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제자들은 예수에게 메시아(“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가 맞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예수는 자신의 초능력을 자랑하면서 맞다는 식으로 답한다.

 

그런데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어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까?" 하고 묻게 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가 듣고 본 대로 요한에게 가서 알려라. 소경이 보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하여진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태오의 복음서 11:2~6, 공동번역개정판)

 

요한이 옥에서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듣고 제자들을 보내어 예수께 여짜오되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하시니라

(마태복음 11:2~6, 개역개정판)

 

 

 

신약에서 예수의 초능력 또는 기적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예수는 서커스 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가 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도 그렇고 위에 인용된 예수의 말을 보아도 그렇다.

 

아래 구절에서도 예수의 초능력은 그가 신의 아들 또는 메시아임을 암시한다.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도 따라 올랐다. 그 때 마침 바다에 거센 풍랑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뒤덮이게 되었는데 예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곁에 가서 예수를 깨우며 "주님, 살려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고 부르짖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그렇게도 믿음이 없느냐? 왜 그렇게 겁이 많으냐?" 하시며 일어나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자 사방이 아주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도대체 이분이 누구인데 바람과 바다까지 복종하는가?" 하며 수군거렸다.

(마태오의 복음서 8:23~27, 공동번역개정판)

 

배에 오르시매 제자들이 따랐더니 바다에 큰 놀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덮이게 되었으되 예수께서는 주무시는지라 그 제자들이 나아와 깨우며 이르되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하시고 곧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아주 잔잔하게 되거늘 그 사람들이 놀랍게 여겨 이르되 이이가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 하더라

(마태복음 8:23~27, 개역개정판)

 

 

 

현대 기독교인들도 예수의 기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인들 중에 “예수와 관련된 기적은 몽땅 뻥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극소수의 예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도 예수의 기적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진화론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프랜시스 콜린스도 예수의 기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Evolutionary creationists, like all Christians, accept the miraculous incarnation and resurrection of Jesus Christ. They believe that the Biblical miracles happened and that God can do miracles today.

Is there room in evolutionary creation to believe in miracles?

http://biologos.org/questions/biologos-and-miracles

 

 

 

과학과 기독교가 전혀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예수의 기적을 인정하는 것”과 과학이 전혀 충돌하지 않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종교가 과학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잠적 야훼론 같은 일관된 이신론(또는 범신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기독교인 중에 그런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잠적 야훼론: 야훼는 인간과 같은 지적 존재의 진화가 가능하도록 우주의 기본적인 물질과 물리 법칙을 설계했다. 그리고 빅뱅을 일으켰다. 그 직후에 야훼는 잠적했다. 그래서 우주는 물리 법칙에 의해서만 돌아가고 있다. 잠적한 야훼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미래에도 우주는 물리 법칙에 의해서만 돌아갈 것이다.

 

일관성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예수의 기적을 포기해야 한다면 차라리 과학을 포기하겠다” 또는 “나는 예수의 기적과 충돌하지 않을 때에만 과학을 인정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을까?

 

 

 

예수의 기적을 믿을 수 있을까? 나는 못 믿는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수의 기적을 믿기로 했다고 치자. 그래도 문제는 생긴다.

 

바리새인은 예수가 악마인 바알세불의 똘마니일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 때 사람들은 마귀가 들려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된 사람 하나를 예수께 데려왔다. 예수께서 그를 고쳐주시자 그는 말도 하고 보게도 되었다. 그러자 모든 군중이 깜짝 놀라며 "이 사람이 혹시 다윗의 자손이 아닐까?" 하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그는 마귀의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고 헐뜯었다.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망하고 어느 동네나 집안도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지탱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탄이 사탄을 쫓아낸다면 그 나라는 이미 갈라진 것이다. 그래서야 그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겠느냐? 또 내가 너희의 말대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하면 너희네 사람들은 누구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 사람들이 너희의 말이 그르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성령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 그러니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또 누가 힘센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그 세간을 빼앗아가려면 먼저 그 힘센 사람을 묶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그 집을 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태오의 복음서 12:22~29, 공동번역개정판)

 

그 때에 귀신 들려 눈 멀고 말 못하는 사람을 데리고 왔거늘 예수께서 고쳐 주시매 그 말 못하는 사람이 말하며 보게 된지라 무리가 다 놀라 이르되 이는 다윗의 자손이 아니냐 하니 바리새인들은 듣고 이르되 이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지 않고는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느니라 하거늘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르시되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 스스로 분쟁하는 동네나 집마다 서지 못하리라 만일 사탄이 사탄을 쫓아내면 스스로 분쟁하는 것이니 그리하고야 어떻게 그의 나라가 서겠느냐 또 내가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를 힘입어 쫓아내느냐 그러므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되리라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 세간을 강탈하겠느냐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강탈하리라

(마태복음 12:22~29, 개역개정판)

 

Some people brought to Jesus a man who was blind and could not talk because he had a demon in him. Jesus healed the man, and then he was able to talk and see. The crowds were so amazed that they asked, "Could Jesus be the Son of David?" When the Pharisees heard this, they said, "He forces out demons by the power of Beelzebul, the ruler of the demons!"

Jesus knew what they were thinking, and he said to them: Any kingdom where people fight each other will end up ruined. And a town or family that fights will soon destroy itself. So if Satan fights against himself, how can his kingdom last? If I use the power of Beelzebul to force out demons, whose power do your own followers use to force them out? Your followers are the ones who will judge you. But when I force out demons by the power of God's Spirit, it proves that God's kingdom has already come to you. How can anyone break into a strong man's house and steal his things, unless he first ties up the strong man? Then he can take everything.

(Matthew 12:22~29, CEV)

 

 

 

예수는 나름대로 반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예수가 횡설수설하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심오해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내 짐작으로는 눈 멀고 말을 못하는 사람 속에 있는 악귀가 바알세불의 편이기 때문에 바알세불의 힘을 빌려서는 그 악귀를 쫓아내지 못한다는 말 같다. 같은 편끼리는 싸우지 않기 때문에...

 

이런 논리가 맞다면 박정희 정권의 핵심인 중앙정보부 대빵이었던 김재규는 결코 박정희를 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 같은 편이니까...

 

게다가 성경에 따르면 야훼가 모든 것을 창조했다. 바알세불도 야훼가 창조했고, 예수도 야훼가 창조했다. 따라서 출신(?)만 따지자면 바알세불과 예수는 사이 좋게 지내야 할 것 같다.

 

이 부분은 정말로 해석이 필요한 것 같다. 예수는 바리새인을 겨냥하여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걸까?

 

 

 

어쨌든 예수 자신이 가짜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때에 어떤 사람이 '자 보아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마라.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서 어떻게 해서라도 뽑힌 사람들마저 속이려고 큰 기적과 이상한 일들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내가 미리 말해 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그리스도가 광야에 나타났다.' 해도 나가지 말고 '그리스도가 골방에 있다.' 해도 믿지 마라.

(마태오의 복음서 24:23~26, 공동번역개정판)

 

그 때에 사람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여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 보라 내가 너희에게 미리 말하였노라 그러면 사람들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그리스도가 광야에 있다 하여도 나가지 말고 보라 골방에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

(마태복음 24:23~26, 개역개정판)

 

 

 

예수는 자신이 그렇게 큰 기적을 보여주어도 사람들과 제자들이 신의 아들임을 믿지 않는다고 여러 번 투덜댔다. 그런데 여기서는 큰 기적을 보여주어도 믿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수를 따르던 사람이 일단 예수의 기적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더라도 조금만 똑똑하다면 큰 딜레마에 부닥치게 된다. 예수에 따르면 큰 기적을 보여준다고 해도 가짜 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예수가 가짜 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 자체가 신성모독이기 때문에 생각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 매우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의심은 “사탄이 사탄을 쫓아낸다면 그 나라는 이미 갈라진 것이다. 그래서야 그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겠느냐?”와 같은 허술한(또는 너무나도 심오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박으로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큰 기적을 일으킨 사람이 진짜 그리스도인지 가짜 그리스도인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나?”와 같은 의문은 예수의 기적 자체를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겁나게 쓰잘데없는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예수의 기적을 믿는 수 많은 기독교인들 중에 생각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이들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