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바람님 두 번째 글에 대한 반론(정봉주 판결 관련)


<숨바님의 글 : 너클볼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정봉주 사건과 악마의 증명>


바로 반론에 들어가겠습니다.


1. 형사법의 가벌성 판단(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으로 본 정봉주 판결


숨바님께서는 형사법에서의 가벌성을 판단할 때 구성요건의 해당성, 위법성, 책임이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 판단하는 것이 원칙인데, 정봉주의 판결을 위 세 단계로 살펴보면 위법성을 증명할 수 없음으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님이 제시한 위 세 단계로 정봉주 사건을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구성요건의 해당성

이건 길게 이야기할 것이 없을 것 같군요. 검찰과 특검의 수사로 보나 정봉주나 변호인이  법원에서 진술한 것이나 태도로 보아 정봉주의 주장은 허위임으로 구성요건은 충족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님도 동의하는 것 같으니 넘어가겠습니다.


2) 위법성

지금 이 부분이 가장 쟁점이 되며, 피의자(정봉주)의 소명행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님께서 “소명행위의 유권자 관점“을 들고 나오고 ”메모 A,B“를 예를 드는 것도 정봉주의 소명행위에 성실성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함이겠지요.  이 부분은 길어지기 때문에 따로 아래에서 반론을 드리겠습니다.


3) 책임

이건 이 논쟁에서는 다툼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 같아 그냥 pass하겠습니다.


2. 소명행위의 성실성 기준 - 유권자 관점


저는 전번 글에서 숨바님께서 소명행위를 유권자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 주장을 유권자의 (공익적)이익에서 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유권자에게 후보와 관련한 정보를 많이 알려야 하되, 허위사실로 인해 오도되어 판단을 잘못하지 않도록 허위사실 유포는 엄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숨바님의 두 번째 글을 읽어 보니 이런 뜻이 아니라 정봉주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수사권이 없고 정보의 취득이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반 개인이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봉주가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허위사실일지라도 의혹을 품을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여 정봉주에게 무죄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습니다.

숨바님께서 이런 관점에서 소명행위의 성실성 판단을 유권자 관점에서 해야 한다고 한다면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봉주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영향력이 일반 개인과 현저히 다릅니다.

의혹제기자의 신분과 의혹을 제기한 장소나 매체에 따른 영향력에 비례하여 정보의 확인과 분석을 보다 정확히 하고 발표(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할 책임도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정봉주와 일반 유권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둘째, 정봉주는 의혹의 제공자이고 일반 유권자는 수용자 입장입니다.

정봉주는 정보의 제공과 의혹의 생산자인 반면, 일반 유권자는 정봉주가 제공한 정보와 제기한 의혹을 받아들여 같은 의혹을 품은 사람일 뿐입니다. 정봉주가 제기한 의혹과 일반 유권자가 가진 의혹은 그 원천과 과정, 그리고 성격이 다릅니다.

세 번째, 정봉주와 일반 유권자의 정보 취득과 분석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정보를 취득하고 확인하는데 있어 정봉주는 일반 유권자보다 훨씬 우위에 있고 적극적입니다. 정봉주와 검찰의 정보 취득과 확인 능력, 그리고 정봉주와 일반 유권자의 그것과의 차이를 상대 비교할 경우 후자가 훨씬 그 차이가 큽니다. 숨바님이 검찰의 수사권과 정보력을 정봉주의 그것과 비교하지만 정봉주는 언론, 정당 등의 네트웍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일반인과 비교할 바가 못되지요.

네 번째, 정봉주와 일반 유권자는 이해관계(목적)가 다릅니다.

정봉주는 표면적으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내세우겠지만 실질적 의혹 제기의 목적은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로 자당의 후보를 당선시켜 집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는 후보의 많은 정보를 알고 싶음과 동시에 허위사실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소명행위의 성실성을 단순히 일반유권자 관점(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숨바님의 주장대로 유권자(일반인)의 관점에서 정봉주의 소명행위의 성실성을 따져 봅시다.

정봉주는 이명박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의심하면서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측의 해명에 대해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의혹을 계속 제기했습니다. 주가조작과 횡령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는 의식적으로 무시했고, 자기들끼리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도 밝혀졌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소명을 하는 과정에 정봉주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김백준의 계좌를 은행에 조회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회해 확인했다고 주장한 것이 은행창구 직원의 증언으로 부인 당하였고, 전산상 확인 결과 조회한 사실이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아마 이것이 재판부의 판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며, 정봉주는 조회하지 않은 사실을 왜 했다고 했으며, 만약 조회한 사실이 있었다면 재판부가 검찰과 증인의 증언을 채택한 것에 대해 왜 항의하지 않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수사권도 없고 정보취득과 분석 능력이 정봉주와 현저히 떨어지는 일반인이 정봉주와 같이  소명행위를 했더라도 그 성실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3. 메모 A, B


사실 메모 A,B 문제는 이 판결에 있어 핵심이 아닌 지엽적인 문제라 이 논쟁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정봉주는 이명박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다는 허위사실 유포가 판결의 주요 사항이기 때문에 이명박이 BBK를 소유했느냐와 관련있는 "메모 A,B" 문제는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검찰은 김경준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그가 제시한 자료를 곧이 곧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정봉주가 거론한 메모 A,B는 상호 모순되고 상충하여 김경준을 신뢰할 수 없는 증거로 보일 뿐이죠. 김경준을 신뢰하려면 두 메모가 모순되지 않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메모 B의 내용(이명박이 BBK의 실 소유주다)은 실제 실행된 것이 아니라 구상단계였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봉주가 김경준을 신뢰하려면 메모 B는 구상 단계에서 작성된 것임으로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자였다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고, 메모 B를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주라는 증거로 삼으려면 김경준을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정봉주는 김경준에게 메모 B가 구상단계였는지 실행되었던 것인지를 확인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봉주는 그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재판부는 정봉주의 소명행위의 성실성을 의심한 것이구요.

검찰은 김경준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모 A,B에 대한 신빙성에 의심했고, 둘 다를 이명박의 BBK 소유 여부의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측의 입장이나 처리방식에는 모순이 없는 것이죠.


4. 재판부의 소명행위의 성실성 기준이 과도한가


숨바님은 숨바님의 주관적 판단으로 재판부가 소명행위의 성실성을 과도하게 요구했다고 비판합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숨바님 일 개인의 의견일 뿐이죠. 1,2심은 물론 대법원 3심에서 전원일치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번 판결에 참여한 사법부의 모든 판사들이 숨바님 1인보다 법률지식이나 사고의 형평성과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어떻게 소수 의견조차 나오지 않고 전원 일치의 판결이 나왔을까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숨바님께서 소명행위의 성실성에 대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저도 동의해 드릴 수 있지만, 현행 공선법이 일반론적으로 기술된 상태에서 사법부가 판례를 검토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일관된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