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크로에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정치색이 다른 사람들사이에 벌어진 논쟁으로 보였겠지만, 논쟁의 본질은 '아크로는 어떤 사이트여야 하는가'에 대한 정체성 논쟁이었던걸로 저는 평가합니다. 그래서 아크로의 정체성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잡설을 좀 늘어볼까 합니다.

1. 아크로의 히스토리
논쟁과정에서 대충 눈치를 채셨겠지만, 아크로는 스켑티컬레프트(이하 스켑) 에서 벌어졌던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사이트입니다. 당시 벌어졌던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는 힘들고,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축구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정해진 룰에 맞추어 열심히 경기를 했고, 백팀이 우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청팀 진영에는 좀 특별한 선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선수이자 심판의 권한을 갖고 있는 그런 선수였죠. 선수와 심판의 이중 역할을 그럭저럭 잘해대던 이 선수가 어느날 경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레드카드를 꺼내들더니 자신을 마크하던 백팀의 수비수를 퇴장시켰습니다. 그래서 항의가 벌어지자 심판의 권한에 이의를 제기하는 선수는 모두 퇴장시키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백팀 선수들이 경기 중단을 선언하고 다른 축구장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게 아크로가 만들어지게 된 대략의 히스토리입니다.

2. 아크로의 정체성
그러면 따로 살림차린 백팀의 선수들이 어떻게 했을까요? 당연히 선수와 심판의 역할을 엄격하게 분리하지 않았겠어요? 현재 아크로의 운영자가 무색무취하게, 기계적으로 게임의 룰만 살피게 된 것은 그런 연유입니다. 또한 그래도 안심이 안되서 어떤 운영자라도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편파적인 정파성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헌장과 운영규칙까지 만드는 엄청난 작업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헌장을 통해 선언합니다. 아크로에는 애초부터 존재하는, 공리처럼 존재하는 특별한 정파적 정체성따위는 없다. 단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공론장으로써 당연한 임무이지만, 그것조차 공정하고 합리적인 토론의 결과로써 그리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제가 어제 코지토님을 반박하는 논리는 모두 아크로 헌장에서 도출된 것들입니다. 제가 닝구라서 코지토님을 견제하기 위해 그랬다고요? 코지토님이 오시자 이런 소란이 벌어지니 코지토님의 무게감이 느껴진다구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대체 코지토님과 그 분을 편드는 다른 회원님들은 아크로 헌장을 단 한번이라도 읽어나 보고서 그런 황당한 마타도어를 펼치는 것입니까? 코지토님은 아크로 헌장 만들어질 때는 뭐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아크로 정체성 타령을 늘어놓으시는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그 동안 게으르셔서 미처 못 보신 모양인데, 아크로 헌장입니다. 분량 많지도 않으니 이거나 읽어보시고 대들던지 말든지 하세요.
http://theacro.com/zbxe/6035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링크한 아크로헌장의 아크로 소개글은 닝구인 제가 쓴거지만, 헌장 본문은 노빠이신 숨쉬는바람님이 쓴겁니다. 그리고 모든 아크로 발기인들의 추인을 받은거구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철저히 아크로 소개글과 헌장의 내용을 기반으로 님과의 논쟁에 임했습니다. 그러면 코지토님은 무엇으로 임하셨나요? 뜬구름잡듯이  '모든 토론사이트에는 권력(한나라당) 을 비판하는 고유의 정체성이 공리처럼 존재한다'는 본인의 주관적이고 개인적 의견을, 모두가 동의해야하는 어떤 절대적 명제인 것처럼 설정해놓고 주구장창 좌충우돌하셨지요. 아크로의 정체성을 담은 헌장의 문구라도 한줄 인용하면서 그랬으면 제가 말도 안합니다. (코지토님.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아크로에 헌장이라는게 있다는 것조차 모르셨죠? 그러면서 원념멤버 들먹이시고 싶던가요?)

이건 2009년도에 제가 쓴 아크로 소개글입니다.

아크로는 당파성으로 물든 한국의 인터넷 토론 문화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만든 새로운 토론 사이트입니다. 오로지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토론을 통하여 건강한 한국 사회를 만드는 토대에 벽돌 한장이라도 쌓을 수 있기를 바라는 공론의 광장입니다. 아크로는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진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주장과 지식의 좌판을 벌일 수 있도록 늘 열려있는 무료 장터입니다. 직접 오셔서 단 한줄이라도 근거 있는 고민을 담은 글을 올리시면 언제나 환영받을 것이며, 묵혀두어 오래된 글일지라도 새로운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습니다. 모든 주장과 논리는 자유를 보장받으며, 책임은 오직 스스로에게만 있는 공정한 토론장을 지향합니다. 

아크로는 늘 합리적인 논거에 의한 설득력있는 토론을 지향하며, 실제 얼굴을 맞대듯이 자연스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성실한 운영팀이 도와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아크로에서는 이미 한국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도록 이끄는 것으로 확인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글들은 단호하게 삭제될 것입니다. 지역감정, 인종혐오, 성차별, 학력차별, 폭력선동, 범죄모의, 욕설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특정한 당파성을 표현하거나 운영자를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을 것이며, 공론의 장에서 지켜져야할 최소한의 토론 규칙만이 작동되도록 운영할 것입니다.

아크로에 오시는 분들은 자신의 글에 대해 정중하고 가차없는 비판을 허용해야 하며, 그 비판을 견디려면 아마도 더욱 치밀한 근거와 논리를 준비하셔야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크로는 일반인도 전문가보다 뛰어난 발상을 할 수 있고, 전문가도 일반인에게 통렬히 비판받을 수 있음을 믿습니다. 한국 사회 발전에 필요한 것은 오직 합리적 근거에 바탕한 새로운 발상과 시도이지 전문가들의 틀에 박힌 의견이 아님을 믿습니다.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의 귀한 토론들은 체계적인 항목으로 분류되어,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는 무기가 될 수 있고, 같은 주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의 길을 보여주는 지도와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코지토님. 첫줄부터가 진영논리를 배격하고 있죠? 모든 주장과 논리는 자유를 보장받는 공정한 토론장을 지향한다고 되어있죠? 특정한 당파성을 표현하거나등의 이유로 그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을것이며, 오로지 최소한의 토론 규칙만이 작동한다고 되어 있죠? 치밀한 근거와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되어있죠? 그런데 어제 님은 어떠셨나요? '정봉주 까는 글이 너무 많어, 아크로 왜 이러지?' 그러면서 성실하게 논쟁에 응대해준 저와 다른 분들을 조롱하고 비웃으셨죠? 원년 멤버를 자청하면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이번에는 숨쉬는바람님이 쓰신 아크로 헌장을 봅시다.

우리는 그와 아울러,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가 다수결을 통한 지배 권력의 산출이라는 단순한 형식과 절차에서 시작함과 동시에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인정과 협력,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 소통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적 공론장 안에서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에게 다시 환기 시키는 바이다.

이러한 공론장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즉 공정한 의사 소통의 합리적 절차가 최대한 보장될 때에만, 우리가 원하는 평등한 정치적인 자유는 최대로 실현될 수 있고, 또 그를 통해 각 개개인의 의사들의 단순한 총합이, 국가와 사회의 공론을 이끌어 가는 일반적인 의지로 발전적으로 수렴되고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은 그러므로 국민의 주권적인 의사가 만들어지는 민주주의의 모태인 것이다.

(중략)

첫째, 우리의 공론장은 나이, 지역, 직업, 종교, 세계관, 성별, 정치적인 성향, 기타 등등에 상관 없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우리의 공론장 안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기 책임 하에 자유롭게 펼치고, 비판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질 것이다. 공론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앞에 열거한 요소들과 무관하게 평등한 위치에 있는 대화자로서 인정받을 것이다. 공론장 안에서 각자의 견해는 오로지 합리적인 논거의 설득력에 의해서만 인정되고 평가받을 것이다.





코지토님. 어제 제가 펼치던 논지가 헌장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어요? 토론게시판이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정치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은 페어한 토론 과정을 통해 저절로 그리되는 것이지 공리로써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 주장이 무슨 뜻인지 이제 감을 잡으시겠나요? 그러면, 그러는 저를 반박하던 님의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님의 머리속에 존재하는 주관적인 의견이 아크로 헌장이라도 되는거에요?  

저는 며칠전에 아크로 헌장에 위배되는 글을 쓰는 닝구 성향의 회원들을 향해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와 똑같은 논리로써 아크로 헌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코지토님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요, 저한테 비판받은 닝구님들은 최소한 '피노키오 저 새끼 혹시 닝구 탈을 쓴 노빠아냐?' 이런 소리 안합니다. 그런데 코지토님은 어떻게 했나요? 진영논리로 딱 갈라서 '피노키오 저 새끼 닝구라서 저래" 식의 언사를 뱉으셨지요?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감이 안잡히시나요?

자. 문제는 이겁니다. 이따금씩 올라오는 '아크로 왜 이래. 닝구들 너무 많아.' 는 식의 글들. 이게 게임에 임하는 선수가 할 말입니까?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이나 해야 할 말이죠? 더구나 그냥 관중이면 말도 안해요. 심판이 되고 싶어하는 관중인겁니다. 이거 반칙이잖아요. 선수로 입장하셨으면 게임의 룰에 따라 열심히 상대 문전을 향해 공이나 차세요. 심판과 선수를 겸직하던 것이 반칙이라면, 관중과 선수를 겸직하는 것도 반칙입니다. 제가 님에게서 말러리안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 것은 그런 의미에요. 아무렇게나 떠들어도 되는 관중이 되고 싶으시면 경기장에서 퇴장하셔서 응원이나 하시고, 선수로 뛰고 싶으시면 아크로 헌장과 토론 규칙에나 충실하세요.

제 글이 얼척없게 느껴지시겠지만, 저는 근거와 논리를 세웠습니다. 이게 공론장에 임하는 선수의 최소한의 의무이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코지토님은 어떠셨나요? 아크로 분위기에 깜놀? 이럴려고 아크로를 만든게 아니다? 아크로에는 백지의 토론장이 아니라 권력을 비판해야하는 공리와도 같은 의무가 있다? 근거대세요.

제 주장이 맘에 안드시면, 아크로 헌장을 새로 제정하자고 근거와 논리 세워서 주장하시는게 상식과 원칙에 맞는 절차일 것입니다. 관중도 아니고 선수도 아닌, 자기 편한대로 왔다 갔다하면서 다른 회원들 헷갈리게 하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