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말자 아주 키워질만 했던 거 같아 문학 관련하여 예전에 써 놓은 글 하나 올립니다.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과 그 시집 안에 실린 <별>에 대한 감상입니다.

그의 강맹한 연애시
연한 노래 속에 담긴 강맹한 절망
그래서 그의 시는 아름답다

이성복

까마득한 하늘에 별 하나 떨고 있다 새들은 낮게 날고 짐승들은 무리지어 몸을 숨긴다 저 별이 위험하다, 저 별이 숨을 곳 없다 벌레들은 낮게 울고 빠른 바람에 마른 번개 떠다닌다 저 별이 숨가쁘다, 저 별이 달아날 곳 없다 곧이어 미친 구름이 저 별을 집어삼키리라! 까마득한 하늘에 별 하나 떨고 있다


1. 서정적인 사랑시?

평이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사랑을 노래한 시집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현란한 수사는 없지만 그가 노래하는 사랑은 남다르다. 연애시를 통해 그가 노래하는 것은 연인의 부재와 이별에서 오는 슬픔이 아니다. 그는 모든 존재가 지니고 있는 존재론적인 고독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의 화자는 일견, 여성적이다. ‘님의 부재’를 슬퍼하는 여성의 화법을 빌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시를 보자. 강렬한 힘으로 휘몰아치는 추상화처럼 불안하고 흔들리고 있다. 서정적? 무엇이? 별을 주제로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이 서정적? 더구나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과의 결합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런 결합은 존재할 수 없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의 사랑은 끝나게 된다.


[한 발짝 물러서면 한 발짝 다가오시는 당신, 우리 한몸 되면 나의 사랑 시들 줄을 당신은 잘 아시니까요] - 병든 이후, 마지막 행에서...


뿐만 아니라 나와의 관계로 인해 ‘그대’ 조차 시들어 간다.

[나를 사랑하거나 갈래갈래 끊어진 길들은 그대의

슬픔입니다 나로 하여 그대는 시들어갑니다] - 슬픔, 마지막 행



다시 말해 이 여성적 화자는 이타적으로 ‘그대’를 위해 희생하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불안, 자신의 고독, 그리고 자신의 허무를 그대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추구하지만 닿을 수 없는 ‘物自體’가 아닐까? 물자체는 우리가 인식하는 그 순간, 하나의 현상으로, 物로 타락할 뿐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그것으로 인해, 나를 사랑하는 그것으로 인해 그는 시들어 가는 것이다. 만지는 순간 흩어지는 수면위에 비친 내 모습처럼....


2. 그가 노래하는 것은...

결국 모든 존재는 인식할 수 없는 이 세계의 본질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외로 인해 슬픔이 생겨나고 모든 부조리가 발생하며 시인도폭풍의 한가운데 서있는’ 것이다. 연하게 연하게 노래하지만 그가 느끼는 절망은 강맹한 것이고 치명적인 것이다.

또한 그의 화법과 시어는 그가 노래하는 상징을 감추고 그로인해 묘한 시적 긴장을 가지게 한다. 다만 위의 시에서와 같이 때로 그는 자신의 절망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 뱉는다. 우리 모두는 미친 구름에 삼켜질 운명해 처해진 숨 가쁜 별인 것이다. 우리가 비추어 주려 해도 새들은 숨을 뿐 우리는 심한 고독에 떨 뿐이다. 시인이 느끼는 세계는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이시는 유일하게 이 시집에서 시인이 느끼는 불안를 그대로의 호흡으로 잡아낸다. 휘몰아치는 그의 심상은 불안하고 추락할 듯 흔들린다.

이시, 숨 가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