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과 '새로운 야권 지지자'들이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고 합니다. 정서, 문화, 소통방식과 같은 추상적인 점이 다르다고도 하는데, 이전에 한겨레21인지 시사인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어떤 기사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과 '새로운 야권 지지자'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생활수준, 직업, 학력수준 등을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저에게 그 기사는 이렇게 해석됐습니다.

"학력, 직업에 따른 생활수준이 너무 다르다보니, (반한나라당이라는 것만 빼놓고는) 정서, 문화, 소통방식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

그리고 저 주장의 구체화를  위해서,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되는 "제한된 지지층"의 사례를 몇가지 들며 변화하는 시대를 민주당이 선도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따라오지도 못하는 까닭은, 민주당 정치인, 당직자뿐만 아니라, 지지층 자체에도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의 대의원, 당원과 같은 민주당 골수,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 '필연적 보수성'을 가진다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너무 높고, 이들 대부분은 40~60대인데다가, 상대적으로 학력수준도 낮고, 호남 출향민 출신으로 새로운 세대와 이질적이며, 소득수준도 낮고, 생활방식도 달라서(인과관계는 저의 해석의 결과임), 정서, 문화, 소통방식이 새로운 (잠재적) 야권 지지자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민주당의 고민이 깊다는 식이었습니다.

당연히 민주당 골수 당원인 호남 출향민, 저학력, 저소득의 자영업자를 인터뷰 했고, 기사의 공정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도 담기는 했지만, 애초에 기사의 기획 자체가 민주당 핵심 지지층조차도 문제 투성이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구색 맞추기로 보일 뿐이었죠.

그리고 좀 의아했던 것은, '새로운 야권 지지자'들이 골수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학력, 생활수준이 높다는 점에 대한 구체화는, "그러하다고 한다"는 식으로 비민주당 계열 관계자 입을 빌려서 얼렁뚱땅 넘어갔다는 것이죠. 그들이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듯 보이지만, 그것 말고, 고학력, 고소득(혹은 중산층)이라는 것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기사가 하고픈 말은  "어찌됐든 민주당 지지층"에도 문제가 많다는 기사였습니다.


개혁과 진보를 꾀하는 정치세력이, 대표적인 자영업자와 같은 평범한 서민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삼는 것, 즉 평범한 서민들이 보수성을 띠는 것과 무관하게 그들의 이익을 당연히 대변하고, 그들과 함께 다수 대중의 이익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당연한 반론을 하기 전에, 저는 이런 기사의 기획 자체가 모두를 엿먹이는 아주 찌질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기사뿐만 아니라,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민주당 골수'에 대한 비판이 아닌 조롱과 비아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기사들의  대전제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자들은 저학력, 저소득이라 변화의 대상이자 걸림돌이다"이고,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저들'은 '안철수, 조국,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개혁세력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안철수, 조국, 박원순이 동대문에서 철물점이나 하는 59세 아저씨랑 어울리려고 하겠느냐"죠.

원래 보수/진보세력, 보수언론/진보언론을 막론하고 공식적으로는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정신 하에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층에 대한 비판은 자제되어 왔습니다. 지역주의, 보스정치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계파, 정치인, 정당 자체에 대한 비판이었지, 표를 찍어주는 구체적인 유권자에 대한 비판은 삼가왔죠. 다만 막연하게 토호세력을 말하며,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문제라거나, 몰표가 문제라는 식의 비판, 즉 지역 내 엘리트의 횡포 위주의 비판은 있어왔지만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주 대담하게 공식적으로 밭을 탓하는 수준을 넘어, 비아냥대고 조롱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습니다. 국개론과 같은 광범위한 국민비판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특정 정당의 핵심 지지자들 일부(혹은 상당수)의 생활수준, 출신성분 등을 거론하며, 그것을 변화와 혁신의 장애물로 언급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죠. 그래도 초반에는 지역주의 비판을 위해서, 호남, 영남의 몰표현상에 대한 그나마 심층적인 이해를 보여주기라도 했지만, 요즈음에는 당당하게 구체적 인물을 사례로 들기까지 하면서, 출신성분, 학력, 소득수준, 직업 등과 정치성향, 정서, 소통방식을 연관지으며 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든 안했든, 변화와 혁신의 대상이라고 그들을 비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정치세력, 정당의 혁신과 변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그것의 주체를 "시민"으로 상정했다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시민, 깨어있는 조직화된 시민 뭐 이렇게 말이죠. 근대사회를 열어재낀 '시민'의 이미지와 의미를 담은 단어로서의 시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저소득, 저학력에 인터넷을 잘 모르는, KBS만 줄창 틀어놓는 동대문 철물점 59세 아저씨"는 어떤 존재냐는 것입니다. 시민은 시민인데 깨어있지 않은 시민인 것일까요? 아니면 아예 시민도 아닐까요?


시민...깨어있는 시민...조직화된 깨어있는 시민...이런 것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압니다. 다수 대중들이 복지확대, 부자증세, 일자리 확충, 공정거래법 강화 등이 자신들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각성하고(시키고), 정치사회적 기본권의 확대도 그것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각성해서(하도록 해서) 그러한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조직화해서 민주주의로 세상을 다수 대중에게 이롭게 만들어나가자는 좋은 말이죠.

하지만 현실을 보면, 시민을 말하는 정치세력, 언론은 시민이라는 단어를 통해 일반 대중들을 구별짓고 있습니다. 물론, 시민정신, 시민사회를 다룰 때에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에는, 우리 모두는 다 시민이고,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하죠. 그러나 야권재편을 말할 때에는 다릅니다. 변화와 혁신의 주체를 시민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에도 동일한데, 그것의 걸림돌로서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을 지목하기 때문이죠.

세상에...민주당 지지자들이 대부분 저소득, 저학력자이고, '시민'들은 고소득, 고학력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21세기에 진보와 개혁, 혁신과 변화를 말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사람들을 가르는 것도 아니고, 일반 대중을 시민과 비시민, 혹은 깨어있는 시민과 그냥 시민(??)으로 나누는 것, 게다가 태연하게 그들 사이의 차이점으로, 학력, 소득수준, 직업, 출신성분, 생활수준, 그리고 정서, 문화를 드는 것,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보수세력, 엘리트주의자들이 일반 대중이 리드하는 시스템을 대중추수주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때, 비웃음을 날리며 시민정신, 웹2.0, 새 시대의 플랫폼(?), 트위터, 페이스북, 집단지성을 말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진보/개혁 세력의 재편을 주장하면서 학력, 소득 등을 근거로 문화와 정서의 차이를 말하고, 또 그러하므로 한쪽은 혁신의 주체로, 다른 한쪽은 혁신의 객체이자 걸림돌인 동시에 그래도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이런 주장에 대한 그 어떠한 문제의식이 어느 곳에서도 제기되지 않는 것일까요?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호남, 영남이라는 지역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개혁과 진보를 말하면서, 자신들이 대변해야 하고, 자신들이 핵심 지지층으로 삼아야 할(조국, 안철수, 박원순 같은 고스펙은 어짜피 극 소수, 그정도 스펙은 아니어도 살만한 '시민'들도 다수가 아니므로) 사람들을 모욕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하여튼 왜 저런 식으로 언급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갑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때의 폭력사태, 당연히 문제가 있죠. 폭력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니까요. 그런데, 왜 그 폭력 그 자체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폭력의 맥락을 짚어내기 보다는, 그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의 "수준"을 말하고, 스케치 기사라는 명목 하에 비아냥과 조롱을 보내는 것일까요. 왜 야권재편과 지지층의 한계를 말하며, 소득, 직업, 학력을 그 기준으로 삼을까요? 아니, 왜 그런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어느 곳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이런 개혁과 진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과 진보일까요? 정권을 되찾으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피려는 것일까요?