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더군요. 사실 정봉주 옹호란 말도 조금 이상하네요. 판결에 대한 비판, 불만 혹은 BBK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 등등 뭐 이런 것에 대해 글을 좀 보고 싶었습니다만...미안한 말입니다만 변론이 아니라 음모론만 갖고 오시더군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은 법 논리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대꾸가 '법 만능주의'인거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말이 안통해도 정말 안통하네요. '수학적으로' 1+1이 2라 이야기했더니 '수학 만능주의다. 세상이 수학으로 이뤄져 있는줄 아냐. 수학 못해도 잘만 먹고 산다.'고 대꾸하는 꼴이랄까요?

사실 전 정봉주가 떠드는 귓속말 드립이나 재판 기일 의혹 등에 대해선 별로 비판하고 싶지 않아요. 정봉주는 그런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말 나왔으니 이야기인데 저 귓속말 드립, 소위 80년대에 횡행하던 수법입니다. 그래서 처음 귓속말 드립 들었을 때 제 느낌은 '진부하다'였어요.

그런데 그걸 근거로 재판부 명박 굴복설을 주장하시니...- -;;;

음모론을 갖고 오신 분들은 부정하고 싶을 지 몰라도 이번 정봉주 재판 토론은 인터넷 어디서도 보기 힘들만큼 생산적이고 유용한 토론이었습니다....제가 그랬다는게 아니라 차칸노르, 라이툼히, 피노키오님등이 이뤄냈죠. 그 분들이 생산적인 토론을 이룬 밑받침은 하나 입니다. "일단 대법원 판결은 법 논리 그 자체로 보자." 이 지점을 통과하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였죠.

1. 대법원 판결은 법 논리로 볼 때 큰 문제를 찾기 어렵다.
2. 그렇지만 정봉주로선 억울해할만한 사정이 있다.
3. 그 사정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이다.
4. 그렇다면 현재의 공선법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5. 그렇지만 이 사정 또한 만만하지 않다. 지나치게 허용할 경우 개인의 명예는 물론 선거 자체가 혼탁해질 수 있다.
6. 타국의 사례는 이러하다. 그렇지만 타국의 경우도 제한되는 범주가 있다.

보세요. 일부에서 매도하는 것과 달리 정봉주 자체를 비난하거나 하는 내용은 거의 없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토론입니
까? 이 모든걸 공짜로, 재밌게 배웠다는 거...아크로가 자부심을 느낄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장을 열고 유지하고 있는 운영자분들께 박수를....이 기회에 아부 ^ ^)

이런 토론을 놓고 아직도 '한쪽'이라 비판하는 분들은 스스로를 좀 돌이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해서 잘못이란게 아니라 번짓수를 아직도 못찾고 있다는 겁니다. 가령 대법원 판결문 자체를 놓고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건 아직도 유효합니다. 그런데 '왜 정봉주 귓속말 안믿는거야? 너 정봉주 안티지?' 혹은 '판결문이 9쪽 밖에 안되는게 의심스러워'(이거 제기한 분 스스로 철회했다는거 밝힙니다.) 솔까말, 전 위의 토론을 놓고 '한쪽을 대변'한다고 보는 분들의 속마음 자체가 한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세요. 한쪽에 있다고 비난받고 잇는 분들 대부분이 '정봉주로선 억울해할만 하다'고 보고 있건만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한채 '아냐, 아냐, 니들은 일방적으로 정봉주만 까!!!'라고 이야기하는게 뭡니까? '정봉주로선 억울해할 수 있다'는 정도를 넘어 정봉'주님'을 영접하거나 나꼼수 무오류론을 받아들여야 공정하다고 만족하겠다는 겁니까?

전 그렇게 못하겠는데요. 전 정치인이든, 매스컴이든 다 나 내 밑에서 서비스하는 존재라 의심치 않는 '깨어있는 시민'이거든요.

다 떠나서 '대법원 정권 굴복설'의 귀결을 봅시다. 그래서 결론은 뭡니까? 엠비 쫓아내자? 안쫓아내도 1년뒤면 그만두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그 뒤엔? 정권 교체하자? 정권 교체하면 대법원이 '이번엔 우리편 정권' 눈치 안보고 맘대로 판결하게 됩니까? 그러면 만족하시겠어요? 아니죠? 수도이전이나 종부세처럼 '우리편 정권 맘에 안드는 판결'하면 '저 수구 꼴통 대법원 삭히들' 욕하실거죠?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다. 고로 대통령의 뜻은 국민의 뜻, 대법원 판사 삭히들 다 무릅 꿇어.' 물결이 넘실 넘실 대겠죠?:

그러다 보면 참여정부때처럼 '말만 많고 하는 일 없는' 정권되서 제 2, 제 3의 명박 가카가 등장하겠죠? 그러면 다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도 말 들으면 안된다. 대통령 맘에 들게 판결한 대법원 판사 삭히들은 보나마나 지시받고 한거다~~' 비난하겠죠? 그러나닥 이번 SNS 선거운동 허용 판결처럼 우리편 맘에 드는 판결 나오면 침묵, 맘에 안들면 음모론, 정권 바뀌면 대통령 말 안듣는 판사 삭히들 쫓아내자고 선동, 한날당 정권이면 대통령 말 듣는 판사 삭히들 쫓아내자고 선동.

위의 무한 회귀, 영겁 운동이 지겹지도 않습니까? 저게 재밌고 신나는 분들은 저 무한회귀 롤러코스터 타고 노세요. 전 한번은 타고 놀아도 두번은 못타겠습디다. 지겨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