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문화가 발달한 영미권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인 '알리게이션'에 해당하는 우리 나라 단어가 없다.  알리게이션에 해당하는 우라 나라 말이 없다는 것은 우리 나라가 그만큼 토론문화가 형편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알리게이션'을 우리 나라 말로 굳이 풀이하자면,  '근거를 대지 않고 혐의를 주장하는 부정적(disapproving)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토론이라는 것은 반드시 주장의 근거, 사실을 적시하면서 진행돼야한다.  왜냐하면 그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은  원래 주장한 사람의 근거나 사실을 공격해야하는데, 처음 주장한 사람이 주장의 근거, 사실을 대지 않고 주장하면 반박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박할 대상을 찾지못해 도저히 반박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토론의 출발점은 알리게이션의 배제다. 

 

알리게이션을 우리 나라 말로 풀이할 수는 있고 다만 한단어로 표현되는 것이 없다고 해서 우리나라 토론문화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은가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사회의 단어는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삼당숙'이런 단어가 영미권에는 없다. 토론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에게 알리게이션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알리게이션을 설명해야하듯이.  친족 예절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서구에서는 '삼당숙'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설명해줘야한다.  '아버지의 부계 팔촌 형제인 구촌 아저씨'라고 삼당숙을 풀어서 설명해줘야한다. 

 

우리는 "삼당숙께서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면 되지만 영어에서는 그냥 엉클로 표현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가족가부장질서를 반영해서 말하려면 매번 말할 때 마다 "아버지의 부계 팔촌 형제인 구촌 아저씨께서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팔촌, 구촌 등 '촌수'에 관한 단어가 또 서구에는 없기 때문에 그 '촌수' '팔촌' '구촌'에 관한 단어를 풀어 써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간단히 '삼당숙'으로 말하면 될 것을 최소한 원고지 한 두장정도로 풀어서 이야기 해야한다.

 

어느 문화에 하나의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렇게 하나의 단어로 콘셉트적 개념이 확립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서구에는 우리와 같은 대가족가부장질서유교 문화가 발달하지 못해서 영어 등에는 '삼당숙'같은 단어가 없다. 그런 단어를 쓸 필요가 없어서 단어로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단어가 없어서 그 정확한 경우를 표현하려면 풀어서 설명을 해야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대로된 토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개념어인 '알리게이션'에 해당하는 우리 단어가 없어서 이를 우리 나라 말로 설명해줘야한다는 것의 차이는 토론 문화의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구에서는 토론문화가 발달해서 "알리게이션"이라는 콘셉트적 개념어를 만들어냈는데 우리 나라는 그런 콘셉트적 개념어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냥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런 식의 문화가 계속 되어온 것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 혹은 지지자가 많은 사람이 토론(?)에서 이기게 된다. 토론, 즉 논거와 사실로 시비타당을 가리지 않고 권위와 도덕에 기대서 시비타당을 가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됐다.  그래서 토론을 하면 인신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를 하고 실제로 또 인신에 대한 공격을 하고 그런다.  

 

영어로는 그냥 간단히 "지금 당신의 주장은 알리게이션입니다. 당신은 알리게이션을 취소하십시오"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당신의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때의 주장으로서 이유나 근거를 대지 않은 개인적 인상비평으로서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때의 주장으로서 이유나 근거를 대지 않은 개인적 인상비평으로서의 주장을 취소하십시오" 이렇게 매번 풀어써줘야 하는 것이다.  토론문화가 없어서 '알리게이션'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TV토론이나 야만적인 인터넷 리플을 한번 살펴보면, 대부분 '알리게이션'의 문제가 토론을 망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리게이션'이 나오면 토론이 진행이 안된다. 자기들의 생각, 감정을 토로하며 억측만 이야기하고 토론아닌 토론은 끝나게 된다 논박을 하려면 논거와 근거를 비판해야하는데 '알리게이션'에는 그것들이 없기 때문에 상대의 논박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알리게이션'이라는 단어가 있고 없음으로 토론문화의 수준을 알 수 있고, 알리게이션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이 토론문화의 수준낮음을 방증한다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니다. 언어학에서는개인의 경험과 관련된 정서적 공명이 집단의 문화적 무의식으로까지 발전한 결과로 콘셉트적 개념어인 단어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어떤 특정한 단어가 존재하는 것과 그 특정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아서 길게 설명하고 풀어서 써야하는 경우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그것은 문화의 수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ps: 정봉주 공선법위반 대법원 판결에 대해 그 내용을 설명해줬다가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알리게이션을 남발하는, 토론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람들로부터 수백건의 무의미한 리플을 받았는데, 그들의 글자를 읽다보니, "검은 것은 글자요, 흰것은 공백이구나"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허탈한 마음을 치유하고자 알리게이션과 토론,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