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평소 격에 맞지 않게 점잖은 소리 좀 할려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크로는 스켑티컬레프트에서 갈라져 나온 사이트입니다. 욕설과 감정적인 드잡이가 판치는 다른 곳들과 달리 스켑티컬레프트는 회원간에 정중한 어조로 토론을 하던 인터넷에서 거의 유일한 정치토론 사이트였고, 감정보다는 이성과 논리와 근거로 경합을 벌이던 곳이었죠. 비록 노선이 달라서 갈라져 나왔지만 스켑티컬레프트의 장점이었던 그런 토론 문화는 아크로에서도 비교적 잘 지켜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아크로가 처음 출범할 때,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멤버들은 오히려 친노를 표방하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닝구 성향을  드러내던 사람들은 아마도 저랑 바람계곡님 미투라고라님 정도였을겁니다. 각자 정치적 지향점은 달랐지만 인신공격이나 욕설 그런거 없이 페어플레이하자고 합의가 되었고, 견해가 다르면 거친 욕설부터 주고 받는 타 정치토론사이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로 의기투합했었죠.

그 후로 이제 2년 6개월정도 지나왔네요. 여러 우여곡절 있던중에 창립멤버들 대부분은 발길을 끊었지만, 알음 알음 찾아오셔서 열심히 글 올려주시는 신입 회원님들도 많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러다가보니 현재는 아크로가 친호남 민주당 지지사이트로 외부에 알려진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회원님들 중에는 아크로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혹시 아크로 스폰서가 호남 정치인들 아니냐는 황당한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친민주당임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모 사이트로부터 '노빠들하고 섞여서 뭐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체성을 확실히 하라'는 조금 핀트가 맞지 않는 지도 편달의 목소리도 들리더군요.

그러나 저는 비록 아시다시피 강경한 닝구이자 민주당 지지자이지만, 단 한번도 아크로가 어떤 특정한 정치 색깔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아크로가 설사 친민주당 사이트가 되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페어한 토론 과정을 통해 저절로 그렇게 되어야지 욕설이나 인신공격 혹은 인위적으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크로의 창립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고, 비록 지금은 발길을 떠났지만 아크로를 만들었던 분들에 대한 치사한 배신이기도 합니다. 회원들은 그 누구라도 아크로에 책임과 권한이 있는 주인이며, 이성과 논리와 근거만 있으면 그 어떤 주장이라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임을 믿습니다.

저는 그래서 회원을 향해 '노빠임을 밝혀라' 등의 글들이 매우 불편합니다. 또한 오로지 '노빠 사냥'을 위한 글을 쓰려는 목적으로만 아크로에 오시는 것처럼 보이는 몇몇 회원님들의 태도도 불편합니다. 물론 노빠들 일반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 얼마든지 가능하며, 저를 포함 닝구들도 그런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비판받아야죠. 그러나 어떤 특정 회원이 노빠인지 아닌지 밝히겠다며 공격하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감행하는 것은 자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뭐가 그리 궁금하신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크로가 너무 소중합니다.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결국 이슈마다 생산되는 아크로의 주된 의견들이 정치적으로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여전히 옳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페어한 토론의 힘이지 아크로에 무슨 올바른 정치 노선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거라 믿습니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 바야흐로 진검승부인데, 아크로에서 생산된 공론이 한국 사회를 진일보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러면 아크로에서 좀 더 다양하고 건강한 토론이 있어야 하겠구요. 물론 언행일치 하지 못한 저도 많이 부끄럽고 반성을 하겠습니다.

끝으로 노빠라는 핍박속에서도 꿋꿋이 운영진 노가다를 감수하고 계시는 숨쉬는바람님의 초인적인 인내력에 경의를 표하고, 그외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운영자가 계시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S - 다른 분들은 많이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와러데이님이나 박하고래님은 경멸적으로 칭해지는 그 노빠 아닙니다. 이건 제가 보증합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나라당을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면 왠만하면 콜을 하시는 무색무취한 야권지지자정도 되시는거 같은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