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을 보면서 “여자의 외도 조절 기제가 진화했을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본격적으로 던지게 되었다.

 

Sex, Jealousy & Violence: A Skeptical Look at Evolutionary Psychology

David J. Buller

http://www.skeptic.com/reading_room/sex-jealousy-and-violence/

 

이전에도 외도(바람피우기)와 관련된 진화 심리학자들의 글을 꽤 많이 읽어보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저명한 진화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여자의 외도 조절 기제가 진화했다고 보는 입장인 것 같고, 데이비드 불러(David Buller)는 그런 기제가 진화하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불러는 소문자로 쓴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아주 좋아하지만(적어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대문자로 쓴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아주 싫어한다.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진화 생물학을 적용하여 심리를 파헤치는 것을 말하며,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버스(David Buss), 코스미디스(Leda Cosmides), 핑커(Steven Pinker), 투비(John Tooby) 등이 주도하는 학파를 말한다. 나는 Cosmides & Tooby를 아주 좋아한다.

 

 

 

“외도 조절 기제”는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누가 이미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외도 조절 기제는 외도에 전문화된 선천적 심리 기제이며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 남자의 외도 조절 기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여자의 외도 조절 기제에 대해서만 다루겠다. 외도 조절 기제는 여자가 적응적으로 외도를 조절하도록 돕는다. 즉 외도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하며, 어떤 남자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외도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한다. 이 기제가 진화한 이유는 외도 조절을 통해서 여자가 번식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외도에는 성교와 사랑이 모두 포함된다. 외간 남자와 성교를 하는 것도 외도지만 외간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외도다.

 

 

 

적응 가설에 따르면 여자의 외도는 외도 조절 기제에 의해 조절된다. 반면 부산물 가설에 따르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선천적 외도 조절 기제는 없다. 여자의 외도는 다른 여러 심리 기제들의 부산물이다. 불러는 부산물 가설 지지자다.

 

흔히 적응 가설만 진화 심리학 가설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진화 심리학자는 때로는 적응 가설을, 때로는 부산물 가설을 지지한다. 어떤 쟁점의 경우 거의 모든 진화 심리학자들이 적응 가설을 지지할 때도 있지만 어떤 쟁점의 경우 거의 모든 진화 심리학자들이 부산물 가설을 지지할 때도 있다. 그리고 진화 심리학자들이 적응 가설 지지자들과 부산물 가설 지지자들로 팽팽하게 나뉘는 경우도 있다. 적응도 진화 생물학 개념이고 부산물도 진화 생물학 개념이다. 따라서 부산물 가설도 진화 심리학적 설명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착상에서 출발하여 심리 기제에 대한 구체적인 가설을 만들어낸다.

 

외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착상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자.

 

좋은 유전자 얻기와 관련된 착상: 좋은 유전자는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다. 여자가 만약 잘 생기고, 머리 좋고, 건강하고 자신을 무척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다면 굳이 외도를 할 필요가 없다. 남편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도 얻고 자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자신을 무척 사랑하기는 하지만 못 생기고, 머리 나쁘고, 건강이 부실한 남자와 결혼했다면 상황이 다르다. 이 때 만약 여자가 남편으로부터는 자원을 얻어내고 잘 생기고, 머리 좋고, 건강한 외간 남자로부터는 좋은 유전자를 얻어낼 수 있다면 여자의 번식에 아주 좋을 것이다.

 

 

 

앞으로 외도의 진화 심리학을 다룬 문헌을 읽어보면서 진화 심리학자들이 외도 조절 기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구체적인 가설을 제시하는지 살펴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여자의 외도 조절 기제가 진화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증거들을 진화 심리학자들이 얼마나 모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