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말자 "놀랐다"는 말 한마디 했더니 아주 난리가 나는 군요. 이왕이면 여기가 예전과 다름 없이 잘 돌아가서 너무나 포근해 집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걸 그랬나 봅니다. 사실 그게 더 예의에도 맞고 서로 기분도 좋았을 텐데 나도모르게 가감없이 감정표현을 했군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시끄러운게 보기 싫었던 분들에게는 사과 드립니다.

자주 글 올리겠다고 몇 분들에게 말씀드렸으니 일단 블로그의 글을 퍼와서라도 글 올리겠습니다. 
이글은 예전에 장난스럽게 방문하던 한 사이트의 정치 토론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보수, 극우들이 상당히 많았던 사이트라서 조롱조의 글을 장난스레 올리다가 한 진지한 보수분이 진지하게 질문하셔서 답변 드린 글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저 역시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은 거 같습니다. 알기는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진보는 어쩌다 잘난척 쩔게 되었나? 

                                                          부제 :  진보진영의 잘난척에 대한 미시사적 고찰


한 장스러운 사이트 게시판에서 올렸던 글입니다.
다소 보수우익 색체가 강한 사이트였는데, 한 보수색채의 유저가 진지하게 질문한 글의 답글입니다.
질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진보는 그렇게 잘 난척 하는가?
2.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이 잘났다고 외치고 보수를 수꼴이라고 놀리면서 어떻게 지지와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말인가?

           본 문

솔직히 아래글에서 잘난척 하며 보수색채의 유저들을 조롱하며 놀린 주제에 이런 글 올리는 것이 다소 말이 안된다는 거 인정하겠다. 일단 재수 없게 잘난척하고 조롱끼 가득한 글 올린 거 부터 사과한다. 내용을 떠나 형식에 기분 나빴던 분들에게 사죄말씀 올린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원래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리지 않고 일본 번역글을 보느라 가끔 들리기만 하다가 분위기가 재미있어 장난 섞인 글을 올리다 보니 저리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래 글에서 진보의 잘난척이 보기 싫고, 그렇게 보수를 조롱하면서 국민의 상당수가 보수 색채인 이나라의 번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셈인가? 결국 그런 잘난척이 어리석음의 발로 아닌가 하는 진지한 글이 있어 진지한 답변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것 저것 다 떠나 진보가 잘난척 한다는 거, 논리나 근거를 떠나서 사실관계에 속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망할놈의 엘리트 근성이 있어서 진보가 대중과 유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진보의 잘난척은 기본적으로 엘리트 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변명을 하자면 진보진영이 엘리트 근성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런 행동이 정당화 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또 진보의 '싸가지 없음' 은 엘리트 근성이라는 다소 거시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주가 되는데, 그밖에도  미시적 근거도 싸가지 없음을 생성시키는데 나름 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엘리트 근성이 형성된 역사 부터 살펴보자.


1. 진보진영의 엘리트 근성 


 엘리트 근성은 한국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시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야기가 길고 복잡하니 오히려 줄여서 간단하게 말해보겠다.

한국 민주화운동이 기본적으로 학생운동으로부터 시작했고 따라서 당시 대학생이 지니는 생각, 사회가 대학생을 바라보던 시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운동권 내에서 학벌 엘리트주의가 만연했던 것이 진보엘리트주의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엘리트주의는 나중에 386 혹은 486의 강단좌파의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들 강단 좌파들은 도도하게 자신의 지적 재능과 지식을 잘난척하며 진보진영을 이끌게 된다.


강단에 진입하지 못한 순수운동권이나 자퇴파들이라 할 지라도 나름 학문적 재능을 뽐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PD의 이론가로서 사구체논쟁을 촉발한 이진경이 철학책, 논리책 내고 "수유너머"에서 데리다, 들릐즈 팔면서 "천재철학가"로 자리매김 했던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즉, 이들은 자신들이 엘리트이며 언제나 첨단적이어야 하고 거시적인 것을 사유하며 따라서 이를 대중에게 설명하고 계몽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태도는 386이전에도 진보진영, 혹은 민주화 운동진영의 주된 태도였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 평했다 시피 김지하씨의 거대담론 강박증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 민족주의라는 거시담론이 안 통하면 생명사상이라도 물고 늘어져야 스스로 무언가를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진보진영의 싸가지없음을 키운 두 매체

한국의 인터넷 좌파가 등장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매체가 있다. 하나는 인터넷 매체로서 "딴지일보"라는 매체이고 또 하나는 종이매체로서 당시 진보, 자유주의 논쟁을 촉발한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이다. 딴지일보가 유행시킨 딴지체가 인터넷 토론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많은 사람이 알거라고 생각한다. 컨텐츠만 우월하다면 그까짓 예의범절 좀 벗어던지면 어떠냐는 태도, 당시로서는 참신했다. 서로 체면차리느라 할말도 못하고, 깔 것도 못까던 시대에 권위주의에 조롱의 똥침을 깊숙히, 똥꼬 발랄하게 날리던 딴지일보, 사실 통쾌했다. 그리고 딴지체는 인터넷 매체의 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중에 이런 태도는 디씨인사이드로 넘어가 컨텐츠는 사라지고 싸가지 없는 발랄함만 남는 태도로 더욱 확대진화된다.

그리고 강준만교수의 유명한 실명비판은 당시에 하나의 충격이었다. 딴지체를 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까지 금기시되던 실제인물의 실명을 거론하며 적랄하게 비판하던 인물과 사상은 당시 놀라움과 충격을 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여기까지는 틀림없이 긍정적인 영향력이 훨씬 더 컸다. 


그리고 또 한명, 이 인물과 사상을 거론하면서 강준만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어느날 인물과 사상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 그 이름하여 바로 진퉁 좌빨, 진중권.

진중권은 "인물과 사상"에서 "극우파의 멘털리티 해부"라는 주제로 당시 극우파 지식인을 자처하던 이문열, 조갑제, 이인화, 조선일보의 이한우기자의 글을 해체하고 논리적으로 상호충돌시키면서 마음껏 조롱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조갑제가 가지고 있던 언론계의 위상을 생각하면 그 누구도 그렇게 대놓고 조롱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진중권에게는 금기라는 게 없었다(지금도 그는 그렇다). 누구도 생각못할 마구잡이 칼질에 독자들은 통쾌함을 느꼈고 그 통쾌함은 고스란히 진중권의 위상강화로 이어졌다. 이후 인물과 사상에 연재했던 극우파 멘탈리티 해부를 "네 무덤에 침을 뱉어마"라는 조갑제의 박정희 전기책에 대한 패러디 제목으로 출간했고 이 책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일상적인 인터넷 화법과 대화체, 인터넷 아이콘까지 활용한 조롱이 매체에 발표되고 정식출간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그리하여 딴지일보의 똥꼬 발랄한 딴지체와 강준만의 실명비판, 그리고 강준만을 올라탄 진중권의 대놓고 싸가지 없이 조롱하기가 합체하여 강력한 상승작용을 한 결과가 바로 자칭 인터넷 진보들의 대놓고 잘난체하기다. 물론 진중권의 논리성과 강준만교수의 신념과 그리고 딴지일보의 발람함이 합쳐져 긍정적 상승효과를 거두었으면 좋았을련만, 실제로는 진중권의 싸가지없음과 강준만교수의 주관적 감정적 논조와 딴지일보의 발랄함은 빠진 난폭함만이 남아서 읽는이를 짜증나게 하는 글이 대다수 였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런 말 하는 나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백하고 반성한다.


후대 논객들이 전부 위 매체나 진중권으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인터넷에 그러한 분위기가 세팅 된 후 그에 물든 사람이 상당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진보의 잘난척에 대한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설명은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스스로 진보임을 자처하는 진영은 확실히 좀 잘난체 한다. 그리고 그런 잘난척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유로운 실명비판이 가능해졌고 권위주의적 엄숙함, 정도 이상의 체면차리기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토론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무르익은 것이다 . 그런데 상황은 바뀌었으나 형식은 남아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상황이 바뀌어도 구태를 반복하는 것. 인간은 유사이래 이런 행동을 해왔고 진보진영 역시 이런 본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상호 존중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으니 스스로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뀐 상황에 맞는 자신의 태도와 토론 문화를 다시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딴지체는 딴지일보에서만, 디씨체는 디씨인사이드에서만.....  그리고 진보진영은 발랄함은 갖추면서 싸가지 없음은 버려야할 때가 된 것이다. 그래야 대중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