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BBK사건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해 많은 분들이 토론을 진행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분위기였다가 대법원 판결문이 공개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법리논쟁으로 자리가 옮겨져 토론이 벌어졌었죠.

저 역시 정봉주의 유죄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었고,
원심 확정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단은 아무 문제 없는 것이고,
따라서 대법원이나 그 이전 재판부를 향한 네티즌들의 과도한 비난이나 비판은
그 방향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러한 생각에 합리적으로 반대하는 몇몇 분, 특히 바비님의 의견을 죽 읽어보니
결국 정봉주 사건을 둘러싼 견해차이가 발생하게 된 핵심적 이슈중 하나는 다음 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피고가 유포하고 다닌 내용이 허위로 밝혀져서만 되는 게 아니라,
유포자가 그 자신이 유포한 내용이 허위임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그 사실을 고의적으로 유포했는지 여부까지도
기소한 검찰측에서 밝혀내야 한다는 점입니다.(즉 유포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가 '인식'하고 있었느냐 여부죠)

결국 정봉주의 유죄확정 판결을 비난하는 쪽에선
정봉주가 자신이 떠들고 다닌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미리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시정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계속하여 유포하고 다녔다는 것을 검찰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유죄확정 판결을 내린 것은 기소한 검찰이나 심리를 담당한 재판부 모두 법리적용에
상당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정봉주는 당시로선 당연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몇몇 근거들을 가지고 어떤 내용들을 공표한 것인데,
그걸 허위임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유포한 걸로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정치적 탄압 아니냐는 것이죠.

1, 2심 판결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허위의 인식' 여부를 재판부가 어떤 식으로 심리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심 진행과정 당시의 언론기사들을 검색하다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옵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806/h2008060402493422000.htm

위 기사 내용대로라면 정봉주가 2007년 10월 경 통합신당 지도부에 보낸 메일을 통해 
김경준의 진술이 진실성이 없고, BBK와 김백준도 서로 관련이 없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보고했다는 게 됩니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검찰측에서도 재판진행 과정에서 정봉주의 '허위의 인식'을 입증하는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고, 그러다 이 이메일이 발견되자 그걸 변론재개 신청까지해서 유력한 입증자료로 제출한 것 같습니다.

이 이메일의 내용이 미필적 인식에 해당하느냐 확정적 인식에 해당하느냐의 논쟁,
그리고  미필적 인식에 해당한다면 이게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하느냐 논쟁도 벌어진 것 같고,
대법원 판결문으로 유추해보건데 법원은 이를 미필적 인식으로 인정하고, 미필적 인식도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하므로
유죄의 입증사유가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 있지만, 솔직히 미필적 인식은 뭐고 확정적 인식은 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결론적으로 말해, 
정봉주 사건은 세간의 평가처럼 어떤 정치적 목적과 미운놈 제거하려는 정권의 압력 때문에
검찰과 법원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진실을 덮어두고 무리한 기소와 판결을 내린 게 아니라
나름대로는 그들 입장에서 최대한의 입증자료와 판례를 가지고 이 사건을 판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합리적 문제의식과 비판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불의한 세력에게 정의의 화살을 날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과장된 선동에 휩싸인 군중심리에 매몰된 비판이나 비난이 
요즘 들어 너무 많이 남발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 곳 아크로에서만큼은 정확한 팩트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암튼 저는 이 곳 아크로에서 좋은 정보와 많은 지식 얻어갑니다.  그래서 자주 들르는 것이구요.

글 올려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2012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