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로자한나님의 광양 곳감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그냥 가볍게 생각난 것이 있어서요.
 
김영삼 대통령 시절,
그러니까 DJ가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국민희의를 창당해서 제1야당이 된 다음이 아닐까 싶은데,
암튼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해서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언론들은 그 영수회담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들을 하느라고 난리였는데,
저는 그런 건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그 당시 가십거리로 짤막하게 나왔던 기사 한토막만 생각납니다.

당시 김영삼이 영수회담 메뉴로 칼국수를 대접했던 모양인데,
DJ가 1-2시간 정도의 영수회담을 마치고 청와대를 나오자마자
동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바로 인근 단골 아구찜 식당에 가서는 말그대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고 하더군요.
영수회담 하는 동안 배고파서 고생했다고 얘기하면서, 칼국수 먹고 버티는 김영삼이 대단하다면서
나는 절대 그렇게 못산다고 얘기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집에 손님이 오면
평소 먹던 밑반찬 말고 따로 특별요리를 준비해서 내놓는 게 상식인데, 
어찌 우리 YS께서는 평소 먹던 칼국수를 그냥 대접했을까 하면서
그 정치적(?) 의도를 더 궁금해하기도 했었구요. ㅋㅋ

작년 초쯤인가,
서점에 갔더니 '대통령이 즐겨찾은 맛집'인가 뭐 하여튼 그런 제목의 책이 깔려 있었는데
박정희부터 이명박까지 전현직 대통령들이 즐겨찾은 맛집들을 쭉 소개한 책이더군요.

심심풀이 삼아 그 책을 읽어보았는데, 김영삼은 소개된 맛집도 얼마 없는 데다가
그나마도 삼청동 칼국수집처럼 명성에 비해 허접하다고 소문난 곳만 열거되어 있더군요.
입맛이 후지면 정치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ㅎㅎ

반면 DJ가 즐겨찾은 맛집들은 삼합정식, 연포탕, 떡갈비, 아구찜, 중식당 등(아, 군침 도네요..^^)
푸짐한 음식들에다가 맛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후한 곳들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하여튼 먹는 것 되게 좋아하고, 먹는 모습도 상당히 우악스럽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당연히 현 가카이신 이명박이 즐겨찾는 맛집 코너를 보았는데,
다른 건 잘 기억이 안나고 충북 제천에 있는'약초밥상집을 좋아한다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근데 이 곳은 제가 몇번 가봐서 아는데요, 진짜 맛있는 원조집은 식당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간판이 작아서 모르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근데 이 식당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나오기도 합니다.
이 식당에 갔다가 마침 사장님에게 영화 촬영 얘기를 물어보았는데,
이 영화에 출연하는 외국인 배우가 NG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먹어대기만 해서
밥하고 반찬을 계속 공수해줬다고 얘기하면서 외국인도 좋아하는 맛이라고 자랑하더군요. ㅎㅎ

암튼 이 식당 인근에 몇년전에 새로 대규모 짝퉁집이 오픈했는데
정말 무슨 대형별장처럼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았더군요.
하지만 맛은 당연히 앞에 언급한 원조집을 절대 따라가지 못합니다.

근데 역시나 우리 가카께서는 이 짝퉁집을 즐겨 찾는다고 써 놓았더군요.
역시 인간이 내실보다는 외적인 허영에만 사로잡혀 산다는 것을 먹는 것 하나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니까요. ^^
정치도 딱 그 수준으로 하잖아요.

개인적으론 차기 대선 주자들한테 즐겨찾는 맛집을 물어보고 싶어요.

즐겨찾는 맛집의 수준과 그 사람의 정치적 능력의 수준이 정비례한다는
전혀 과학적 근거는 없는 저만의 검증기준을 갖고 대선주자들을 한번 판단해보고 싶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