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정신분석학 얘기가 있길래 잠깐 끼여들어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정신분석학은 마르크스 경제학과 주류 경제학처럼 심리학 전체에 대당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런 적도 없고요. 임상심리학 내의 쓸모있는 한 가지 접근법일 뿐이죠. 정신분석학이 아주 쓸모 없다는 분도 있지만 오토 컨버그의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치료법은 임상 실험에서 플라시보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내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외에도 몇 가지 치료법은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이 기본적으로 임상적 상황에서 질적 관찰에 기반하기 때문에 정당화에 난점이 있는데요, 그래서 프로이트 자신도 그랬지만 많은 정신분석가들은 경험적으로 정당화된 심리학 이론들과 자기들 이론이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런 난점을 극복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이런 시도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정신분석가들이 정신분석학을 심리학에 대당하는 독립적인 학문이라고 본다면 이런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겠죠. 예를 들어 칼도님이 "정신분석학의 과학성을 긍정하는 논문"의 예로 들고 있는 Drew Westen의 논문의 초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Although commentators  periodically declare that Freud  is dead, his repeated burials lie on shaky grounds. Critics typically attack an archaic version of psychodynamic  theory that most clinicians similarly  consider  obsolete. Central  to contemporary  psychodynamic  theory  is a series  of propositions about  (a)  unconscious cognitive, affective, and motivational  processes; (b)  ambivalence  and  the tendency for  affective and motivational  dynamics to operate in parallel and produce compromise solutions; (c)  the  origins of many personality and  social dispositions in childhood; (d)  mental representations  of the self, Others,  and relationships;  and (e) developmental  dynamics.  An enormous body of  research  in cognitive,  social, development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now supports many of  these propositions. Freud's  scientific  legacy has  implications for  a wide range of domains in psychology, such as  integration of affective  and motivational  constraints  into connectionist models in cognitive  science.

정신분석학이 심리학에 대당하는 분과라고 생각한다면 인지, 사회, 발달, 성격 심리학의 연구가 정신분석학의 명제들을 지지한다거나 정서와 동기의 제약을 인지과학의 연결주의 모형에 통합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할리가 없죠.

오늘날 인지과학의 과학적 지위는 확고하고, 인지나 발달처럼 인지과학에 통합된 심리학 분야들의 지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과학계의 탑 저널에서도 이 분야의 논문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학철학자들이나 심리철학자들도 이들 분야의 과학적 지위를 의심하진 않습니다. 칼도님의 주장대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이 서로 대당하는 분과라고 말하려면 정신분석학'도'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이 아니라 정신분석학의 과학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심리학, 특히 인지과학의 과학성을 기각하는 논문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신분석학이 대당해야할 것은 심리학이 아니라 현대 과학 전체가 되겠죠.

정신분석학은 임상심리학의 한 접근법이고, 그것이 경쟁하는 상대는 심리학 전체가 아니라 임상심리학의 다른 접근법들이죠. 위의 논문도 그렇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과학적 지위가 확고한 다른 심리학 분야의 이론의 힘을 빌려 임상심리학 내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애쓰지 심리학 전체를 적으로 돌리진 못합니다. 그럴 수도 없죠. 오늘날 라캉의 대표적인 해석자 중에 하나인 지젝도 "하우 투 리드 라캉"이나 "신체없는 기관" 같은 책에서 인지과학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학의 의의를 찾으려고 애쓰지 인지과학을 대체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서 라캉주의를 내세우진 못합니다. 사실 라캉조차도 그럴 생각은 못했죠. 라캉의 거울단계 이론 자체가 쾰러 등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겁니다.만약 그런 생각을 혹여라도 품는다면 이미 한 번 말했다시피 심리학만이 아니라 현대 과학 전체를 바닥부터 완전히 다시 만들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