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홀... 상실의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에 관한 영화.

rabbit.jpg 

논리적 인간과 비논리적 인간은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가 어떻게 다를까?

그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떻게 다를까? 신의 뜻으로 돌리면 될까? 그렇다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나?

그 아픔은 어떻게 위로 받을까? 그 사람의 기억을 간직하고 힘들때마다 옛추억을 떠올리며 위로 받으며 살아갈 것인가? 그 사람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고통이니 그 사람의 흔적을 지우며 살아갈 것인가?


주인공 베카(니콜 키드만)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인물이다. 신도 믿지 않는다. 하느님이라는 말만들어도 염증을 느낄 정도다. 그런 베카, 집 앞에서 자신의 눈 앞에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베카도, 남편 하위(아론 에크하트)도 아이를 잃은 충격과 상실감에 모든 생활이 겉돈다.

베카는 자꾸 옛기억을 떠올리면 괴로울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집안에 있는 아들의 흔적, 손때가 담긴 것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치우면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남편인 하위는 베카와 정반대다. 아들이 보고싶어질 때마다 아들과 행복한 한 때가 담긴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며 위로받는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며 슬픔을 치유하는 클럽에서 한 부모가 "하느님이 천사가 필요해서 아이를 데려갔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자 베카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듯이 "전능한 하느님이 필요하면 천사를 만들면 되지 왜 아이를 데려가느냐"고 쏘아붙인다.

베카는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옛기억을 공유하는 클럽은 더욱 슬픔에만 빠지게 하는 것으로 보고 불참하게 된다. 하위는 계속 그 클럽에 나간다.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자세에 관해 이렇게 전혀 다른 베카와 하위 부부는 계속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이 증폭된다.

그러나 아픈척 하지 않은 베카도 사실은 더 아프다. 비논리적인 사람은 하느님의 뜻으로 돌리면서 위로도 받고 감정을 공유하면서도 위로 받는다. 하지만 베카는 신을 믿지 않으니 위로 받을 길도 없다. 감정을 공유하면 아픔을 나눌 수 있지만 베카는 감정을 공유할 사람도 없다.


그런 베카는 우연히 아들을 친 고등학생 제이슨(마일즈 텔러)을 만나는데, 제이슨이 아들을 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위로 받는다. 그리고 제이슨이 말한 평행우주론과 그 이론에 기초한 동화 '래빗 홀'을 읽고서 신이 없어도 과학으로 위로 받게된다.

하지만 남편 하위의 갈등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는다. 하위는 슬픔을 치유하는 대화 클럽에서 자기와 같은 가치관으로 같은 처지에 처한 한 여자와 공감한다. 어느날 제이슨은 '래빗 홀' 동화책을 완성한 후 베카에 전해주려 베카의 집에 방문했다가 하위와 마주친다. 제이슨을 본 하위는 당연히 격노한다.

상황은 계속 최악으로 치닫는다. 베카는 실수로 하위의 스마트폰에서 단 하나뿐인 아들의 행복한 한 때가 기록된 동영상을 지우게 되면서 하위와의 갈등은 고조에 다다른다. 하위는 바람을 피우러 떠나고 베카 역시 파티에 참석하는 행복한 제이슨의 모습을 보면서 허탈감에 대성통곡을 한다.


과연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고 현실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사고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서로 타협하지 못할 세계관의 타협을 어떻게 이룰까?  래빗 홀은 차분히 진행되만 영화 내내 격렬함이 지배하고 있다.

인물의 갈등, 가치관과 세계관의 갈등이 뚜렷하며 구성이 매우 치밀하다. 집을 팔것인지 말것인지, 아들 방을 치울 것인지 등등 그들의 모든 행동 모든 태도는 그들의 세계관의 대립을 은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베리 굿굿굿!

그래서~ 제 점수는요~ 별 넷 반!

★★★★☆


다만 진행이 느려 영화를 보다가 딴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이 흠이다. 영화 보는 동안 "니콜 키드만 정말 키크드만. 멀대같아. 그런데 얼굴은 참 이뻐. 9등신은 족히 되겠는데..." 이런 쓸 데 없는 생각들을 계속했다. 내가 배우 니콜 키드만보다 여자사람 니콜 키드만을 너무 좋아하는 탓이기도 하다.


ps: 코지토님 환영합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