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야권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이 정리될 것 같습니다. 첫째는 '호남은 지역주의인가 아닌가?'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고, 두번째는 '이명박정부는 독재인가 아닌가?' 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결국 '호남은 지역주의 맞고, 이명박은 독재자 맞다' 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한 쪽의 진영을 이루고 있고, '호남은 지역주의가 아니며, 이명박을 독재자로 보기는 어렵다' 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한 쪽의 진영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크로에서 닝구와 친노로 갈려 말싸움하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그런 밑바닥에 깔린 견해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아닌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역주의 논쟁은 일단 걷어내고, 이명박은 독재자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명박은 독재자가 아니다' 라는 말이 결코 이명박이 좋다 혹은 편들어주자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투를 하는데 있어, 적에 대한 성격 규정은 가장 먼저 밝혀야 할 매우 중차대한 절차입니다. 적군의 주력이 153고지에 있는데, 비어있는 207고지에 화력을 집중하는 부대는 전멸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겁니다. 포병으로 재배치된 적군앞에서, 돌격에 대비한 바리게이트를 치라고 명령하는 지휘관은 적군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 뿐인거죠.

나꼼수 팬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이명박은 독재자다'라고 아무런 의심없이 굳게 믿는 듯 합니다. '청와대가 권력의 힘으로 대법원에 외압을 행사했고, 그런 외압에 굴복한 대법관이 재판 기일을 조정하고 정치적 판결을 하며 적극 협조했다' 가 그 분들의 현실 인식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죠. 결국 그 분들의 모든 주장을 요약하면 '이명박은 사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한 독재자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겁니다.

그럼 그 분들의 주장이 다 맞다 치자구요. 이명박은 독재자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이명박이 독재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국적인 반정부시위 조직하고, 집권 세력과는 그 어떤 대화나 협조도 해서는 안되며,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무너뜨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촛불 대신 화염병과 짱돌을 들자! 고 해야 하는거죠. 그것은 이미 80년대에 경험을 해봤으니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고, 80년대에는 정말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언놈 하나 그러자는 사람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법부까지 장악한 독재 정부 치하의 국민들이 알콩 달콩 모여서 투표 인증샷 놀이를 한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인거죠.  

결국 둘 중의 하나인 겁니다. 본인들 스스로 이명박은 독재자가 아님을 인정하고 있거나, 독재자에 맞설 용기가 없거나. 아니다. 가끔 용기를 발휘할 때는 있어요. 그 용기를  "쫄지마 ㅅㅂ" 하면서 종편에 출연한 연예인을 독재에 협조한 부역자로 낙인찍어서 마녀사냥하는데나 쓰니까 문제죠. 이상훈 대법관 신상 털기할 용기는 있지만, 막상 이상훈 대법관더러 '부디 권력의 외압에 대해 양심선언 하시라' 고 용기있게 설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청와대외압설에 동의하지 않는 아크로 닝구들의 모습에는 깜놀하지만, 이상훈 대법관에게 양심선언을 요구하지 않는 본인들의 모순적인 행동에는 조금도 깜놀하지 않죠.

사실 이것은 긴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저 민주공화국의 룰을 왠만하면 따르는 보수주의 정부일 뿐이에요. 내곡동이나 선관위 디도스? 그런걸 저질러서 독재인 것이 아니고, 그런 짓을 저질러놓고도 생까는게 독재인겁니다. 지금 이명박정부가 그러고 있나요? 납작 엎드렸죠? 국민들이 화내니까 납작 엎드리는 독재 정부와 여당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그러면 그들은 왜 '이명박은 독재자다'를 주장하고 싶어하는가를 살펴보는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암만 찾아봐도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지는 않네요. 보수주의정부보다는 독재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겠죠. 보수주의정부를 상대하려면 진땀나게 머리를 굴려야 하지만, 독재 정부를 상대하려면 '쫄지마 ㅅㅂ!'라는 근성만 있으면 되거든요. 보수주의 정부를 상대하려면 그에 걸맞는 진보주의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이 실효성있는 대안임을 인정받고 하는 귀찮은 것들을 해야 하거든요. 그럴 실력이 안되거나, 하기 귀찮으니까 '이명박은 독재자였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는겁니다. 아무래도 그건 아닌거 같은데? 하고 의문을 던지는 아크로가 기괴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걸테구요.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적의 포병부대를 제압하려면 최소한 동급의 포병이거나 공군의 지원등 보다 고단수 전략이 필요합니다. 안그러면 지는거죠. 그런데 포병으로 전환한 적군앞에서 바리케이트나  치면서 "닥치고 백병전!"을 외치는 사람들을 어찌해야 하는지 솔직히 궁금합니다. 벌써부터 저쪽 진영은 박근혜로 사령관 교체 완료하고 공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복지를 중시하는 신종 보수주의' 로 무장하고 포격을 퍼붓기 시작하겠죠. 그런데 이 쪽은 독재자로부터 정봉주일병을 구출하는 능력으로 사령관 뽑자고 하고 있으니 이건 뭐 불보듯 뻔한 게임인겁니다. 차라리 바리케이트가 그나마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