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대구지역 문화신문 [안] 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약간 수정해서 올립니다.



<짤방은 디씨 사건, 사고갤에서 유행했던 고담 대구>

1. Episode 1 : 친구의 우국충정!


“건설 경기가 좀 살아야 대구도 먹고 살만해 지지. 부동산 대책 같은 건 경기 살리는 데 전혀 도움이 안돼.” 대구에서 태어나 한 번도 대구를 떠나 본 적이 없는 이 친구, 상당히 흥분한 어조다. 돈 모으느라 술도 담배도 끊었다더니 어디 아파트라도 좀 장만했나? 얼른 물어보았다.

“야, 너 부동산 좀 사 놓은 모양이지? 언제 그랬냐?”

“부동산은 무슨. 말이 그렇다는 거지. 월급장이 봉투가 뻔한데 어떻게 부동산에 투자를 해.”


자기 집 달랑 한 채 이외에는 땅이라고는 한 평도 없는 인간이 건설경기를 걱정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평소에 술값도 절대 내지 않던 녀석이......... 복지시설에 후원 좀 하라고 해도 절대로 하지 않던 녀석이..... 사실은 이렇게 깊은 뜻을 품고 있었구나. 나는 잠시 이 녀석의 우국충정과 애국애족 정신에 감명을 받아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럼 집 한 채 없이 전셋집 사는 나도 지금부터 대승적인 자세와 국익을 위하는 마음으로 부동산값 하락과 건설경기 하락을 걱정하면서 살아야겠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마구마구 부양하기 바란다.



2. Episode 2 : 택시기사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


친지 분 중 개인택시를 모시는 분이 계시다. 그분은 가끔 볼 때마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대구의 발바닥 민심(?)을 전해 주신다.

“이명박,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 칸다. 청계천도 그 사람 아니면 누가 했겠나? 게다가 경부운하 한 번 봐라. 그 스케일. 그 정도는 해야 나라가 다시 잘 살지. 사람들이 전부다 대통령감이라고 하더라. 어제 손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인데 이명박이 대통령후보로 나오면 자기가 선거운동 직접 할 기라고 하더라.”

경부선 운하 부분에 기가 좀 막혀서 슬며시 웃었다. 게다가 청계천은 무슨 얼어 죽을 청계천이라는 말인가. 도대체 서울 청계천에 시멘트 바른 뉴스가 대구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려야 할 이유가 뭔가? 이해불가한 상황에서 억지 웃음 짓는 나를 보며 그 친지분은 결정타를 날리신다.

“너 일 때문에 가끔 서울 가잖아. 그럼 청계천 한번 구경 가서 사진 좀 찍어 온나. 나도 좀 보게.”

오....... 마이......... 청계천..........



3. 꿈(?)속의 도시, 우리들의 대구


집 한 칸 없는 나는 부동산대책이 반갑다. 그리고 대구 하고도 수성구 신천변에 사는 내게 청계천 복원소식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보다는 신천의 강변의 개보수가 더 중요한 이야기이고 가끔 열리는 신천의 야외공연이 더 소중한 정보다. 그러나 달랑 집 한 칸 밖에 없어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도 아무런 손해 볼 일 없는 내 친구는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것을 걱정하고 친지분의 택시에 오르는 대구시민들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공사를 기뻐한단다.

이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해 나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구 시민들이 서울 시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앗, 그렇구나!

나는 곧 답을 찾았다. 그렇다. 대구 시민들은 결코 대구시민들이 아닌 것이다. 비록 육체는 대한민국의 주변부인 비수도권 지방도시에 머물고 있지만 정신만은 한없이 높게 비상하여 대한민국의 중심부인 서울, 그것도 서울의 노른자위 강남, 그리고 강남중에서도 최고의 부자들이 산다는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맞다!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그저 몸만을 누추한 대구에 두고 있을 뿐 정신은 유체이탈을 하여 각자가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가격이 내려가면 강남구민이 되어 걱정하고 청계천 복원이야말로 기쁜 소식이며 월급생활자 하위 50%에게는 하등 도움이 안되는 감세안을 ‘서민위한 정책’이라고 내놓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 아닐까?


이쯤 되면 모든 것의 해답이 나온다. 소위 보수단체랍시고 성조기 들고 시위하는 분들은 아마도 뉴욕이나 워싱턴에 거주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물론 그분들의 유체만. 아........ 얼마나 힘드실까. 정신머리는 세계의 중심부에 거주하고 계신데 몸만은 세계의 주변부인 SOUTH KOREA에 남겨두시고 있으니 갑갑하기 짝이 없으실 것이다.


보수 기독교 단체? 당근 그분들의 유체는 저 머나먼 예루살렘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이다. 초막절, 오순절 지키면서 한민족을 유대민족이라고 하는 것 보면 모르겠나. 혹은 그 정신머리 마저 반은 이스라엘에 반은 뉴욕으로 나뉘어져 있을지도 모르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도 힘든데 정신머리가 그렇게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으니 그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분들을 생각하니 안구에 습기가 차오른다.


대구시민들의 정신은 한없이 비상하여 중심부에서 주류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거무티티한 색깔만 ‘컬러풀’한 대구에 무슨 관심이 있으랴. 유체이탈하여 라라라, 즐겁게 상류층의 생활만을 꿈꾸면 되는 것인데.

“친구야, 맞재? 감세되면 우리 살기 좋아 지는 것 아이가?”

한나라당의 감세안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나의 백일몽을 깨우는 친구의 목소리.

강남구민보다 더 강남구민처럼 생각하는 우리들의 대구. 오늘도 우리는 허공을 밟으며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