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아크로에서 한번도 노무현 개인에 대해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번 노무현의 덕평수련회 발언이 야권진영에 팽배해있는 진영논리 그리고 대중맹동주의와 어떤 역사적 관련이 있는건지 이야기한게 유일할겁니다. 제가 글 중에서 노무현을 언급한 것은 아크로도 아니고 꽤 오래전 2007년도인가? 이랜드 홈에버 캐쉬노동자들이 경찰들에게 머리채 잡혀 끌려가던 날 스켑에서 '노무현에 대한 한가닥 남은 기대마저 접는다'고 짤막한 댓글 단 것이 마지막이었죠. 그 후로 노무현의 검찰 수사와 자살 추모물결같은 사건들이 벌어져도 저에게는 그저 옆 동네 김씨 죽은 것 정도의 감흥 밖에는 없었습니다. 아무런 관심과 기대도 없는 상태가 되면, 비판은 커녕 언급하는 것도 귀찮아질 뿐이죠. 그냥 무심하게 바라볼 뿐. 

이명박과 박근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크로에서 제가 최근에 그들을 비판한 적 몇번 있었는데, 솔직히 '왜 한나라당은 놔두고 우리쪽만 비판하냐'고 몇분들이 성화를 부리시길래 구색 좀 맞춰주려고 그랬습니다. 저는 한나라당쪽 인사라면 그들이 온갖 별스런 삽질을 하고 사고를 쳐도, 설사 뭔가 대단한 실적을 올려도 무관심 그 자체, 그저 속으로 'XXX들' 하고 끝냅니다. 그들을 비판하면 뭐할겁니까? 옆집 개가 짖는다고 제가 아크로에다 옆집 개를 규탄하는 글을 쓸 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저는 그래서 인터넷에 넘실대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비판하는 글들은 솔직히 저에게는 소음입니다. 정치 영역에서 저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로지 야권이 집권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하게 한나라당보다 더 근사하고 능력있는 정치세력이 되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제가 아크로에 올리는 대부분의 글은 그런 제 생각의 반영일 뿐이죠. 솔직히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비판하려면 뭔가 그들이 엮인 사실 관계를 들여다봐야 할텐데, 저로서는 아주 짜증나는 일입니다. 사실관계를 잘 모르니 비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거죠. 또한 이명박에 대한 증오의 트윗을 쉼없이 날려대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직 니네들은 증오의 극단을 겪어보지 못했구나.

그러면 왜 갑자기 제가 노무현 이야기를 꺼내느냐. 죽은 지도 이제 꽤 시간이 지났길래 그래도 뭔가 개인적으로 정리는 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마도 이 글이 제 평생에 노무현에 대한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번에도 살짝 비춘 적이 있다시피, 저는 저 멀리 2000년 총선에서 노무현이 부산에서 낙선하던 날, 그의 홈페이지앞에서 정말로 울었던 사람입니다. 노사모 초창기부터 회원이었고, 2002년 민주당 경선때는 생업을 거의 포기한 채 살았습니다. 영삼이 앞에서 시계흔들 때 처음으로 '어라..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가?' 의심했었고, 민주당 분당 사태 때 모든 애정은 식었습니다. 그래도 탄핵 당시에는 잠시 노무현을 응원했는데, 이유는 단 한가지 한나라당이 설쳐댔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무현이 대한민국의 진보에 기여한 바 전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 양비론이라는 잘못된 노선으로 호남을 뭉개고, 영남친노 위주의 정치로 야권 전체를 편갈라 무기력하고 무능한집단으로 전락시켰고, 정치소비자인 시민들을 정치인에게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정치노예로 만든 주범이고, 자본에 굴복하여 노동운동을 초토화시켰고, 엉뚱한 시장주의로 부동산 졸부들을 대거 양산하고, 친인척 비리에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었으며, 김대중의 남북 평화의 성과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갔고... 도대체가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만한 구석을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저의 노무현 평가가 잔인하신가요? 그러나 저는 2007년 7월 어느날, 생존권의 벼랑에 몰린 캐쉬아줌마들의 머리채를 잡아 잔인하게 끌어내던 노무현 정부의 잔인함에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그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에는 갑자기 무슨 대단한 노동해방투사라도 되는 양 설치는 군상들을 증오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지워야겠죠. 저의 인생 한켠에 묵은 먼지처럼 묻어 있던 노무현이라는 존재도 털어내야 하겠구요. 그래도 아주 아주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저 세상에서는 다 털고 평안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