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중앙일보 사설에 내각 총사퇴해야한다는 강경한 논조의 글이 있더군요.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이번 여객선 사고에서 대한민국 행정부의 무능, 리더십의 부재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고위 공직자들과 현장 공무원들의 세심하지 못한 언행, 무엇보다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듯한 답답함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진짜 실력은 위기때 빛을 발한다'라는 말이 있죠. 박근혜 정부는 이 위기에서 빛은 커녕 어두운 그림자만 보여주었습니다. 외신들이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안전한 사회'를 주창하며 부처이름까지 행안부에서 안행부로 바꿔버린 정권인데 위기관리에서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 내각을 그대로 끌어안고 간다는 것은 거대한 리스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남은 임기동안 정상적인 집권을 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개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부처간의 소통은 둘째치더라도 대통령의 행정부 장악능력이 과연 온전한지 의심한게 수차례였습니다. 진영 복지부장관의 일방적인 사표제출부터 시작해 바로 작년 경제부에서 1년동안 만들어 내놓은 세수계획에 일부 비난이 일자 대통령이 완전 재검토하라고 사실상 백지화를 시킨 것까지 말이죠.

지난번 진도 현장 방문에서조차도 대통령이 다녀가면 막혔던 일이 풀린다는 공식이 깨어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급기야 어제 실종자가족들은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보행진을 했습니다. 결국 총리가 다시 진도로 내려가 성난 가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대통령의 이미지는 권위적이고 카리스마넘치고, 용인술에 능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뽑아 쓸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가봅니다. 꽉 막혀있는데다 국정 장악능력까지 부족하니 당연히 '불통', '답답'이라는 불만이 국민들에게서 튀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비단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그가 뽑은 장관들과 총리에게도 있는 공통분모입니다. 개혁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항상 있는듯 없는듯합니다. 기자들이 도대체 지난 1년동안 뭐하셨냐고 물어보면 '언론에 알리지 않아서 그렇지 많은 것을 했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오신 많은 것들의 수혜자가 되어야할 국민들은 과연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번 사고는 무기력한 정부에 의해 불필요하게 증폭되어 급기야는 우리나라 사회 전체를 혼란과 불신 속으로 침몰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서서히 물에 잠겨가는 객실에서부터 승객들을 퇴선시키는 과감하고도 희생적인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입니다. 그저 변화가 싫고 일시적인 혼란이 싫어 대기 명령만을 내리고 있다가는 또다른 참사 앞에서 또다시 별 볼일 없이 물병이나 맞고 무시나 당하는, 그런 정부가 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