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노님/열불님/떡밥님등등을 비롯한 여기 몇몇분들이 주장, 요약하자면

"정봉주는 유죄 판결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이것은 사법부가 정치적인 판결을 한 것이 아니다 "

라는 주장을 저는 상당히 납득하고 있고, 그게 단편적/일차적으로는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편적/일차적, 즉 이 사건 하나에 대한 국지적인 입장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건의 맥락은 롱런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판결이 정치적인 판결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거꾸로 정봉주가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또한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할 까닭도 없다고 봅니다. 이것도 긴 시간적인 흐름에서입니다. 일단 정황상 이명박이 주가 조작을 했던 과정에 연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내용입니다. 사법부가 좀 더 느슨하게 법률을 적용했다면 정봉주는 무죄가 될 것도 같아 보이지 않나요. 하여간 이것의 가타부타는 여기서 논외로 치겠습니다.)

제 주장은 여기부터입니다. 그동안 숱한 법원의 판결문을 보고 나서의 학습된 경험으로 봤을 때, 정봉주가 무죄가 나오든 유죄가 나오든 그 둘다의 판결문은 (판결문 쓰는 양식만 안다면) 저라도 쓸 수 있겠습니다. 아마 아크로의 그 어떤 논객들도 두가지 다 그럴싸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지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최재천이 한 말이 가장 옳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삼권분립이 제대로 정립된 나라가 아니다. 법원은 권력 아래에 존재하고 있고, 이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되었다.'

Fact는 법원이 "이번"에 제대로 판결을 했건 안했건간에, 이미 역사적으로 사법부는 정치권에서 독립해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또는 역으로) 이번에 한번 어쩌다가 제대로 했다고 해서 법원이 이제부터 정치권에 독립한 제대로 된 판결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할 까닭도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기사를 조작하기는 하지만, 100퍼센트는 아닙니다. 95%는 제대로 된 기사를 뽑습니다. 5%가 교묘하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정말로 무서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법원도 항상 정치적인 판결만 내지 않기때문에 더 무서운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이 무죄판결을 받았거나 한명숙이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서 '사법부는 중립적이고 있다'라고 주장할 근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도 95%이상 제대로 된 기사를 쓰니깐요.

따라서 정봉주의 판결이 (여기 몇몇분들이 보시기에는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정치적인 판결로 보이는 이유는 그저 자업자득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봉주의 판결에 억울해하면서 분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영논리에 갖혀서 열폭한다'라고 질책하기보다는 '뭐 그렇게 반응할 수도 있다' 또는 '충분히 이해된다'라고 하겠습니다.

열폭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컴다운 해라'라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뭔가요.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너희들보다는 똑똑하다라고 하는 것으로밖에 안들립니다.

뭐 사실 이번에 정봉주가 무죄를 받았다고 하면 모든 기사의 베플이 '사법부에는 정의가 살아있다' 라는 식으로 올라오겠죠. 이 또한 지극히 감정적인 댓글입니다. (지금 정봉주의 유죄판결에 분개하는 것만큼 똑같은만큼의 감정이죠.) 이런 일이 한번 발생했다고 해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정말로 중립적이다라고 믿을 사람들을 없다고 봅니다. 이건 동의하시겠죠?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봅니다.

정봉주 유죄는 사법부가 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 억울해하고 성토하는 것은 이들이 비이성적이어서 라기 보다는 사법부의 그동안의 자업자득의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한번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판결의 옳고 그름만을 놓고 싸우는 것은 전체 맥락에서 보면 "조선일보의 2011년 12월 28일의 1면 기사는 맞다/아니다"를 놓고 싸우는 것 만큼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일 뿐이고, 오히려 보수진영(조선일보)의 비웃음을 사게 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