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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어온 '김근태 선생의 또다른 길'

<뷰스칼럼> "계급장 떼고 붙자", "하늘이 두쪽 나도 안된다"





지금 상태가 위중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모든 운동권 출신들은 "선배"라 부른다. 혹독한 군사정권 시절에 그는 모두의 '선배'로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맨 앞에서 헤쳐왔기 때문이다. '김근태 선배'가 걸어온 형극의 길은 더이상 길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 동시대를 살아온 모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김근태의 또다른 길'이 있다.

김근태 "분양원가 공약 깬 盧,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

2004 년 6월9일의 일이다. 그해 3월12일 탄핵을 당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그해 4.17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승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열린당은 총선 공약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내걸었다. 집권초 김진표를 경제부총리로 기용하면서 집값이 폭등, 민심이 대거 이반한 데 따른 자성의 공약이었다. 총선후 4월28일 개최된 열린당 워크숍에서도 의원의 87%가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해 6월9일 믿기지 않는 발언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고, 결국 벌고 못벌고 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 러자 문희상, 유시민, 임종석 등 열린당 수뇌부와 이해찬 총리 등이 노 대통령 발언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열린당 의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만은 달랐다. 김근태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6월14일 개인 성명을 냈다.

김 의원은 "분양가 자율화 조치이후 아파트 분양원가가 두배이상 뛰었고, 도시개발공사와 주택공사의 일부 분양원가 공개 당시 공기업인 이들조차 30~40%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는 주장은 분양원가 공개요구에 대한 정당성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공공주택 공급은 서민을 위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만큼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선거 당시 내건 공약, 특히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는 함부로 바꿀 수 없다"며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그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차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이다'라는 비야냥과 상실감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국민과의 약속은 키져야 한다"고 거듭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더 나아가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혁의 후퇴라며 우리당과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시장원리에 충실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집없는 서민들의 경우 대단한 실망과 허탈감에 휩싸여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공공주택 분양가 문제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은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그 유명한 '계급장 발언'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묵살로 논쟁은 성사되지 않았고, 원가공개 공약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노 대통령은 퇴임후 가장 후회스런 실책으로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한 점을 꼽았다.

"하늘이 두쪽 나도 국민연금 지키겠다"

그 해 7월 김근태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충돌이 발생했다.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한국판 뉴딜'이란 이름아래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가를 띄우고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 관리책임자인 김근태 장관은 11월19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경제부처는 보건복지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언하는 그림자 역할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경제부처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헌재 부총리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 는 "국민연금은 5000만 국민의 땀의 결정체"라면서 "알토란처럼 적금을 넣은 국민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 운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등 3대 원칙이며 이 중에서도 특히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형 SOC투자나 주식투자 확대 등에 연금을 동원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정말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해내겠다"며 "하늘이 두 쪽 나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김 장관의 국민연금 사수 선언에 정부는 발끈했다. 하지만 선배 보건복지부장관이었던 김종인 당시 민주당 의원은 며칠 뒤인 11월29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이 스스로 소신을 밝혔을 때 굉장히 다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경제부처의 묘한 논리가 많은 상황에서 장관이 연금을 많이 방어하고 지켜줘야 나중에라도 '김근태 장관이 연금을 구출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장관을 극찬했다.

그는 "지금 연금 기금이 2037년도까지 1천7000조원이 쌓이니 대한민국에서 공룡처럼 커지고 모든 관심, 특히 경제부처의 관심을 받게 돼 예전 연금을 만들때 발생한 논법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며 이헌재 경제팀을 질타한 뒤, "앞으로는 이처럼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이가 복지부장관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거듭 김 장관을 칭찬했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김종인 의원의 최고 극찬이었다.

실제로 김근태 장관 이후의 보건복지부장관들은 앞다퉈 주식투자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수단으로 사용했고, 지금에 와선 '외국인 전용 현금지급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김 의원이 예견했듯, 김근태만한 보건복지부장관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뉴타운 광풍과 그의 낙선

이렇듯 김근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온몸으로 민주화투쟁을 이끌어왔고, 진보진영의 집권기에도 오직 '서민'과 '국민'이란 잣대로만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보니 그는 권력세계에서는 언제나 '미운 오리새끼'였다.

그 러던 그가 지난 총선때 서민들이 많은 도봉갑에서 어이없게도 뉴라이트 출신의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신 후보가 내건 '뉴타운 개발공약' 때문이었다. 뉴타운이 개발되면 떼돈을 벌 것이란 지역민들의 광적인 착각이 그를 낙마시킨 것이다.

명 진스님은 MB정권을 질타하면서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MB정권을 탄생시킨 우리 시대의 '탐욕'도 반성해야 한다는 쓴소리다. 어쩌면 지금 '김근태 선생'의 위중함은 이같은 자성을 더욱 채찍질하는 마지막 '국민 봉사'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김근태 선생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가 평생 사랑해온 서민과 국민에게 속죄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는가.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