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가 언젠가 조선을 비롯해 몇몇 보수 언론이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가지고 난리쳤죠. 그때 저도 분개하여 이 곳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거뜨리 정권 바뀌니까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옛날 버릇 나온다. 지들이 숫제 판검사 다하려고 x랄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 법원에 대해 나름 신뢰하며(뭐 피고될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법원 판결은 법 논리로 논박해야지, 기타 이념이나 자신의 정치적 지향으로 비난해선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니가 법 논리 알아? 따지기 없기.

자, 몇몇 분들은 법원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 온 과거 때문에 비난 받는게 당연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도 이 점은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과한 비난들을 보면 가끔 삼권 분립의 원칙을 아시는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삼권 분립에서 대통령-대법원장-국회의장은 같은 레벨입니다. 이건 이론상 그럴 뿐만 아니라 실제 법적 예우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 사무처장 그러면 대충 고급 공무원쯤으로 착각하는 분들 많은데 국무총리 급입니다. 대법원 사무처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지시내리는 관계가 아닙니다.

물론 법적으로 그렇지, 현실에서 그러냐,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 바뀌는 경우가 많지 않냐...이런 질문은 가능합니다만...특히 독재정권 시절엔 그야말로 비일비재였습니다만...

이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좋은 예가 있습니다. 전두환 때인가요? 유기홍인가 하는 대법원장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대법원장이 그랬듯 이분도 당시 임명한 대통령의 뜻에 충실했으나...초유의 법관 항명 사태가 터졌습니다. 대충 수습하고 옷벗고...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요? 독재의 X니 출세 가도를 달렸을 것이다....천만에 말씀입니다. 불우하게 지냈습니다. 거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고(아님 못했고) 심지어 말년에 정부 요인이 집에 찾아와 무슨 공로패를 전해주자 "이거 돈으로 주면 안되나?"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죠.

그 분이 왜 그렇게 불우한 말년을 보내야 했을까요? 정권이 바뀌어서? 민주화가 돼서? 맞는 말씀입니다만 또다른 측면이 있죠. 소위 왕따. 왜 왕따 됐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법조계 나와바리'를 못지켜서 그런 겁니다. 물론 과거에야 그런거 못지켜도 상관없었지만 민주화 됏으니 사정이 달라졌는데도 적극적으로 '법조계 나와바리'를 못지키니 따 당한거죠.

위악적으로 표현했는데 삼권 분립, 이거 간단히 말해 입법-사법-행정부가 각자 나와바리 존중하며 만에 하나 침범할 경우를 대비해 서로 견제하자고 만든 겁니다. 피노키오님이 만에 하나 명박이 이용훈 대법원 판사 겁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 붕괴 터진다 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 경우 전국 판사들이 파업하는 초유의 사태도 안터진다 장담 못합니다. 거기에 변호사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겠죠. 왜? 나와바리 못지켰으니까!!!

그러면 실제로 판사들이 사법부의 독립을 지켰냐? 민주화 이후를 보면 비난하는 분들 예상보다는 그러했습니다. 가령 초기 헌재소장이었나? 아무튼 그 분은 외부 청탁을 피해 구내 식당에서만 밥 먹기도 했습니다. (밤은 몰라, 밤은.) 그들이 그러는 것, 판사의 양심, 전문가적 소신 등등도 작용했겠으나... 그 근본 기저는 앞에 말씀드린 것과 똑같습니다. 나와바리 사수.

법조계의 나와바리 근거는 딱 하나 법입니다. 즉, 법적 근거없이 판결내릴 경우 사법부 자체의 존립 근거가 사라집니다. 사회생활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간의 행동이나 근거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이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체화됩니다. 간단히 말해 지 꼴리는 대로 양심이나 이념, 정치적 성향대로 판결할 경우 그 순간이야 해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이해를 심각하게 침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민주화 이후 법조계의 지위를 보면 드러납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권위야 많이 훼손되었지만 법조계의 권력은 비할 바 없이 커졌지요. 이젠 감히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위헌 판결 내놓고 하잖아요? 행정부나 입법부 모두 법률 만들 때 '위헌 소지' 없애느라 고생합니다. 왜? 위헌 판결 나면 지들 나와바리가 축소되거든요.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열우당 시절 소위 탄돌이들, 이 정도의 삼권분립 상식도 없어서 법률 제정할 때마다 목소리만 컸다는 후문이 많습니다. ''이건 국민의 뜻이니 이렇게 법 만들어'큰소리쳤다가 '그러다 위헌판결나면 니가 책임질래?'에 깨겡) 

이 삼권분립 관련해서 재밌는 경우가 바로 방송법 개정안 위헌 판결입니다. 제 기억에 그때 헌재의 판결 요지는 이랬습니다. '제정 과정 문제있긴 한데 그건 입법부 나와바리 안의 문제라서 헌법까지 적용하긴 거시기 하거든? 그런데 어쨋든 문제 있긴 했으니까 입법부 니들이 알아서 재제정하면 안될까? 니들도 어른이잖아.' 그런데 그때 진보 개혁진영은 '합헌' 요거에만 눈이 돌아가서- 그 요지는 알아보지도 않은채 - 헌재가 정치적으로 판결했다...정권의 뭐다 목소리만 키웠죠. 나중에야 그 요지가 좀 다르다는걸 알고 몇몇이 문제제기했지만 그땐 이미 버스 지난 뒤. 아무튼 간단히 정리하면 헌재나 대법원의 경우 자신들의 나와바리 사수와 함께 3부의 나와바리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고민한다는 겁니다. 뭐 그것도 결론적으론 나와바리 사수와 관계 있습니다. 나와바리 확대에 욕심부리다가 잘못하면 열받은 입법, 행정부의 반격을 부를 수 있거든요! (이 점에서 국회의원들이 비공개적 장에선 자신들의 나와바리에 민감하다는 후문은 재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원금이나 기타 금전적 문제, 지역구 확정등도 있겠으나... 바로 행정, 사법부와 관련된 나와바리 범주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통의 이해관계라는 거죠. 노무현 탄핵의 시발점도 어떤 점에선 바로 이 나와바리를 무시한 듯한 발언이 불씨가 됐죠. 정책 집행은 대통령 나와바리 안의 문제지만 행정부 수반의 자리에서 법질서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게 - 정확하게는 3권분립 원칙을 뒤흔드는 발언- 탄핵의 근거가 됐으니까요.)

이 점은 판사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봐도 그렇습니다. 판사들 중에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대법원 판사나 헌재 재판관 꿈꾸는 사람은 많죠. 간단히 말해 사법부 나와바리 사수가 자신들의 이해이기도 한겁니다. 괜히 정치적으로 오버했다가 5공 시절 유뭐 대법원장 꼴나면 X되는 거고. 

그래서인지 심지어 판사들의 문화는 검사와도 많이 다릅니다. 검사들은 소위 폭탄주니, 동일체니하는 말이 나오지만 판사들은 상당히 개인주의적입니다. 취미가 와인인 경우도 많고. 또 청탁을 꺼려하는 판사도 많습니다. 그게 그럴게, 괜히 돈받았다 잘못되면 평생의 꿈인 대법원 판사 자리 날아가는 거거든요. 돈 아쉬우면 차라리 옷벗고 나와 로펌 가는게 훨씬 이익이죠. (물론 이경우 일이 빡세진다는).

물론 재판 결과에 판사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대법원이나 헌재의 경우 그들이 정치적 성향을 발휘할래도 어쨌든 법논리로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모 대법원장처럼 따되기 십상이죠.

자, 이런 3권분립의 논리에 마땅치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다. 고로 대통령의 뜻은 국민의 뜻이다. 그러니까 국민의 뜻 앞에 국회의원, 판사들 다 꿇어. 그게 민주주의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명박 치하에선 국회, 법원 모두 명박 뜻대로 움직여야겠죠. 그걸 바라진 않으실 테고...그러면 그런 분들 구미에 맞는 대통령이 됐을 때만 꿇길 바라실 텐데...

그런 세상이 오면 전 이민 갈겁니다. 아프리카(에 사시는 분들에겐 죄송합니다만)에 살고 싶진 않으니까.  선거에 진 순간부터 국회나 법원에 자신들이 배제된다고 느끼는 집단이 있으면... 폭동 또는 쿠데타 납니다. 아, 뭐 설마 그러겠냐구요? 당연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죠. 그게 바로 민주화의 성과니까. 그렇지만 이건 생각해보셨습니까? 3권분립, 법치에 무지한 사람들이 우리편 정치인이라면, 또는 그들이 무지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정치를 풀어 간다면, 결국 집권해도 아무 일도 못할 거라는거. 민주주의 국가에선 법을 축으로 돌아가는데 법 무시하고 될 일은 없습니다. 아니 돼도 문젭니다. 법 무시하고 돌아가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니까.

솔까말, 전 '국회, 법원, 다 국민의 뜻을 뽑힌 대통령 앞에 무릅꿇어!!!' 떠드는 분들...그 분들의 문화는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나 합니다. 고을 수령이 행정, 사법 권한 다 쥐고 있던 조선시대, 아주 가끔 백성들의 뜻에 따라 판결내리던 그 조선 시대...그런 분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신화화하는 것도...뭐...

아참, 가끔 조선도 보시길. 정봉주 판결 날 즈음에 조선이 연일 크게 '나꼼수 측에서 이용훈 판사 칭송한다~~' 보도했습니다. 그러더니 판결 나자마자 잽싸게 '나꼼수 측은 지들 입맛에 안맞는 판결 나오자 갑자기 판사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조롱이죠. 아참, 정봉주 정보망이 빠방하다구요? 그 빠방한 정보망으로 다음날 어떤 판결이 날지도 예상 못했답니까? 아니면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지지자들이 우왕좌왕하는거 보고 싶어 그랬던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