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직 선거법에서 허위 사실 공표에 관한 처벌 조항은 공직에 입후보한 사람에 관한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로부터 유권자들의 선택이 오도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의도에서 제정되었다. 그러므로 허위 사실 유포죄에 의해서 보호 받는 법익 (법적 이익)은 허위 사실이 유포됨으로 인해서 받게 되는 공직 후보자의 개인의 명예도 있지만, 이것보다는 일차적으로는 왜곡된 정보로부터 침해될 수 있는 일반적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형법상의 명예 훼손죄와 공선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가 갈리는 점은 일반적으로 여기에 있다고 간주된다. 원래 이 법은 '공직 선거및 선거 부정 방지법' 이라는 이름으로 1994년부터 시행되어 오다가 2008년에 '공직 선거법 ' 이라는 명칭으로 바뀌면서 시행되고 있다. 그럼 우선 정봉주 사건에 적용된 조항이 어떤 것인지 살펴 보도록 하자. 

  •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 (1)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등·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학력을 게재하는 경우 제64조(선전벽보)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30, 1997.1.13, 1997.11.14, 1998.4.30, 2000.2.16, 2004.3.12>
(2)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7.1.13>
(3) 당내경선과 관련하여 제1항(제64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방법으로 학력을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한다)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제2항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후보자"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는 "경선후보자"로 본다. <신설 2005.8.4>

 제 1항은 후보자 자신에 관한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 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조항이고, 제 2항은 상대 후보자, 즉 자신의 정적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개칭 전 선거법과 이후 선거법이 다른 점은 제 3항의 추가이다. 즉 당내 경선과 관련해서도 허위 사실 공표죄에 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이 삽입되었다. 그러므로 어떤 분의 의견과는 달리 박근혜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의 BBK 연관 관계에 대해 했다는 발언들도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기소의 형평성과 관련하여 검찰의 행위는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검찰이 가장 비판 받아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기소의 형평성에 관련된 부분이다. 이 부분은 본 글의 주제의 범위를 벗어나니 생략. ) 

 2. 

정봉주 사건에 적용된 조항은 제 250조 제 2항, 특히, "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이라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입법의 기술은 크게 보아 규율되는 사례를 하나 하나 열거하는 (법이론 용어로 결의론적 kasuistisch 이라고 한다) 방식을 스펙트럼의 한 축으로, 사례를 하나 하나 규율하지 않고 일반적인 용어로 뭉뚱그려서 규율하는 방식이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입법자가 결의론적인 입법 방식을 채용 하게 되면 법적용자, 즉 법원의 입장에서는 법조문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반면, 입법자가 일반 조항을 사용하여 입법을 하게 되면 법원이 법 적용을 할 때에도 그만큼 해석의 영역과 범위가 커지게 된다. 법원의 해석 재량이 커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 법적용자가 점점 입법자의 위치로 다가간다는 뜻이다. 

사실 형법에서는 일반 사법에서와는 달리 일반 조항을 써서 입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형법은 특정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직접적으로 구속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법적인 안정성, 즉 법의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적 자유를 직접적으로 구속시킬 수 있는 규칙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서 법 적용자들마다 서로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면, 이것은 일반 국민, 즉 일반적 법 수신인의 관점에서 납득하기도 어렵고 용납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형법이 일반적으로 다른 법규범들보다 언어적인 명확성을 훨씬 더 요구하고 그럼으로서 법적용자의 입법자적인 해석재량을 좁히려고 하는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3.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이라는 법 명제는 입법 기술상으로 어떤 쪽에 더 가까울까? 결의론적인 입법 기술에 더 가까울까 아니면 일반 조항을 사용하는 입법 기술에 가까울까? 의심할 여지도 없이 후자에 가깝다. 선거 형법처럼 원천적으로 현실 정치와 밀접히 맞닿아 있는 법에서 이 조항은 해석자인 법원에게 그 자체로 광범위한 해석 재량을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이것 자체로 우려할 만한 위험성 - 즉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 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공선법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성공은 그러므로 이 조항을 어떻게 일반적 법 수신인인 국민에게 해석을 통하여 공선법에 관한 보다 구체화되고 안정적인 행위 지침을 마련해 줄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 이런 해석을 함에 있어서 법원이 공선법의 목적과 법이 지향하는 법익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4. 

법원은 똑같은 사태를 다루더라도 일반 시민과는 달리 법적 논증을 통하여 그 사태를 접근하고 처리하게 된다. 여기서 법적 논증이란 일차적으로는 실정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논증을 뜻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법원이 그 조항을 해석하고 비슷한 이전의 사례를 그 조항에 적용해 온 실정법 해석의 역사라는 지평에서 사건을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일반적, 실천적 논증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봉주 사건에서도 일반 국민들이라면 일차적으로는 그 사건 자체에만 주목하겠지만 법원의 입장에서는 이미 형성된 법원의 규범적인 관점, 즉 공선법 250 조를 해석해 온 선례의 관점을 주목하게 된다. 즉 법원은 공선법 250조에 대한 기존에 형성된 해석적 법리가 무엇인지 일단 확정하고, 그것에 따라 이 법리가 정봉주의 사안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공선법 250조 2항에 관한 법원의 해석적 관점을 계보학적으로 먼저 따라가 보는 것이다. 

 5.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2003년에 내려진 판례 2001도 6138, 이른바 송영진 의원 사건이다. 이 사건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피고인 송영진은 자민련의 공천을 받아 같은 선거구(충남 당진)에 입후보한 김현욱에 대한 네거티브를 펼치면서, '(김현욱이) 공단을 만들 때 수십 억 대의 정치 자금을 만들어 당시 (민정당) 의원들이 그것을 나누어 썼다는 제보가 있다' 라는 말을 하게 된다. 또 김현욱의 아들이 체중 초과로 제 2국민역에 편입되는 병역 처분을 받았는데 그 이후 검찰과 국방구 검찰부의 병역 비리합동 수사단의 수사 이후에 그 아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그 내용이 대다수 중앙 일간지에 김현욱의 이름과 함께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송영진은 그 이후 후보자 합동 연설회에서 "여기 계신 모 후보... 그 자식도 고의로 체중을 불려서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소문이 많이 있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국가를 위하여 몸을 던져 일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는 말을 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리게 된다. 

 " 여타 충남 일원의 대형 공사에 대한 관건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당시 국회 의원이었던 김현욱의 관련 비리가 밝혀진 것은 없었고... 반면 피고인은 김현욱의 소속 정당 의원들이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을 마련하여 그것을 나누어 썼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하고서도 그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는 물론 과연 그 제보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이미 국회의 공적 조사의 결과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새롭게 제기하는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으로 이 발언은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중간 생략) 다음으로 (김현욱의 아들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 그 결과가 ...대다수 중앙 일간지에 아버지인 김현욱의 이름과...함께 보도되기까지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면 피고인은 위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김현욱의 아들에 대한 병역면제 처분에 비리의 의혹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황과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바,..피고인의 이 발언 당시 이미 수사 당국의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새롭게 제기하는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실은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6. 

송영진 의원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 판결으로서 종전의 판례와는 달리 공선법 250조 제 2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적, 규범적인 입장이 가장 포괄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제시된 법리는 정봉주 대법원 판결등 공선법 250조 2항의 적용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에서 규범적인 해석 기준으로 그대로 원용되고 있다. 판시에 드러난 이 부분 - 공선법 250조 2항에 규정된 허위사실 공표죄의일반적 법원리라고도 부를 수 있는 - 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 민주주의 정치 제도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고 그것이 선거 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공직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공직 담당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그 검증을 위한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며,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편,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그 의혹이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 적격 여부에 관한 검증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무제한 허용될 수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의혹 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달리 그 의혹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한, 허위 사실 공표의 책임을 져야 하는 반면, 제시된 소명자료를 통하여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그 사후에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처벌할 수 없다. " (인용 끝)

 7. 

송영진 사건에서 확립되고 그 이후에 여러 사례에서 원용된 이 법원리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일까? 의혹 제기자가 비난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였다면, 비록 의혹 제기자의 언명이 허위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허위사실유포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좀 극적으로 표현하면, 의혹 제기자에 의해서 주장된 사태가 진실인지 허위인지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질적인 것은 의혹 제기자의 소명 행위의 성실성, 구체성이 된다. 대법원은 이렇게 나중에 어떤 사태가 허위로 판명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허위사실유포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며, 허위사실 유포죄의 성립 여부는 의혹 제기자가 전개한 소명행위의 성실성, 구체성에 대한 객관적 판단에 달려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8. 

대법원에 의해서 표명된 법원리는 지극히 건전하고 상식적인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에 의해서든, 아니면 다른 후보 진영에 의해서든 후보자에 대한 공직 적격에 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이 검증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진영이 상대 후보의 비리 의혹에 관한 전체적이고 확실한 그림을 가지기란 지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혐의 자료를 입수했다면 그에 따라 상대방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공익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이런 의혹 제기와 해명, 구체적인 소명 자료에 기초한 추가적인 의혹 제기와 재반박 과정을 통해 일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공직 적격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선법의 가장 큰 목적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죄의 최종적인 판단 기준이 의혹이 제기된 사태 자체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의혹 제기자의 건전한 양식에 기초한 소명 행위의 성실성과 구체성에 관한 판단에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일견 주관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소명 행위의 성실성과 구체성에 관한 판단' 에서 그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의혹의 당사자가 된 후보자인가? 아니면 의혹 제기자인가? 아니면 법관의 개인적인 판단인가? 공선법의 제정 취지를 선정한다면 '소명 행위의 성실성, 구체성'이라는 판단 기준은 앞의 셋 다가 아닌, 일반적인 유권자의 관점, 즉 일반적인 유권자에게 얻어지는 전체적인 인상의 관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허위 사실'에 관한 판단에서 '일반적인 유권자의 관점'의 중요성은 대법원 역시 수긍하고 있다. 송영진 사건 판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 "(허위 사실과 관련된) 표현이 (특정 인물에 관한 고유명사가 아닌 특정 인물이 속한) 집합적인 명사를 쓴 경우에도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하에서 표현의 객관적 내용....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해당 표현은 그 특정인에 대한 허위 사실에 대한 공표에 해당한다.)  

 9. 

정봉주 사건의 9쪽 짜리 대법원 판결문은 1,2 심 판결문의 판시 내용을 전반적으로 그대로 수긍하는 가운데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심 판결문을 살펴 보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의 법적 논리의 전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정봉주는 검찰에 의해 다음 네 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정봉주는 

 1) 김경준의 변호인이었던 박수종 변호사의 사임에 관련하여 이명박 후보의 주가 조작 연루설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 
  (정봉주의 직접적인 워딩은 다음과 같다. " (박수종 변호사의 사임 이유가 무엇일것 같냐는 오마이뉴스의 물음에 대해) 박 변호사가 본인이 자료를 확인한 후 이명박 후보가 기소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박 변호사는 이명박 후보자가 다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 일등 하던 사람이 3등이 되거나 또는 구속이 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 같다.) 

 2) 이명박이 김경준과 결별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인 2001년 4월 19일 이후에도 이명박과 실무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김백준이 김경준의 주가 조작에 동원된 유령 회사 사이에 연관되어 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
 (정봉주의 직접적인 워딩은 다음과 같다. "김백준은 2001년 5월 3일, 삼성 증권에서 98억여원을 (자신의) 신한 은행 개인 계좌로 받아 같은 날 김경준의 주가 조작에 동원된 유령 회사인 워튼에 그 돈을 빌려주었다. 이 돈은 5월 28일 EBK (이명박과 김경준이 합법적으로 설립한 회사) 외환 은행 계좌로 다시 입금된다.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결별했다고 밝힌 2001년 4월 이후에 김백준씨가 주가조작 계좌에 송금한 점에 비추어 이명박 후보의 결별 선언은 거짓이고, 이 후보가 그 유령회사의 존재를 몰랐다는 주장도 허위임이 밝혀졌다.") 

 3) 이명박과 김경준이 결별한 이후에도 이명박이 김경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는 허위 사실의 공표. 
 (정봉주의 워딩: 이명박 후보가 2001년 4월 이후 김경준과 결별하였다고 하였으나 2001년 7월에 발행된 (신도리코에서 발행된) 세금 계산서에는 이명박이 BBK 의 대표이사로 기재되어 있는 점, 이명박의 최측근 김백준은 BBK 부회장으로 월급까지 받았고,  BBK 부회장으로 축하화환까지 보냈으며, BBK 의 리스크매니져로 등재되었던 점. 등등으로 보아 4월 이후 김경준과 사업 관계를 청산하였다는 이명박 후보의 주장은 거짓이다)  

 4) BBK 의 실소유주는 자신이 아니라 이명박이라는 김경준의 자필 메모를 검찰이 은닉했다는 허위 사실의 공표. 
 
10. 

여기에서 한 번 살펴 보도록 하자. 이번 사건에서 정봉주가 공표했다고 하는 이명박에 관한 허위 사실의 내용이 과연 무엇일까? 정봉주는 <이명박이 BBK 주가 조작 사건을 공모했다, 혹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 아니다. 정봉주가 제기한 것은 <이명박이 주장했던 김경준과의 결별 시점이 사실은 거짓일 지도 모른다>거나, 혹은 < BBK 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일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여기서 암시의 법리가 등장한다. 검찰 측이 주장하는 것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의혹 제기자의 직접적인 워딩을 통해서 추론되는 사실, 즉 <결별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에서 사실은 이명박이 김경준과 결별하지 않았고, 사실은 이명박의 최측근인 김백준이 김경준과 모종의 연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니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결국 이명박이 주가 조작에 연루되어 있었다고 암시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너는 (이명박이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주가 조작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11. 

정봉주의 모든 워딩은 암시에 의해 이명박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허위 사실로 귀착된다. 이렇게 암시의 법리가 발동되면 사실 정봉주가 제가한 의혹을 범주적으로 구분하는 일, 즉  BBK 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혹은 이명박이 주가 조작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되었는지를 구분하는 일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왜냐하면 정봉주가 이명박의 BBK 주가 조작 공모설에 대해 직접적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사실 그는 거기에 관해서는 아무런 도 하지 않았다), 김경준과의 결별 시점에 관한 이명박의 주장을 어떤 소명 자료를 써서 단순히 반박하더라도, 그것은 그대로 이명박의 주가 조작 연루를 암시라는 방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A 는 <전날 밤 B 의 집으로 들어간 C 를 보았다> 고만 말했을 뿐인데, 곧 A 의 발언 내용이 <도둑 맞은 B 의 물건의 절도범은 C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이러한 암시의 법리를 허용하게 되면 선거 형법의 정치 형법화 - 즉 법원과 검찰의 입맛에 따라 사안에 따라 자의적인 법 적용이 일어나게 되는 일 - 은 피할 수가 없다. 형법 제정과 적용에 있어서 가장 큰 대원칙인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의 요청은 철저하게 무력화 될 수 밖에 없다. 대법원은 그렇다면 왜 이런 암시의 법리를 공선법 재판에서 채용하게 되었을까? 정봉주 대법원 판결문에 그 힌트가 숨어 있다. 

 "... 또한 의견이나 평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기초하여 행해지거나 의견이나 평가임을 빙자하여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 방법으로 허위 사실을 암시하는 경우에도 위 죄가 성립된다. (98도1922 판결, 2001도6138 전원 합의체 판결, 2008도2422 판결 등 참조.)"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이 암시의 법리는 대법원에서 언급한 전원 합의체 송영진 의원 사건(2001도6138)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암시의 법리는 2008도 2422, 이른바 '고소영 댓글 사건'에서 정립된 것이다.  고소영 댓글 사건이란 고소영이 거액의 금전 거래를 댓가로 재벌가의 자식을 낳아줬다는 루머에 고소영 측이 명예훼손으로 악플러들을 고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제시된 대법원의 견해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 정보 통신망을 이용한 명예 훼손죄에 있어서 사실의 적시란 반드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해서라도 그 표현의 전 취지에 비추어...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족한 것인데...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피고인인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피해자에 대한 기사란에서 그녀가 재벌과 사이에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낳아준 댓가로 수십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댓글이 붙어 있던 상황에서, 추가로 <지고 지순이 뭔지나 아니?, 모 재벌님하고 관계는 끝났나?> 라는 내용의 댓글을 제시했던 것인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통하여 위와 같은 허위 사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12. 

글의 맨 처음에서 밝힌 대로, 명예 훼손죄가 보호하려는 법익과 공선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가 보호하려는 법익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다. 전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회적 가치 평가라는 개인적 자산에 관한 침해의 교정을 목적으로 제정된 조항이고 후자는 기본적으로 공직 후보자들에 관한 올바른 정보 유통을 통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조항이다. 명예 훼손죄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음해하려는 자는 기본적으로 불순하고 정당화 되지 못하는 사적 동기, 즉 자신의 탐욕이나 질투심, 시기심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선거 국면에서 일어나는 상대방 진영에 대한 검증 공세는 - 비록  신빙성이 전혀 없고 근거없는 공세도 적지 않게 있지만 - 기본적으로 상호 검증을 통한 공익 수행이라는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은- 명예훼손범죄와는 달리 - 선거 시점의 검증 국면에서  대립하는 양진영의 상호간의 검증 공방 뿐만 아니라 제 3의 언론을 통해서도 각 후보자들에 대한 무수히 많은 상호 대립되는 방향들을 가진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명예 훼손죄와 허위 사실 공표죄에 기계적으로 동일한 암시의 법리를 적용하여 허위사실유포죄의 적용범위를 자의적으로 의혹범, 추측범의 형태로까지 확대한다면 이것은 대법원이 두 법의 적용이 가진 본질적인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13.

 이러한 점을 시야에 두고 1심 판결의 법리를 간단히 살펴 보도록 하자.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허위사실공표죄에서 관건은 의혹 제기자가 상대 후보자에 대하여 제시한 사태가 진실이나 허위이냐를 가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혹 제기자의 소명 행위가 일반적인 유권자의 관점에서 얼마나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이루어졌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검찰측의 입장에서 두 가지 입증 의무를 진다는 뜻이 된다. 즉 검찰은 1) 의혹 제기자가 제시한 사태가 허위라는 점 2) 의혹 제기자가 소명 행위가 불성실, 불건전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매우 모호하게 표현했다. 

 "...허위 사실 공표죄에 있어서 의혹의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 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 검사는 제시된 그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명 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 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의혹 제기자는) 허위사실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자료의 허위성을 증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의혹 제기자가 제시한 자료가 사실은 가짜다..예컨대 정봉주가 제시한 이장춘 전 대사가 받았다는 이명박 LKE BANK, BBK, EBK 대표이사 명함, 혹은 신도리코에서 발행한 'BBK 대표 이사 이명박' 명의의 문구가 찍힌 세금 계산서가 사실은 위조된 가짜라는 사실을 검찰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보다 넓은 맥락에서, 곧 의혹 제기자의 소명 행위가 불성실했다는 것을 검찰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1심 판결문의 논리 전개도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1심 판결문 논증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즉 1심 법원은 앞서 검찰측이 기소한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4가지 죄목 모두가 1) 허위 사실로 판명되었으며, 2) 정봉주의 소명 행위가 불건전했다고 판시한다. 본질적인 것은 두번째 부분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1심 법원의 입장(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전심 판결을 그대로 용인하고 있으므로, 1심 법원의 입장과 대법원의 입장은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을 살펴 보도록 하자. 

14. 정봉주 소명 행위의 건전성에 관한 1심 법원의 판단. 

 1)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관한 부분. 

 이 부분은 1심 법원은 논증 자체를 생략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정봉주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 행위가 아니라서 정봉주가 소명 자료를 제시하고 말 고 할 것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2) 이명박 김경준 결별 시점 이후 김백준 계좌와 워튼 (주가조작을 위해 만들어진 유령 회사) 계좌 간의 자금 흐름에 관한 부분. (다음은 해당 부분에 대한 요약이다.)

  가.  정봉주의 비서관이던 여모 씨는 인터넷 뱅킹의 방법으로 위 각 계좌에 1000원씩을 이체하려고 하였는데, A 은행 계좌에 대한 이체 과정에서는 그 예금주가 김백준(워튼) 이라고 컴퓨터 화면에 뜨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B 은행 계좌에 관한 이체 과정에서는 '계좌가 존재하지 않거나 잘못된 계좌'라는 문구만 컴퓨터 화면에 떠서 예금주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예 여 비서관은 해당 은행에 직접 찾아가 예금주가 김백준이 맞냐고 질문하자 은행 여직원이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다고 한다. 여 비서관은 B 은행 계좌의 예금주가 김백준이라고만 되어 있는지, 아니면 A 은행 계좌와 마찬가지로 김백준(워튼)이라고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 그런데 그 은행 여직원은 위 계좌의 예금주를 여 비서관에서 확인해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다 .한편 피고인은 검찰조사에서 "이 사건 대책단에서는 은행 여직원의 답변을 듣고는 위 계좌가 개인계좌인지 법인 계좌인지 더 이상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는 법인 계좌든 개인 계좌든 유령회사와 거액의 거래를 한 것이 문제의 초점이기 때문이었다" 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그러나 피고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발언 보도 자료에서 김백준의 B 은행의 계좌가 김백준의 개인계좌라는 사실이 가지는 의미를 재차 강조하였다. 

 3)  이명박과 김경준이 결별했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에도 이명박이 김경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는 부분. 

  가. 피고인이 발언의 근거로 삼은 의료 보험..문서에는 직원으로 기재된 사람이 BBK 의 직원으로 알려진 사람들과 EBK 의 직원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아무런 구분 없이 기재되어 있다. 
 
  나. 한편 김경준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01년 3월 BBK 에 대한 부문 검사를 받으면서 "임직원으로 근무하지 않아 급여, 의료비 공제 내역이 없는 김백준을 위 현황 보고서에 상근 운용 전문 인력으로 허위 보고 하였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하고,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김백준이 리스크매니져로 근무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2007.11.7 일자 현황 브리핑을 통하여 위 확인서의 내용을 공개하였다.. 한편 피고인의 보좌관인 여 모씨는 BBK 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부문 검사에서 '운용 전문인력' 등이 문제점이 적발되었고 그 이후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되면서 '운용 전문 인력부족' 등이 취소 사유라는 점이 공개되어 그 부분은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누가 근무하지 않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 진술했다. 

 (4) BBK 관련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한 김경준의 메모 부문. 

 가. 피고인은 2007년 11. 30 일 경 여모 보좌관을 통하여 오마이 뉴스의 신문 기자로부터 메모 B(BBK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메모) 의 사본을 입수하였는데, 이 기자는 여 보좌관에게 "메모 B 에 따르면 이명박이 BBK 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이긴 하지만 김경준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기 때문에 기사화 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여 보좌관은 위 메모가 구상단계의 것인지 실행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공개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 피고인은 2007.12.5. 검찰 수사 발표후 변호사 자격이 있는 대통합신당 의원들이 김경준을 접견하여 메모 B 가 김경준이 작성한 것임을 확인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검찰 수사 결과가 이미 발표되었을 뿐 아니라 메모 B는 검찰수사 결과 발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는 것이었고, 특히 피고인 본인도 그 전에 의미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도, 피고인은 더 나아가 메모 B 가 구상단계인 것인지 실행된 것인지 등을 김경준의 접견이나 다른 방법을 통하여 확인해 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대략 위와 같은 점을 열거한 후 다음과 같은 판단으로 나아간다. 

 " ...이명박 후보자가 BBK 사건의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범죄행위에 연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은 그 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이러한 의혹의 주요 근거는 김경준의 일방적인 주장과 그가 제시한 여러 서류들이었던 점, 이와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하여 이명박 후보자측은 그러한 의혹이 근거 없는 것임을 누차 해명하면서 상당한 소명 자료를 제시하여 왔던 점, 김경준이 주장한 내용과 제시한 서류들 중 상당 부분은 검찰 수사 발표 전에도 이미 국회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한나라당의 당내경선과정 등을 거치면서 신빙성에 문제가 많은 것임이 드러나고 있었던 점...피고인이 위 각 발언을 하면서 제시한 소명자료는 그 당시 알려진 해명이나 반대 증거의 내용에 비하여 특별한 증명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던 점.... 나아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한나라당은 그동안 수회에 걸쳐 피고인에게 허위사실공표에 관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였고 ...피고인은...한나라당에서 그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다른 반대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의혹에 대하여 해명하였으나, 피고인은 또다른 자료를 추가하거나 새로 제시하면서 의혹을 계속하여 제기하였던 점...피고인이 제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사회 통념상 가능하였다고 인정됨에도 피고인은 이명박 후보자가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되어 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였던 점을 종합하여 보면...피고인에게는 자신의 사실 적시 행위가 '허위 사실의 공표'로 될 수 있는 위험을 스스로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 

15.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1심 법원 판결문에서 법원은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이명박 검증 국면에 있어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널리 각인되었던, 이명박과 BBK 관련성에 관한 여러 직접적인 의혹에 관련된 사실들, 예컨대 이명박이 광운대 강연에서 직접 발언한 동영상들, 2000년 즈음 이명박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이 BBK 를 소유하고 있다고 증언한 부분,  - 김경준의 발언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닌, 이명박 자신의 발언을 통해 나온 발언들에 대해서는 - 법적인 의미를 전혀 부여하고 있지 않다. 이명박이 실제로 BBK 를 소유하고 있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는 문제와, 이명박이 스스로의 언행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덧씌운 BBK 관련성은 서로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도, - 그리고 후자는 공직 선거법이 요구하는 공직 적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법원은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정봉주가 소명 자료를 통해 제시한 의혹들은- 다는 아니지만 - 적지 않은 것들이 이명박과 BBK 의 관련성에 관한 진실과는 상관없이 이명박 스스로의 과오에 의해서 발생한 것들이다 - 2001년 4월 이후 완전히 갈라섰다고 주장하면서 바꾸지 않은 명함, 세금 계산서들, 김경준이 만들어 놓은 김백준 명의의 BBK 계좌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어찌 이명박의 경솔함과 판단의 부실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공직 적격에 필요한 요소의 일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설사 정봉주의 소명 자료가 모조리 진실과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이 난다고 해도, 그것의 1차적인 책임은 정봉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김경준과 갈라섰다고 주장한 이후에도 김경준과 관련된 자신 신변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내버려둔 이명박의 그 멍청함과 아둔함에 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 헤어진 이후에 헤어진 연인의 물건과 사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남자에게 어느날 한 친구가 와서 '어라, 너 그 여자 물건 그대로 가지고 있네?' 너 정말 헤어진거 맞니? 라고 물어본다면, 그러한 의심을 품게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과연 누구한테 있는 것인가?     

16. 

허위사실유포죄 성립의 결정적인 척도가 되는 '의혹 제기자의 소명 행위의 성실성' 은 각자마다 조금씩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허위사실유포죄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개정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현행법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본다면, 관건은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해 가며 상대방 후보의 공직 적격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의 소명의 성실성을 요구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에서 검증이 대상이 된 대통령 후보 이명박 자신이 자초한 부분, 즉 의혹의 대상이 된 사태의 외관을 만들어 낸 책임 역시 법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1심 법원과 대법원이 침묵했던 바로 그 부분이 정작 사태의 전체적인 파악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고려되었어야 했을 부분임을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의혹 제기자의 소명행위의 성실성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봉주의 의혹 제기와 소명 행위는 과연 1심 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처럼, 불성실하고 부실한, 얼마 간의 악의가 섞여 있던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정도로 - 악랄한 것이었을까? 정봉주가 명시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의혹 제기의 부분까지 왜 법원은 끼어서 억지로 집어 넣었어야 했을까?   
판결문을 꼼꼼히  여러 번 읽어 본 후에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이 법논리의 미적지근한 불확실성, 의심, 자의성은 이번 판결에 임한 법원 스스로의 자기 기만과 무지의 탓이라고 돌리는 것은 필자의 만용일까? 검증 행위에서 소명 자료의 완벽성과 소명 행위의 완벽한 성실성을 요구하는 법원의 이러한 태도가 보장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이 아니라, 선거의 상호 검증 국면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인 생동성의 고사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은, 필자의 과민한 착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