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너클볼님이 제기하신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답변입니다. 
 
1. 

 송영진 의원 사건 (2001도6138) 에서 제시된 법리를 다시 살펴 보지요,

 가. "이때 의혹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달리 그 의혹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허위사실의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인 반면, 제시된 소명자료 등에 의하여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이를 벌할 수 없다."

 다음은  2003도5279 사례에서 제시된 법리입니다. 이것도 그대로 가져와 봅니다.  참고로 이 두 법리는 정봉주 판례에서 대법원이 그대로 가져오고 있는 부분입니다.

 나. "...공직 선거법 상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인 증명이 필요하고, 그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될 수 없다.'  

 이 두 법리에서 잘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 책임은 검찰이 지는 것이고,  의혹 제기자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할 책임을 지는 것이지요. 이 법리를 따른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고 순전한 음해성 의혹을 제기하는 자는  검찰이 그 주장의 허위성을 입증할 필요도 없이 처벌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의혹 제기자가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할 책임 역시 넓은 의미에서의 입증 책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입증 책임'이라는 말을 쓸 때, 두 가지 용어의 의미를 우선 구분하고 살펴 보아야 불필요한 혼동을 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단히 형법 일반론에 대한 기본 지식에 관한 이야기를 드리자면, 형사법에서의 가벌성 판단, 즉 피의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크게  세 단계, 즉 1. 구성 요건 해당성 판단 2. 위법성 판단. 3. 책임 판단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상해죄를 예로 들어서 설명드리자면, 우리 형법은 단순히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명제의 전반부, 즉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 ~ :  요 부분을 구성 요건이라고 부르고 후단, 즉 ~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요 부분을 법적 효과, 혹은 단순히 효과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서 일종의 함수인 것이지요. 어떤 행위가 구성 요건에 해당되면, 결과가 자동으로 도출되는.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려보지요. 가치 중립적으로 보아서, 의사가 수술용 메스로 배를 가르는 수술은 엄밀히 말해서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는 행위' 가 아닌가요? 보통 일반인들은 대뜸 그게 어떻게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는 행위냐 치료하는 행위지~ 이렇게 반발할 겁니다. 그러나 형법은 구성 요건 해당성을 판단하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단은 의사의 집도 행위도 상해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단계, 즉 위법성 판단에서 의사의 의료 행위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려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렇게 어떤 행위가 1) 구성 요건에 해당 되고 2) 위법하며 3)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  최종적으로 그 행위가 처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왜 드리냐면 이 공선법의 법리 역시 비슷한 논리를 적용시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허위사실공표죄에서 1. 의혹 제기자의 주장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검찰이 증명하게 되면 일단 구성 요건 해당성 판단은 충족되게 됩니다. 반면 선거 국면에서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하는 검증 행위는 일반적으로 보아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장 사실이 구성 요건 (여기서는 허위 사실)을 충족하더라도 처벌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런 논리를 직접적으로 전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법원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이해의 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여기까지는 일반론이고, 이 일반론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사건 자체가 너무 복잡하니 김경준 메모 건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김경준 메모가 어떤 것이냐 하면, 간단히 말해 <BBK 의 실소유주는 김경준> 이라는 메모 A, <BBK 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이라는 메모 B, 상이한 버젼의 김경준 자필 메모가 존재하는데, 검찰이 이명박에게 불리한 메모 B는 숨기고 메모 A 만 공개했다는 것인데요, 자신이 입수한 메모 B 를 근거로 정봉주는 기자회견에서 <메모 B 가 존재하는데, 검찰이 B 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이 메모들은 메모를 작성한 김경준의 신빙성은 차치하고서라도, BBK 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관한 하나의 직접적인 단서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정봉주는 <BBK 의 실소유주는 김경준이 아니라 이명박 (일 수도 있다)> 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1심 법원은 이 부분에 관해 1) 정봉주가 주장하는 사태에 관한 판단, 즉 BBK 의 실소유주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 2) 정봉주의 소명 행위의 성실성에 대한 판단을 나눠서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1심 판결문을 살펴 보도록 하죠. 

------------------------------------------------------------------------- 인용 시작.
  라. 김경준 작성 메모 관련 허위 사실 공표. 
  
 2007. 12. 5. 검찰에서 BBK 주가 조작 사건 등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BBK 임직원의 진술, 옵셔널벤쳐스(주가 조작에 동원된 회사임.)의 인수 및 주식매매 자금흐름 추적 결과, 소위 ' 이면 ㅇ계약서' 의 문서 감정결과 등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김경준이 BBK 의 지분을 백퍼센터 소유하면서 단독으로 운영을 하였고, 이명박 후보자가 BBK 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BBK 는 백프로 김경준의 소유' 라는 취지의 김경준 자필 메모 (즉, 위의 메모 A) 를 입수하여 수사에 참고한 사실은 있으나, BBK 전직원의 진술, 자금추적결과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해 이명박 후보자와 BBK 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는 김경준의 진술을 담은 위 메모는 증거 가치가 없었고, 위 메모가 이명박 후보자에 대한 혐의 여부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또한 김경준이 위 메모 외에 BBK 는 '백퍼센트 이명박의 소유 (즉 메모 B)" 는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이...검찰에게 유리한 자료만 공개하고 그렇지 않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사실은 없다.....
 (중략) 
 이로써 피고인은 마치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후보자에게 불리한 자필 메모 B 를 고의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이명박 후보자가 BBK 를 소유한 것처럼 발언하여, 간접적, 우회적 방법으로 이명박 후보자가 BBK 를 소유하여 BBK 와 관련된 주가 조작에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함으로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이명박 후보자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였다. 

--------------------------------------------------------------------------  인용 끝. 1심 판결문 12~14 페이지 발췌.

 이 부분은 결국 검찰이 정봉주가 우회적으로 주장하는 사실, 즉 BBK 의 소유주는 이명박 이라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죠. 그러나 정봉주가 메모 B 의 사본을 공개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하였기 때문에 이것 자체만으로는 정봉주를 처벌할 수 없고, 정봉주가 제시한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나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럼 이제 이 부분을 한번 살펴 보도록 하죠.

 ===========================  인용 시작

 나.  검찰은 2007. 12.5. 사건 수사 발표에서 김경준이 BBK 의 지분을 백프로 소유하면서 단독으로 운영하였고 이명박 후보자는 관련 없음이 여러 증거들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다. 피고인은 2007.11.30 일 경 보좌관을 통하여 오마이 뉴스의 신문 기자로부터 메모 B 의 사본을 입수하였는데 그 기자는 ...그 메모에 따르면 이명박이 BBK 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김경준 스스로 작성한 것으로서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고...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보좌관은 위 메모가 구상 단계의 것인지 실행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공개하지 못하고 있었다. 

 라. 피고인은 검찰 수사 발표 후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의원들이 김경준을 접견하여 그 메모 B 가 김경준이 직접 작성한 것임을 확인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 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실시된 검찰 수사 결과가 이미 발표되었을 뿐 아니라 메모 B 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는 것이었고,  특히 피고인 본인도 그 전에 이미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도, 피고인은 더 나아가 메모 B 가 구상단계의 것인지 실행된 것인지 등을 김경준의 접견이나 다른 방법을 통하여 확인해 보지 않았다. 

 ... 피고인은 한나라당에서 그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다른 반대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의혹에 대하여 해명하였으나 피고인은 또 다른 자료를 추가하거나 새로 제시하면서 의혹을 계속하여 제기하였던 점, 피고인이 제시한 소명 자료의 신빙성이 그 전에 공개된 해명이나 반대증거에 비하여 특별한 증명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적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인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사회 통념상 가능하였다고 인정됨에도 피고인이 단순한 의혹제기의 차원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자가 주가조작 및 횡령의 범죄 행위에 연루되어 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점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제시한 소명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제시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  (인용 끝) 

 이 부분을 유심히 살펴 보면, 피고인이 제시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는 이유가, 결국 법원이 정봉주의 소명 행위가 불성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변호사 자격을 가진 동료 의원에게 다시 요청해서 그 메모가 구상 단계의 것이었는지 실행된 것인지 물어 볼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지요. 정봉주 측에서는 나름 사설 감정사를 동원해서 필적 감정도 하고 변호사 자격을 가진 동료 의원을 통해 자신이 직접 작성한 메모라는 점을 확인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더 까다로운 소명 행위의 성실성을 요구한 것이지요.  

 3. 

  이제부터는 법원의 논리에 대한 제 비판입니다. 
 
  3-1. 소명 행위의 '성실성'의 기준을 과연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저는 법원이 지나치게 과도한 판단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그 이유는  'BBK 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이라는 메모가 실행 이전의 단순히 구상 단계의 메모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개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추론 과정을 요구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구상 단계의 메모'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신이 실제 소유하고 있었던 BBK 를 앞으로 이명박에게 넘긴다는 계획을 적은 메모라는 뜻인가요? 그런 구상이라면 왜 굳이  '실소유주가 이명박' 이라는 취지의 표현을 썼을까요?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 이라는 메모는 단지 아직 현실화 되기 않은 계획을 적어 놓은 것이라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추론 과정 아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디테일한 부분 까지 파고 들어가면서 걸고 넘어지면 의혹 제기자가 아무리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가지고 아무리 성실하게 소명 행위를 하였다고 해도 사후적인 입장에서 얼마든지 그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고 봅니다. 

 3-.2. 이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 당시 정봉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던 의혹을 법원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입니다. BBK 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계좌 추적권이나 각종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 밖에 없지요. 그동안 검찰이 저지른 행태에 견주어 봤을 때, 자신들의 명줄을 쥔 살아 있는 정치 권력이 될  가능성이 유력한 사람을 위해 진실을 가리고 왜곡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유인은 너무도 확연 합니다. 이런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서 특별검사가 도입된 것이구요.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봉주 역시 검찰의 수사 결과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자신 수중에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새로운 자필 메모가 입수되었을 때, 검찰의 수사 결과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그걸 그냥 덮어두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악마의 논증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없다' 라는 것을 포지티브하게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악마의 증명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것이 없다' 라는 것을 포지티브하게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발언을 단순히 믿음으로서 '어떤 것이 없다'는 것을 포지티브하게 증명할 수 있나요? 
 
 검찰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즉, 검찰이 메모 두 가지 중 하나만 공개했다는 의혹)을 교묘하게 이명박에 관한 의혹(즉, 이명박이 BBK 의 실제 주인이라는 의혹)으로 비틀어 버리면서,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즉, 실제로 검찰 수중에 있는 것은 메모 하나 뿐인데, 메모 두 가지중 이명박에게 유리한 하나만 공개했다는 것. )을 이명박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즉, 사실은 김경준이 아닌 이명박이 실소유주라는 허위 사실 공표) 로 둔갑시켜 버립니다. 여기서 무서운 것은 검찰 수사에 관한 의혹 제기 자체가 - 그것이 검찰 수사 전반에 관한 신뢰성에 대한 것이든, 혹은 단순히 검찰이 입수한 두번째 메모의 존재 여부에 관한 것이든 - 이명박의 BBK 연루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로 전환된다는 것입니다. 정봉주가 특검 수사 결과 이후에도 그런 메모의 존재를 발표했다면 또 모를까, 검찰 수사 자체의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검찰 수사에 관한 의혹 제기를 통해 2차적으로 우회적으로 여전히 이명박이 BBK 의 실소유주일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용인 가능한 것입니다.  

 3-3. 그럼 시야의 각도를 좀 바꿔보지요. 법원은 '피고인이 제시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그 의혹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정해야 논의를 더 진전시켜 나갈 수 있겠지요. 주지하다시피 메모 B에 적힌 내용은 <김경준과 이명박이 주가 조작을 함께 공모했다>가 아니라, <이명박이 BBK 실제 소유주> 라는 것입니다. 전자는 후자를 통해서 단지 암시되는 추론일 뿐이지요. 

 가.  정봉주는 김경준과 이명박이 주가 조작을 함께 공모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품은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 

 나. 정봉주는 이명박이 BBK 실 소유주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품은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

가.와 나. 사이의 중간 단계의 명제로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 정봉주는 이명박이 김경준의 BBK 주가 조작에 어느 정도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품은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   

 가.는 처음부터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봉주 스스로도 이명박이 김경준과 주가조작을 공모했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까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이니 의혹을 품고 안품고 할 것도 없죠. 

 그럼 나. 의 경우는 어떤가요? 정봉주는 이명박이 BBK 소유주일 수도 있다는 자신의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과연 없었을까요?

 대선 직전 터진 BBK 광운대 동영상이나 훨씬 이전에 BBK 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라고 인터뷰한 중앙일보 기사 등등.. 이런 발언들, 즉 김경준의 입이 아닌 이명박의 입에서 쏟아진 발언들이 있죠. 그 이외에 정봉주가 부지런히 수집한 무수히 많은 간접 증거들, 즉 이명박의 BBK 명함, 화환, 세금 계산서, 임대차 계약, 김백준 BBK 부회장 급여 건, 김백준 구좌와 워튼 구좌와의 자금  흐름 등... 비록 이 모든 것들이 검찰 조사에 의하면 사실은 알고 보니 이명박이 주장한 김경준과의 결별 시점 이후에도 그와 관련된 뒷정리를 말끔히 하지 못한 이명박의 아둔함과 멍청함에서 만들어진 외관이었다고 쳐도...검찰 조사에 의해 실상이 드러날 때까지 정봉주는 자신이 수집한 무수히 많은 증거들, 이명박이 직접 했던 발언들, 동영상에 의해 백프로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을 지언정, 이명박이 BBK 실소유주일 것이라는 쪽에 훨씬 더 무게중심이 가 있지 않았을까요? 증거 수집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착오와 불철저함을 빌미로 정봉주가 악의적인 허위 인식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법원의 모 아니면 도 식의 양자 택일식의 사고 방식은...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결국 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법원이 정봉주를 온전하게 유죄로 만드는 길은 가.의 형태, 즉 이명박이 김경준과 주가 조작을 함께 공모했다는 의혹을 암시의 형태로 가져오거나, 다.의 형태, 즉 어쨌든 이명박이 김경준의 주가 조작 과정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즉 의혹의 내용을 보다 불명확한 형태로 만들어서, <정봉주, 너에게는 어쨋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번 판결을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짜맞추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법적 추론을 펼친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