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신문 안, 통권 13호 만화소개에 올렸던 기사를 살짝 수정해 올립니다. 꼭 권하고 싶은 만화라서요. 혹시 안보신 분이 계시다면 얼른 보시기를....^^>


프라네테스 ΠΛANHTEΣ 1-4권



작가 마코토 유키무라

(주)삼양출판사


아주 좋은 (만화)책을 소개할까합니다. 제목은 프라테네스, 혹은 플라네테스. 제목을 특이하게 그리스어로 지었군요. 쓰기도 어려운 알파벳입니다. 뜻은 방랑자, 혹은 헤매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군요. 영어 planet이 행성, 혹은 헤매는 별이라는 뜻이니까 행성이라는 뜻 같기도 하고요.


설명 들어갑니다. 작자인 마코토 유키무라는 우주라는 뜻을 너무나 협소하게 보는 것, 그러니까 대기권 밖의 공간만이라는 일반인의 시야가 싫어서 이 만화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실은 아주 SF 광팬이라고 여겨지네요. 이 만화에 등장하는 몇몇 에피소드와 캐릭터는 이전의 SF대선배의 소설에서 살짝 살짝 등장했던 인물 같습니다. 예컨대 달에서 자란 소녀의 에피소드는 클라크의 소설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그 에피소드는 클라크에게 바치는 오마쥬일지도 모르겠군요. 자기가 좋아하는 하드SF와 유사한 세계를 배경으로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따스한 이야기를 조화시키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 바로 플라네테스같습니다.


사실 SF의 배경만 없애 버린다면 이 작품이 말하는 주제는 인간의 사랑과 꿈입니다. 그것도 일본 드라마 특유의 다소 과장된 휴머니즘, 혹은 감상적인 휴머니즘이 주제입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저만의 꿈과 상처가 있고 우주개발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내며 상처를 극복해 갑니다.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저마다의 꿈을 꿀 뿐이죠. 때로는 그 꿈들이 부딪쳐 갈등을 만들어 내지만 캐릭터들은 곧 극복해 냅니다.


이 만화의 중심인물인 호시노 하치로타는 누구보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마지막 4권에서 호시노는 목성에 도착해서 지구를 향해 외칩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만은 도저히 그만 둘 수 없다고. 그러자 지구에서 그 소리를 듣는 개발 책임자는 조용히 혼잣말을 합니다. 사랑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고. 그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개념은 호시노와는 또 다른 것이니까요. 이런 장면들이 이 만화의 매력을 더합니다.



<주인공 호시노, 하는 짓이 저와 좀 닮아서 정이 갑니다..^^;;>


아무튼 호시노는 목성탐사가 끝나면 다시 지구위에 흩어진 데브리, 우주의 쓰레기를 줍는 직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지구궤도위의 데브리들을 클로즈업하는데 그중 나사못하나를 강조하면서 만화는 끝납니다. 유키무라는 아마도 우리 모두가 우주위에 떠다니는 나사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나사못같은 우리를 서로 이어주는 것은 사랑이라고,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그저 데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독을 권하고 싶은 만화입니다. 괜찮은 단편집을 하나 읽는 것과도 비슷한 여운이 남습니다. 하드SF와 감상적인 휴머니즘의 결합. 어쩌면 일본만화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조합같습니다. 그 조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P.S. 이 만화는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26회로 방영되었습니다. 원작보다 못하지 않은 애니메이션이 몇 편있는데 이 작품도 그렇 다고 주장하는 감상자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원작만 못하다는 사람이 더 많지만.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