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 김정일 사망 정국 때 가장 심란했던 것은, 잘 먹어서 피둥피둥 살찐 세상물정 모르는 어떤 새파란 젊은 넘이 맘 먹기에 따라서 내 가족의 평화와 안녕이 일순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그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렇구요.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새파란 20대 청년에게 수천만의 생과 사를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일사분란한 영웅화 작업을 전해들으면서 여러가지 상념에 착잡했습니다. 절반의 북쪽은 손자가 권력을 물려받는 정치적 봉건국가, 남쪽은 재벌 3세들이 쥐고 흔드는 경제적 봉건국가에 불과한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정말 X같은 민족이라는 욕까지 튀어나오더군요.

그래도 남한의 재벌3세들이야 어쨌든 법의 통제를 받고 있고, 정치인들만 똑바로 하면 제압하는 것도 가능할테지만, 저 답 안나오는 젊은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착잡합니다. 평화고 통일이고 다 집어치우고, 일단 무너뜨리는 것이 정답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 잘 만나 피둥 피둥 살찌우는거 말고는 한게 없는 젊은 애 밑에서 대책없이 굶어죽어가야할 북한의 어린 애들을 이대로 계속 방치해야 하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시키가 과연 지가 어떤 자리에 올랐는지, 자기한테 주어진 권력이 어떤 것인지, 자기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건지 짐작이나 하면서 저러고 있는걸까 궁금하다는거죠. 그저 누구의 아들로 태어난 거 밖에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 죽고나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 쳐다보면서 굽신거리고, 이제부터는 다 니 책임 이러고 있는건데 저 같으면 공포에 질려서 도망칠거 같습니다.  그 친구에게 백두의 혈통이니 미제의 마수로부터 민족을 해방시키는 위대한 혁명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정말로 실감이나 날까요?

더구나 중국은 보나마나 안정화 작업에 협조하면서 쥐고 흔들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호시 탐탐 죽이려고 할 것이고, 남한은 군사적 대치 상황이고, 인민들은 절대 빈곤에 신음하고 있고... 과연 이 상황이 28살의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애가 최고권력자의 자리에서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인지가 의심스럽고, 그런 애를 사면초가속에 밀어넣고서 '대장 동지만 있으면 우리는 안심입니다' 이러고 있는 북한 체제가 정말 구역질납니다. 

제 생각은 솔직히 남한에서 김정은을 살살 달래줬으면 좋겠어요. 잘 설득해서 너와 네 가족은 죽을 때까지 호강시켜 줄테니 괜한 욕심부리지 말고 투항해라 이러면 어떨까 싶습니다. 기사에 보니까 외국에서 공부하고 지하고 싶은거 실컷 하면서 살면서도 '우리 인민들도 이렇게 살고 있나요?' 를 궁금해했다니 그냥 천상 어린 애라는 생각밖에는 안듭니다. 권력만 물려받았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애를 도발하고 압박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웃긴 넘들이지 왕방울같은 눈으로 어리둥절해하는 저 시키가 무슨 죄가 있나 뭐 그런거죠.

암튼, 김정은이나 장성택이나 김경희나 솔직히 혁명과업의 완수 뭐 이런 생각 손톱만큼도 있을 턱이 없고, 그저 본인 가족들의 호강과 안위만이 남아있을 터인데, 잘 구슬러서 뭔가 전기를 마련하는게 북한 세습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아닌가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