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사람인지라 제목에 열거한 것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내가 지지하는 쪽의 흠결은 가급적 작게, 반대하는 쪽의 것은 가급적 크게 인지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단지 그것을 지적당했을 때, 수긍해주는 정도의 염치를 갖추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그래서 저는 누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태도를 보여준다 해서 굳이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태도를 취함으로써 공적인 영역이 뒤틀리고, 그 결과로 저까지 피해를 입는다 싶으면 가감없이 지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사실 보수와 진보가 투닥거리며 싸울 때 정책이나 노선보다는 상대방의 진영논리나 이중잣대에 대한 공격이 주를 이루죠. 안티조선도 따지고보면 '1위 언론사의 이중 잣대를 바로잡겠다' 가 주된 명분이었고, 보수우파들이 진보쪽을 공격하는 소재도 그런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386들은 뒤로 호박씨까는 위선자들이다 등등. 

그런데 요즘 상황을 보면 보수쪽이 주로 방어하고 진보쪽이 공격하던 판세가 반대로 역전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게 이명박의 FTA는 나쁜거고, 노무현의 FTA는 좋은거냐는 것이 있겠죠. 얼마전에는 공지영이 인순이의 종편 출연 가지고 한마디했다가 본인의 조중동 인터뷰나 기고 소설연재등이 까발려져서 집중 공격을 당했던 적도 있었구요. 그래서 요즘은 보수쪽의 이중잣대나 진영논리를 비난했다가는 곧바로 '니네나 잘해'라는 반박이 날아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80년대 주로 쓰던 운동권 용어중에, 진영논리와 비슷한 단어로 당파성이라는게 있었죠. 대충 "노동자계급은 역사의 진보를 구현하는 유일한 계급이므로,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진보적이고 올바르다' 정도의 뜻입니다. 물론 나중에 '공산당에 대한 무조건 충성'이라는 뜻으로 변질되어 진영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단어가 되었지만 원래는 그렇지 않았을겁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당파성과 진영논리는 매우 다른 개념입니다. 내 자식을 때리는 이웃집 아이는 나쁜 놈이고 이웃집 아이를 때리는 내 자식은 멋진 놈하는 건 진영논리가 되겠고, '친구들끼리 주먹질하고 그러면 못 써' 하고 잘 타이르는 엄마는 당파성에 투철한 엄마가 되겠죠. 그것이 내 자식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객관적이고 올바른 것일테니까요.

그러나 지금처럼 당파성은 사라지고 진영논리만이 판치는 현재의 정치판으로는 보수든 진보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우리 사회를 단 한발짝도 진보시킬 수 없을 겁니다. 그저 끝도 없는 개싸움의 연속이겠죠. 한국의 정치가 혐오스럽고 후진 것은, 정당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가 아니라 이 상태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일겁니다. 예전에는 조중동이 이중잣대의 화신이 되어 한국 사회를 농단하더니, 요즘은 나꼼수와 깨어있는 시민들이 한술 더 뜨는 형국이죠. 무언가 정치적인 주장을 할 때는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기전에 이중잣대나 진영논리에 함몰된 것은 아닌가 한발짝 물러서서 곱씹어보는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늘 조심하고 잘 살펴야 되겠지요.

그런데 쓰고 보니 하나마나한 뻔한 말만 늘어놓는게 되었군요. 제 글이 늘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