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경험했던 한국 정치사에서 진영논리는 애초에 보수진영의 전매특허였습니다. 박정희의 여성 편력 공권력을 이용한 강간 에 대해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막가파식 쉴드를 치거나, 경제발전을 위해 인권과 자유쯤은 탄압해도 상관없다고 하거나, 같은 사안에 대해 진영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는 보수 언론들, 정부를 비판하거나 시위를 벌이는건 빨갱이들이나 할 짓이라더니 정작 본인들은 정권 바뀌니까 한술 더 뜬다던가,  한나라당의 수십년에 걸친 영남중심 측근인사에 대해서는 눈을 감던 사람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코드 인사라고 공격하던 것, 수조원을 해처먹은 전두환 노태우를 쉴드치는 사람들이 홍삼트리오나 노무현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사생결단의 비난을 한다던가 등등 굉장히 많은 사례들이 있겠죠. 

저는 그래서 요즘 횡행하는 야권의 진영논리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거들면 '놀고 자빠졌네' 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강용석도 마찬가지.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에서는 원래 보수쪽의 그런 진영논리와 편파적인 이중잣대를 혐오하면서, 우리들은 절대 그러지말자고 하는게 대세였습니다. 5.18 룸쌀롱 사건 때 참석자들을 가장 격렬하게 규탄하던 사람들은 다름아닌 야당 지지자들이었고, 민노당 간부의 성추행 사건 때 '대의를 위해서 눈감아주자'고 하던 사람들을 가루가 되도록 까던 사람들 역시 민노당 지지자들이었죠. 홍삼트리오 사건 때 야당 지지자들의 주된 정서는 DJ를 쉴드치기보다는 '왜 그러셨데 정말' 하면서 속상해하고 탄식하는게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정치적 건강함을 유지하던 진보쪽에서 진영논리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제가 보기에 노사모의 등장 이후였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초창기 노사모 멤버였고, 김영삼 시계 사건 때 탈퇴하였습니다.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에는 거의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열심히 했었죠. 저는 지금도 기억나는 사건중의 하나가,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로 최종 결정되던 날 노사모가 덕평에서 뒤풀이를 하던 중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물론 저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참석한 노무현 후보가 짤막한 연설을 하던 중에,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실건가요?" 하고 물었죠. 노사모들의 대답은 '감시!' '감시'였습니다. 그러자 반전과도 같은 노무현의 반박. "저를 감시할 사람들은 조선일보 한나라당등 차고도 넘칩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지켜주셔야죠." 웅성 웅성 논란이 일었지만, 당시에는 그 말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을 건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반추를 해보면, 당시 발언은 진보쪽에서 진영논리를 본격적으로 합리화하는 최초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사실 노무현에 대한 막가파식 팬덤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노무현 본인이 효시였던 셈이죠.

이후, 진보판 진영논리의 화신으로써 유시민이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이명박의 FTA는 나쁘고, 노무현의 FTA는 좋다'까지 등장하는, 진보진영의 기나긴 타락 과정은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곽노현 사건 때는 정치인의 도덕일랑 더 이상 따지지 말자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왜 진보쪽 진영논리가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을까요? 저는 딴거 없고 아직 진보쪽이 정당의 정책 능력으로 집권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안티이명박만으로 편리하게 집권하려는 속셈이 그 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그런 속셈을 감추고 지지자들을 묶어놓기 위해 진영논리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거구요. 물론 덕평수련원에서 노무현의 '여러분들은 저를 지켜주세야죠'라는 호소에 박수치며 '옳소!"를 외치던 일부 노사모들의 후예들이 인터넷의 대세가 된 것 또한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