이준석 선장이 과거 어느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동영상을 놓고 일베에서는 “이것 봐라, 딱 홍어 말투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집단 자위를 하더군요. 그 밤꽃 냄새, 정말 징하고 더럽더군요.


그 방송에 나오는 이준석 선장의 말투가 표준말에 가까워 특별히 어느 지방 사투리라고 딱 알아차리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몇몇 어휘나 억양에서 영남 사투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일베 애들에게는 ‘나쁜 놈은 무조건 호남’이라는 대원칙이 정말 무조건 무조건이야... 더군요.

 

저는 일베에 거의 가지 않기 때문에 지금 확인해볼 수는 없습니다만, 이제 이준석 고향을 두고 일베 애들이 시전할 홍어 까대기 신공의 다음 수순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아마, 홍통구이라나 뭐라나 아마 이준석 선장의 부모가 전라도 어디에서 살다가 슬그머니 경상도로 이민(?)을 가서 경상도 물을 더럽힌 잡종이라는 말을 할 겁니다. 사실 선장의 말투가 영남의 그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아차린 일베충 일부가 이미 그런 이야기로 고향 쉴드를 치기도 했구요.


경상도 출신에게는 문둥이라고 그러고 강원도 출신에게는 감자바위라고 그러고 충청도 출신에게는 핫바지라고 그러지 않으냐, 특정 지역을 가르키는, 약간 비하의 어조가 섞인 표현은 어느 지역에나 다 있는데 왜 유독 호남 사람들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피해의식이 지나치다는 거죠.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둥이, 감자바위, 핫바지... 이런 표현들에는 홍어, 난닝구 등 호남을 가리키는 표현에 담겨있는 저주와 증오, 소름끼치는 악의가 담겨있지는 않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시지는 않을 겁니다. 다 아시면서 억지로 부인하지는 말아주십시오. 호남을 가리키는 저 표현들이 왜 무서운지 아세요?


절대로 호남과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이런 악랄한 다짐이 저 표현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 해석이 문제라고 느껴지신다면 온/오프라인에서 영호남 대립과 갈등, 전국적인 호남 왕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좀더 유심히 살펴봐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호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하면 벌떼처럼 호남을 욕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호남에서도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그 중에는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흉악 범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치안본부에서 만든 전국 지역별 강력범죄 통계를 살펴봤더니 호남과 다른 지방의 범죄율에 특별한 차이가 있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대한민국 다른 지방에서 발생한 범죄는 그냥 그 개인이 나쁜 놈이어서 저지른 범죄로 인정하는 반면, 호남에서 일어난 범죄는 무조건 ‘호남 놈들이 다 나쁘기 때문’에 일어난 범죄가 됩니다. 이런 논리구조는 가장 잔인한 인종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호남 출신이라면 누구도 이 야비하고 잔인한 논리의 개미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평생 숨죽이고 조심하며 살아도 어느날 얼굴은커녕 이름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어떤 호남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범죄의 책임과 비난은 나에게도 날아옵니다. 이 개미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까요?


이런 부당한 현상과 대우에 대해 논리를 들어 따지면 역시 호남놈은 성질이 더럽다고 뒤에서 손가락질하며 비웃습니다. 유난스럽다는 거죠. 소수이기 때문에 항변은 먹혀들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손해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호남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숨죽이고 호남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택합니다. 이것은 정말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러면 또 뭐라고 그러는지 아십니까?


호남놈들은 지들 고향조차 숨기네? 역시 간사하고 무서운 놈들이야. 저놈들이 저러다가 결국 뒷통수를 치는 거야.


워낙 당하다 보니 저도 요즘은 기사를 보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고향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사건 몇 개만 예를 들어볼까요? 의붓자식들 죽인 잔인한 계모들의 고향이야 잘 알려졌으니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지난해던가 사법연수원 불륜 커플 기억하시죠? 집안 좋다던 남자놈의 어미, 믿음 좋다는 교회 권사라는 그 어미가 자기 며느리를 저주하던 그 표현 지금도 소름끼치는데...


그 불륜 커플, 모두 부모 고향이 영남입니다. 반면, 억울하게 한을 품고 죽은 그 며느리... 호남 사람이더군요. 사촌동생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전기톱으로 죽인 젊은 친구, 게임하느라 두 살짜리 아들 죽이고 상자에 담아 태연하게 엘리베이터 타고 가서 버린 젊은 아버지... 모든 영남 사람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겠죠. 호남 사람들, 제 고향이지만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괜찮은 호남사람 만나면 “너는 호남 사람 같지 않다”고 그러고, 나쁜 호남사람 만나면 “역시 홍어족”이라고 말하는 이런 인종주의적 편견은 제발 이제 끝내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이제 제발 무슨 사고 났을 때 호남이 엮이지 않았는지부터 따지는 이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심지어 이번 세월호처럼 호남 사람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저 호남땅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젊은 친구가 “역시 전남전북은 악마의 땅”이라고 페이스북에서 실명으로 개소리 짖어대는 이런 나라에서 우리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은 공포와 절망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호남 사람으로 살아보니 대한민국에서는 호남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가산점을 받은 셈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은 반대로 따져서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적지 않은 벌점을 받게 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니만 잘하면 되지 굳이 니 고향 욕하는 것까지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 있느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글쎄요, 사람이 그렇게 쿨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지역 특히 영남 출신들의 대다수는 영남에 대해서 사소한 비판만 해도 얼굴색이 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물론 영남분들 중에는 좋은 분들도 너무 많습니다. 제가 하는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에도 사실은 영남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호남 아닌 다른 지역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부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호남 차별과 저주, 증오에 대해서 최소한 동조는 말아주십시오. 조금 더 나아가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점잖게 “그런 발언은 옳지 않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지 마라”라고 한마디 해주시면 그것은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호남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엄청난 피해와 공포심을 이해합니다만 지금처럼 도망치기만 해서는 결코 탈출구는 없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호남 사람들이 당당하게 불의에 항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숨지 말고 발언해주십시오. 동참해주십시오.


호남 출신 부모를 둔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부모 세대가 얼마나 처절하게 이 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의 그늘에서 고통을 겪으며 당신들을 키워왔는지 잊지 말아 주십시오. 직접 겪은 고통이 아니기 때문에 강건너 불 보듯이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상대적으로 당신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모 세대의 피와 땀의 결과입니다.


앞장서서 호남을 욕하는 호남 2세, 3세들도 적지 않다는 것 압니다. 평상시에는 호남을 앞장서 욕하다가 논리가 궁해지면 “내 부모님도 실은 호남 출신”이라는 변명을 꺼내곤 하더군요. 당신들의 그런 모습 보면서 “역시 호남놈들은 교활하고 비겁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아가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