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그런데 아크로에서 정봉주는 '당연히' 유죄라는 믿음이 일반적인 것 같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보고 싶다. 

나는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를 본적도 없고 정봉주가 한나라당인지 친노인지 관심이 없고 정봉주에 대해 호불호가 없으며, 그 판결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고, 단지 법리적인 부분만 얘기하고자한다.


정봉주가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가 되는 대법원판결문의 핵심부분은 아래 부분이다.

 “.... 피고인이 직접적인 표현 방법 또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 방법으로 공표한 ‘이○○ 후보자가 김○○과 공모하여 주가조작 및 횡령을 하였다는 사실’, ‘이○○ 후보자가 ○○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허위임이 증명되었으며, 피고인의 이○○ 후보자에 관한 의혹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다시 말하면,

1. 정봉주가 주장한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과 공모하여 주가조작 및 횡령을 하였다는 사실’,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허위임이 증명되었고,

2. 정봉주의 주장이 진실로 믿을 만한 근거에 기초하지 못했다는 것

이 유죄의 이유다.


그런데 위 1항과 2항에 동시에 문제가 발견된다.


과연, 

1항, 이명박이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BBK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된 적이 있던가?

2항, 정봉주의 주장이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이 이루어진 걸까?


1항은 재판결과 이명박의 무죄로 판결이 났었다. 그러나 무죄라는 것은 기소한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는 의미지 그 판결이 자동으로 이명박의 결백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명박의 무죄판결이 정봉주의 주장의 허위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1항을 논거로 한 대법원 판결은 오류다.


OJ 심슨은 그의 전처를 살해한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 의미도 검사가 OJ의 유죄를 배심원에게 입증시키는데 실패한 것이지 OJ의 결백이 자동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미국에서 OJ의 범행을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따라서 만약 OJ가 켈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했을 때 상대후보가 “나는 OJ가 범죄자라는 걸 믿는다”라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허위사실공표죄에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2항, 정봉주가 믿을만한 근거 없이 주장했다는 대법원의 판시는 사실일까? 이 문제는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재판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상식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의 판단이 오류로 보인다. 


몇 해 전 한 네티즌이 나경원이 ‘이완용 후손 땅 소송 승소시켜준 친일파 나경원’ 등의 글을 올려 명예훼손죄로 기소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때 유죄 이유가 나경원이 실제로 친일파를 승소하게 한 판결을 했느냐 아니냐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피고가 어떤 근거로 그런 글을 올렸느냐였다. 피고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만을 보고 올렸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박경신 교수가 한겨레에 기고(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11619.html)한 것처럼 비합리적이긴 하지만 이처럼 허위사실공표죄나 명예훼손죄의 유죄판단 근거는 주장의 허위여부가 아니라 주장의 근거의 충실성에 있는 것이다. 판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법조항이다. 만약 피고가 그 재판의 관련자나 재판의 방청자 정도만 인용했어도 무죄로 판결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봉주의 경우는 주장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국민의 상당수가 그렇게 믿고 있었고, 심지어 한나라당의 박근혜도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것은 주가조작의 당사자인 김경준이 이명박의 관여를 주장한 것이다. 공모한 공범이 그렇다고 주장하는데 그것보다 더 믿을만한 근거가 어디 있을까? 과연 그게 빈약한 근거인가? 미국에서는 증인의 진술은 절대적 효력을 갖고 있다. 공범자의 진술의 진위여부의 입증의 책임까지 주장하는 사람에게 지우는 것은 증명 가능한 수학 같은 공리의 공표나 허용하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억지스런 판결임에 틀림없다.        


이런 일로 기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정봉주가 뜬금없이 이런 주장을 들고 나왔다면 정봉주에게 좀 더 엄격한 입증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던 사실을 정봉주가 한 마디 더 추가 했다고 과연 그게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언론에도 이미 다 나온 의혹이고, 국민들 상당수가 믿거나 의심을 하는 상황이었고, 여권이나 야권에서 상당수 정치인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주장을 ’명예훼손죄‘라면 모르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침소봉대의 억지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위에 언급했듯이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판결문의 판시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오류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